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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네타냐후 제어·이란 핵 협상 노력 무산”
이스라엘 육군 참모총장인 에얄 자미르 장군(중앙)이 13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 공군 작전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예루살렘/EPA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13일 이른 아침 이란 테헤란 등 전역을 공습하면서 이란과의 전면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열릴 예정이었던 미국과 이란의 6차 핵 협상은 개시조차 불분명해졌다. 시리아·레바논·팔레스타인 등 중동 다른 지역에 산발적인 공습을 이어오던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기습 공습에 나섰고, 미국은 이를 제어하지 않았다.

지난달 20일 이후 미국 시엔엔과 액시오스 등은 익명의 이스라엘과 미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며 훈련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정보당국은 이스라엘의 움직임을 확인하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군사행동을 유보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달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이) 해결책에 근접해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군사적) 행동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이 이란의 우라늄 농축 권한 제한에 합의를 보지는 못하며 협상 결렬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양국이 6차 핵 협상을 15일 열기로 하자, 이스라엘은 협상 이틀 전 기습 공격을 단행했다.

미국 국무부는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사전에 보고를 받았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인정했다고 보도됐다. 이스라엘 당국자도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에 이번 공격이 미국에 사전 통보한 뒤 이뤄졌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도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무장을 오랫동안 반대해왔다. 국제사회는 이란의 핵 개발 능력이 최근 10년 동안 성장해 핵폭탄 10개 내외의 연료를 공급할 만큼의 핵 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에 이란과의 핵 협상에서 이란의 핵 개발 관련한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미국 내부에서 상업적 원자력 발전 허용을 전제로 이란의 저농축 우라늄 개발이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나오자 이스라엘은 불만을 표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이스라엘은 양국 간 핵 협상 결렬 가능성이 보이자 선제 공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또 이스라엘이 지난해 10월 이란을 공습하면서 이란의 방공망 성능이 약화한 것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도 이번 공습을 단행하는 데 힘을 실어줬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방공망을 복구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것이다.

국내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선제 공격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12일 자정이 지나 이스라엘 야권이 발의한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 해산안이 부결되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연정 내각은 6개월 더 유지될 전망이다. 그러나 내각 해산 위기와 길어지는 가자전쟁 등으로 여론이 나빠질 대로 나빠진 상황에서 이란 공습으로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 있다.

13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 북쪽의 한 아파트를 이스라엘군이 공습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공습 시기는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 등 이스라엘 수뇌부가 결정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보도했다. 전날 미국 국무부는 중동 지역의 미군 가족 철수를 승인하고, 이라크 대사관의 필수적이지 않은 인력을 철수시키며 중동 지역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에 이스라엘이 미군과 미국 정부 인력이 철수한 직후를 노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 1기에도 이란 핵 합의인 공동포괄적행동계획(JCPOA) 파기와 미국의 중동 철수 결정으로 중동 지역의 혼란을 가중했다.

이를 두고 영국 가디언은 “이번 공습은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제지하려는 노력이 무산되었음을 보여주며, 이란과의 협상을 이어가려는 트럼프의 노력도 무산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스라엘 공군의 광범위한 공격 외에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이번 공습에 주도적으로 참여·지휘했다고 이스라엘 매체들은 보도했다. 이란의 전략 미사일 체계 등을 손상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이스라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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