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거래일간 외국인 3조8000억 순매수
국민일보DB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12억 달러(약 1조4600억원) 규모의 아시아 투자 펀드(일본 제외)를 운용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애버딘 인베스트먼트는 최근 한국 주식 비중을 높이면서 이같이 설명했다. 프룩사 이암통통(Pruksa Iamthongthong) 애버딘 인베스트먼트 아시아태평양 주식담당 부대표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시장 신뢰를 높이고 주주 가치에 더 큰 관심을 두는 문화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속속 복귀하고 있다. 프랭클린 템플턴, 픽텟 웰스 매니지먼트, 애버딘 인베스트먼트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한국 주식 비중을 높이거나 자체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프랭클린 템플턴은 대선 직전부터 한국 주식을 선별 매수해 왔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6월 2일까지 총 14조30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며 지수 상승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대선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상법 개정안 추진 등 주주 친화적인 증시 부양을 공약으로 내세운 이재명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출범 후 첫 거래일인 이달 4일 하루에만 1조원 넘는 외국인 자금이 들어왔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최근 5거래일 연속 코스피 주식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모두 3조8000억원을 투자했다.
외국인투자자는 지난 정부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추진된 밸류업 프로그램에 새 정부의 증시 부양책이 더해지면서 증시가 당분간 더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반도체와 방산, 원전, 조선 등 대형주를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 최근 5거래일 외국인은 SK하이닉스(8691억원)와 삼성전자(7917억원), HD현대일렉트릭(1783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1542억원), 현대차(1159억원) 등에 투자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지수가 3000선을 넘어 3240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KB증권은 내년 상반기 내에 코스피가 324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트럼프발(發) 관세 리스크가 달러 약세로 이어지는 데다 새 정부의 내수 부양책과 자본시장 개혁 의지로 해외 증시 대비 견고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연말 관세전쟁이 합의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이때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금리를 인하해 시장 유동성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