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임의로 단약, 심신미약 감경 안 돼"
2심 "치료 중단 이유로 가중은 신중해야"
2심 "치료 중단 이유로 가중은 신중해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정다빈 기자
서울역 인근에서 노숙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조현병으로 인한 심신미약이 양형에 보다 적극 반영된 영향이 컸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백강진)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백모(39)씨에게 12일 징역 20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10년간 치료감호 및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은 유지했다. 재판부는 백씨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 뒤 "치료 잘 받고 (사회로) 복귀하라"고 당부했다.
백씨는 지난해 6월 서울역 지하보도 입구에서 노숙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4년 처음 조현병 진단을 받은 그는 범행 당시 "전쟁을 멈추기 위해 노숙인을 죽여야 한다"는 환청을 듣고 흉기를 준비해 간 것으로 조사됐다. 백씨는 사건 직후 모친과 함께 경찰에 자수했다.
1심은 백씨의 심신미약을 인정하면서도 그가 치료 도중 약물 치료를 임의로 중단한 점을 들어 감경 사유로 참작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인터넷으로 검색한 범행 장소를 사전 답사하고 흉기를 가져간 사정들에 비춰 볼 때 계획적 범행으로 보인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그러나 약물 부작용 등을 이유로 치료를 중단하는 조현병 환자가 드물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조현병이 지능에 영향을 주진 않지만, 망상에 근거한 범행을 '계획 범죄'로 보는 것에도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씨 가족이 여러 방식으로 치료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점도 감안했다.
재판부는 "치료 기록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묻지마 범죄'의 고의를 갖고 범행한 것은 아니다"라며 "고귀한 생명을 무참히 살해했지만, 피고인 가족이 조현병을 오래 앓아온 피고인을 포기하지 않고 교육을 게을리하지 않았으며 범행을 반성하고 치료 의지를 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