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전장보다 16.08 오른 2871.85로 마감한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취임 뒤 만년 저평가 받던 지주사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일반주주의 권리 강화를 내세운 상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지주사 주가가 저평가된 원인으로 지목된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면서다.
10일 한국거래소에서는 많은 지주사 주가가 지난 3일 대통령 선거 이전보다 크게 오른 채 거래를 마쳤다. 녹십자그룹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의 우선주(녹십자홀딩스2우)는 이날 4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는데, 이는 대선 전 마지막 거래일인 2일 종가(2만2750원) 대비 115.4%나 뛴 것이다. 녹십자그룹은 녹십자, 지씨셀, 녹십자엠에스, 녹십자웰빙 등 지주사 산하 계열사를 여럿 중복 상장해 모회사 주가를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태영건설을 자회사로 둔 티와이홀딩스(52.55%)와 두산그룹 지주사인 두산의 우선주(두산2우B)(42.82%), 한화그룹 지주사의 우선주(한화3우B)(27.88%) 등도 같은 기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9일엔 현대자동차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모비스 주가가 하루 새 10% 급등하기도 했다.
이른바 ‘빚투’도 지주사에 쏠리고 있다. 지주사인 한진칼, 한화, 에이치디(HD)현대 등의 신용거래융자 잔고(신용 잔고)도 연초 대비 크게 늘었다. 신용 잔고란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뒤 아직 상환하지 않은 금액의 총합을 뜻한다. 한진칼의 잔고는 연초 19억3800만원에서 지난 9일 208억3000만원으로 약 11배 늘었다. 한화의 경우 같은 기간 44억4300만원에서 456억2900만원으로 약 10배, 에이치디현대는 36억800만원에서 186억1800만원으로 5배 커졌다. 잔고가 급증하면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고, 반대로 급감하면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지주사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는 건 민주당이 추진 중인 ‘더 센’ 상법 개정안에 대한 기대감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번 상법 개정안의 뼈대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다. 그룹 계열사 간 인수·합병(M&A)이나 분할 등을 할 때 최대주주인 총수 이익만 고려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 주가 상승 배경에는 상법 개정안 통과, 자사주 강제 소각, 지배구조 개편,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등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며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 주요 의사결정에서 일반주주보다 대주주 이익을 우선하는 사례가 줄어들며 주주가치 제고와 할인율 축소가 나타날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