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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귀환 앞둔 청와대
강주안 논설위원
6·3 대통령 선거를 이틀 앞둔 지난 1일 낮 12시쯤 청와대를 찾아갔다. ‘청와대, 국민 품으로’ 사이트를 통해 이틀 전 관람 예약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용산 집무실을 다시 청와대로 이전할 계획을 밝히면서 서둘러 청와대를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몰린다. 홈페이지에는 접속 지연 안내가 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6차례 8000명씩 받는 예약이 대부분 마감됐다. 일요일인 1일 낮 12시에 2명 자리가 빈 것을 찾아냈다.

예약 방문했는데도 입장 줄부터 밀린다. 짐 검색을 받은 뒤 본관을 들어가려니 대기 줄이 길다. ‘예상 대기시간 60분’이라는 안내판 이후로도 대기자가 많다.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다니던 한 여성은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청와대 구경을 못 하게 될 것 같아 처음으로 와봤다”고 말했다.

용산 대통령실 청와대 재이전 소식에 관람 예약 대거 몰려
“구석구석 공개돼 보안 취약” vs “한남동 관저 출퇴근 불편”
계엄 아지트에다 ‘측근용 식당’으로 전락, 대통령 안가 논란
소통 차단한 관저, 본래 취지 벗어난 안가…운용 원칙 세워야

지난 1일 낮 관람객들로 꽉 찬 청와대 관저. 과거엔 참모들도 찾기 어려운 내밀한 공간이었다. 강주안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을 늘리겠다며 3년 전 용산 대통령실로 들어갔다. 대통령실이 다시 청와대로 간다는 방침에 찬반이 갈린다.

용산 청사와 청와대에서 모두 근무했던 한 인사는 “급하게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기는 바람에 보안 등 걱정스러운 점이 많았다”며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에서 출퇴근하게 돼 교통 통제가 늘면서 시민 불편도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과 소통을 늘린다는 약속도 안 지켜졌다”고 했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74년간 외부 인사의 접근이 통제된 청와대가 지난 3년간 700만명 넘는 방문객을 맞았다. 내부 구조가 공개돼 불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직 청와대 비서관은 “북악산이 청와대를 겨냥한 북한의 포 공격은 막아주지만, 현대전은 드론 등 전혀 다른 양상”이라며 “관람객이 청와대 구석구석을 다 다닌 만큼 보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청와대 본관 앞에 드론 등장
노무현 정부 시절 관저의 모습. [중앙포토]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청와대 본관 앞에서 하늘을 보니 실제로 드론이 날고 있었다. 방문객이 많아 누가 조종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청와대 본관 바로 앞에서 한동안 정지 비행을 하던 드론이 서서히 이동했다. 외국인 방문객도 많아 중국어와 일본어가 곳곳에서 들렸다. 현재 청와대를 관리하는 청와대 재단 측은 지난 3월 “외국인 누적 관람객이 80만명에 육박한다”고 공개했다.

한 전직 청와대 인사는 “불순한 사람이 청와대 어딘가에 뭔가를 숨겨 뒀을 수 있다”면서 “청와대로 돌아갈 때는 시간을 충분히 두고 보안 점검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국민에게 고립된 구조인 건 맞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집무실로 출근하고 바로 옆 헬기장을 통해 이동하다 보면 시민의 삶과 괴리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한남동 관저에서 용산 대통령실로 출퇴근하면 교통 불편은 생겨도 대통령이 국민의 삶을 매일 살펴보는 효과는 있다”고 말했다.

‘구중궁궐 청와대’ 논란의 중심엔 관저가 있다. 대통령이 관저에 있으면 참모들과도 소통이 막힌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관저에 머문 사실이 논란이 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한 것도 전임자의 소통 문제를 고려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관저에 있으면 수석비서관조차 긴밀한 소통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관저 입지를 살펴보면 이해가 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본관에서 관저로 걸어가 봤다. 오르막길로 걷다 보니 철문과 경비초소가 나온다. 현재는 관람을 위해 열어뒀지만, 대통령이 살던 시절엔 철문을 통제했다고 한다. 관저와 비서진 업무 공간인 춘추관·여민관을 연결하는 길에도 철문과 경호 초소가 나온다.

“관저서 키우는 개가 알아봐야 실세”
“대통령이 관저에서 키우는 개가 알아봐야 실세”라는 말이 돌 정도로 관저는 ‘궁궐 속의 궁궐’이었다. [중앙포토]
한 전직 청와대 경호처 인사는 “대통령 관저에서 키우는 개가 알아봐야 진정한 실세라는 말이 있다”고 귀띔했다. 폐쇄적 구조가 오히려 비선 실세에겐 편했다. 헌법재판소는 2017년 3월 10일 박 전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결정문에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관저에 수시로 드나든 행태를 기록했다. ‘피청구인(박 전 대통령)은 취임한 뒤에도 관저에서 최서원씨와의 사적 만남을 꾸준히 지속했다. 일부 보좌진은 최씨를 관저에 청와대 공무차량으로 출입시켜 신분 확인절차 없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청와대 핵심 참모들조차 최씨를 몰랐던 배경엔 ‘궁궐 속의 궁궐’인 관저의 특수성이 있다.

세월호 참사로 대통령의 관저 집무가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오후까지 관저에 머물러 억측을 유발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세월호가 침몰한 날 청와대 본관 집무실로 출근하지 않았다”며 오전 10시 국가안보실에서 사고를 서면보고 받은 이후 오후 5시 15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할 때까지 관저에 머문 사실을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은 관저에서 외국 대통령 방한과 자율형 사립고, 기초연금법 등 현안을 참모들과 상의하며 정상 근무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관저에서 키우는 개가 알아봐야 실세”라는 말이 돌 정도로 관저는 ‘궁궐 속의 궁궐’이었다. [중앙포토]
헌재는 이런 식의 직책 수행이 탄핵 소추 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으나 김이수·이진성 재판관의 보충의견으로 문제점을 지적했다. 재판관들은 “만약 오전 9시에 집무실로 출근했다면 오전 9시 24분에는 발생 사실을 알 수 있었다”면서 “정상 출근하지 않고 관저에서 불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했다”고 지적했다. 또 “관저는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휴식과 개인 생활을 위한 사적인 공간이므로, 관저 근무는 인적, 물적 시설이 완비된 집무실과 근본적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관저 근무를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근무했던 인사는 “박정희 대통령 때 청와대는 1층이 집무실이고 2층이 관저였다”며 “늘 2층에 자료를 갖고 와 업무를 하던 아버지를 봤던 박 전 대통령은 관저 근무를 자연스럽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관저에서 나가려면 머리를 올리는 등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한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오후 1시쯤 찾아 가본 관저는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지난 2월부터 관저 뒤편 탐방로는 관람을 통제하고 있다.

계엄 모의 벌어진 관저와 안가
관저를 한남동으로 옮기니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이번 계엄 사태에서 관저는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작전을 모의한 주요 장소로 등장한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일 한남동 관저에선 비상대권이 거론됐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직접 준비한 음식물로 김 전 장관 등과 식사하면서 좌익세력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최후를 맞은 장소였던 안전가옥이 45년 만에 다시 이목을 집중시킨 것도 이번 계엄의 여파다. 검찰 공소장에서 안가는 계엄 음모의 주 무대다.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등은 삼청동 안가에서 식사하면서 비상대권과 군의 역할을 논의하는 등 안가 만찬을 이어갔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윤 전 대통령 측근 네 명이 안가에 모여 식사를 해 의혹이 제기됐다.

유사시에 대비한 비밀 공간인 안가는 대통령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게 경호 전문가들의 얘기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거치며 안가의 용도에 의문이 제기된다. 측근들과 식사하며 불법 모의를 하고 심지어 측근들의 모임 장소로도 활용했다. 비상 안전 공간이라기보다 셰프가 알아서 요리를 차려주는 ‘오마카세’ 식당을 연상시킨다. 계엄을 도모한 모임의 분위기는 “당시 대통령은 굉장히 빨리 마시고 취했고, 정상적으로 앉기 어렵게…”라는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의 법정 진술로 짐작이 가능하다.

안가는 대통령 측근용 ‘오마카세’ 식당?
대통령의 계엄 모의도 문제지만, 특히 참모들이 안가를 이용한 데 대한 지적이 나온다. 안가 시스템에 정통한 전직 고위 관료는 “대통령 안가를 참모들이 식사 장소로 활용한 건 이상하다”고 말했다. 전직 경호처 관계자는 “안가는 대통령의 특별 공간이어서 청와대 참모도 못 가본 사람이 많은데 측근들이 모임 장소로 쓰는 건 많은 인력과 예산을 들여 운영하는 안가 취지에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에 안가까지, 많은 문제가 야기된 대통령 공간에 대한 원칙을 명확히 정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정무수석실과 기획관리실에서 근무했던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청와대가 폐쇄된 공간이지만 운영 방식에 따라 민심이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며 “MB 때는 매일 오전 7시에 언론 보도 등을 분석한 보고서를 놓고 ‘관계 수석 티타임’을 한 게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청와대와 용산 대통령실에서 모두 근무했던 한 인사는 “청와대나 용산이나 업무에 별 문제가 없고, 효율성은 참모들이 한 건물에 모인 용산이 낫다”며 “국민 소통과 정책 협의는 공간의 문제라기보다 대통령 리더십과 의지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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