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역에 떨어진 대북 전단 및 풍선. 연합뉴스
통일부가 민간단체에 대북 전단 살포를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기 위해 대북전단 살포를 공식적으로 막지 않았던 윤석열 정부의 기조는 사실상 폐기된 셈이다. 남북 간 긴장 완화를 도모하겠다고 밝힌 이재명 정부가 이를 통해 첫번째 대북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6월 2일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가 통일부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4월 27일, 5월 8일에 이어 세번째로 전단을 살포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한반도 상황 긴장을 조성하고 접경 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전단 살포 중지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통일부가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중지를 공개적으로 요청한 것은 문재인 정부 이후 처음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2023년 9월 헌법재판소가 대북 전단 금지법(남북관계 발전법) 관련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한 뒤 대북전단 살포를 막지 않았다. 당시 헌재는 해당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윤 정부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직후인 12월 12일 7개 관련 단체를 대상으로 정세 상황의 민감성을 고려해 대북 전단 살포를 신중하게 판단해달라고 유선으로 요청했다고 한다.
평화위기파주비상행동 회원들이 지난해 10월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내 6·25전쟁납북자기념관 앞에서 납북자피해가족협의회의 대북 전단 살포 행사를 규탄하고 있다. 뉴스1
정부 안팎에선 이 같은 통일부의 기류 변화에 대해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며 예상됐던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선 기간 대북 관여 방침을 밝혀온 대로 북한을 향해 유화적 제스처를 보였다는 이야기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말 대선 TV 토론에서 “접경지의 군사적 긴장은 이전 정부의 강대강 (대결 정책) 때문에 발생했다”며 “대북 삐라를 방치한 바람에 대남 오물 풍선이 날아오고, 쌍방이 소음 방송을 하고, 이렇게 격화했다”고 지적했다.
통일부는 단체들이 중단 요청을 무시하고 전단 살포를 계속할 경우 위헌 결정이 난 남북관계발전법이 아닌 다른 법률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단체들에 대해 항공안전법과 재난안전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 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헌재 결정도 과도하게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지 말라는 취지이며,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도 많이 발의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참혹한 인권 유린 등 북한의 행동에 가시적인 변화가 없는데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만 막는 것은 자칫 북한의 논리를 강화해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해 5월 담화를 내고 “한국 것들이 우리에게 살포하는 고물량의 몇십배로 건당 대응할 것”이라며 오물 풍선 도발의 명분으로 이를 활용하기도 했다. 북한 내 인권 상황 증진을 위한 대북 정보 유입이라는 전단 살포의 본래 목적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이에 호응할지도 미지수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체제 유지와 정권 안정화를 위해 남북 관계 단절로 대남 정책을 완전히 전환한 것도 큰 변수”라면서 “이번 조치가 남북 관계 개선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