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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후보 취소, 한덕수 교체’ 5월10일 새벽 소동
일부 청년 당원 국회 본관서 당시 상황 사진 찍어 기록
사전 준비된 32종 후보등록 서류로 새벽에 등록 통해
국힘에서 전격 대선 후보 교체 공고 진행한 정황 확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6월 5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직을 사퇴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주간경향] 1439만5639표(41.15%). 이번 대선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받은 표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받은 표는 291만7523표(8.34%)다. 합쳐 1731만3162표. 이재명 대통령이 받은 1728만7513표(49.42%)보다 2만5649표 많다. 보수지지자들이 살짝 더 많았다고 자위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을 볼 때 이번 대선을 복기해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다. 특히 5월 6일 의원총회에서 한덕수 당시 무소속 후보와 단일화를 의결하면서 벌어진 사태는 선거 캠페인 내내 악영향을 미쳤다.

논란의 절정부는 5월 10일 새벽의 전격적인 후보 선출 취소와 이어 국민의힘 선관위 명의로 내걸린 새벽 3~4시 후보자등록신청 공고가 결정되는 과정이다. 한덕수 후보만 입후보했고, 후보 선출이 이뤄졌다. 직전까지 당적을 가지지 않았던 한덕수 후보는 이날 새벽 3시 20분경 입당했고, 당비는 1만원만 낸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 교체 소동은 이날밤까지 진행한 ‘대선후보 교체 안건’ 당원투표가 부결되면서 마무리됐다. 채 하루도 못 간 쿠데타였다. 후유증은 컸다. 2주간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한참이 지날 때까지 국민의힘 선거운동원들은 ‘후보 이름이 없는’ 복장을 하고 선거운동을 했다.

한밤의 후보 교체 소동 막전막후

“운영비를 어떻게 썼는지 취재하면 다 나올 것이다. 이미 사무처에서 용역계약을 다 해버렸다. 당내 경선은 끝났는데 당이 이미 한덕수에게 맞춰놓다 보니 우리가 쓸 돈이 0원이 된 것이다.”

6월 5일 해단식을 가진 김문수 후보 선대위에서 핵심 당직을 맡았던 인사의 회고다.

당 안팎에서는 ‘국민의힘 기호 2번 한덕수’로 찍힌 빨간색 선거 유니폼을 맞춰놓다가 후보 교체가 무산되니 쓰지도 못하고 날렸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당직자는 자신도 그 소문은 들었다고 했다. “직접 확인하진 못했다. 대신 수도권 일부 지역구에서는 ‘기호 2번 한덕수’를 써 붙인 선거 운동용 트럭이 준비됐던 거로 안다”고 했다.

5월 10일 한밤의 후보 교체 소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기억할까.

“한덕수가 그 새벽에 가지 않은 것은 팩트다. 기자들이 새벽 2시까지 소위 ‘뻗치기’(주요 인물을 인터뷰하기 위해 무작정 기다린다는 뜻의 언론계 은어)를 하고 있었는데, 국회 본관에서 기자들이 떠난 걸 확인한 뒤 새벽 3시부터 후보를 받는다고 공지를 올렸다. 증거도 있다. 청년 당원들이 국회 본관에서 시간 타이머까지 노출해 사진을 찍어뒀다.”

32종의 후보등록 서류를 미리 받아뒀다가 아무도 없는 걸 틈타 공고하고, 제출하고는 전격 후보 교체 공고를 냈다는 것이다.

“양다리를 걸치고 있던 사람들은 다 떠났다. 바깥에서는 태극기부대 콘크리트층이라 욕하지만, 그 사람들만 남아 의리를 지켰다. 진짜로 안 도와주니 비서실장이었던 김재원 최고위원이 국장들 모아놓고 서류를 집어던지며 ‘당신들 싹 고소한다’고 하니 그제야 마지못해 움직였다.”

그는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내란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것이라는데, 차라리 이번에 싹 망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5월 11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대선 후보 교체가 무산된 데 대해 “모든 것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승복하겠다”고 밝혔다. /서성일 선임기자


공희준 정치평론가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정당은 바깥의 공격으로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안의 공격으로 무너진다. 박정희 없는 유신체제가 전두환이었듯, 국민의힘은 윤석열 없는 윤석열 체제가 이어질 것이다. 새로운 리더십이 나온다면 윤석열보다 더 강경하고 극보수적인 인물이 나올 수도 있다.”

주간경향이 접촉한 대다수 선거전문가·정치평론가는 현재의 친윤 당권 체제는 붕괴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한두 달 내에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두고 이번 선거에서 41.15%를 받은 김문수와 한동훈의 싸움이 벌어지겠지만, 결국 한동훈이 당권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전당대회에서 우열을 가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한동훈이 지난번 전당대회 때 43.7%까지 올라왔기 때문에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문수·친윤·전광훈·영남 주류가 당권을 잡게 되면 이재명 정부의 견제 세력으로 국민에게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정권 견제 세력이 되려면 한동훈으로 갈 수밖에 없다.”

친윤 기득권이 한동훈에 적대적인 이유

이미 2023년 비대위원장 시절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동훈 전 대표가 갈등관계였던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물러난 지금도 당권파들이 한동훈을 경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친윤계가 느끼는 공포심은 상상을 초월한다. 윤핵관의 좌장이었던 권성동의 퇴출 이후엔 자신들이 무너진다고 보고 있다. 친윤당권파가 무너지면 다음 총선에서 자신들은 대부분 숙청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철현 정치평론가의 설명이다. 국민의힘의 기득권 당권파가 한동훈 체제의 등장을 피하는 이유가 결국은 차기 총선 공천 때문이라는 것이 정치권과 대부분 정치평론가의 시각이다.

다만 김 평론가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동훈의 등판은 이르다고 전망했다.

“현재로선 필패가 예정된 내년 지방선거에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한동훈이 당대표인 경우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그렇게 되면 야당엔 마땅한 주자가 없다. 절대적인 헤게모니를 가진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니 고만고만한 사람들끼리 합종연횡하는 보수의 춘추전국시대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5월 26일 오후 서울 도봉구 방학사거리에서 열린 ‘내일의 기적을 만들’ 노원·도봉·강북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한수빈 기자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국민의힘이 리더십 공백 상태인 것은 맞지만, 당대표가 되는 사람이 차기 주자로 도약할 좋은 계기를 맞게 되기 때문에 차기 주자로 자리매김하려는 사람들은 다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른바 친한 또는 윤석열 신당의 가능성도 작게 봤다.

“보수는 정통성을 굉장히 중요시한다. 박근혜도 2002년에 당을 나갔다가 들어온 적이 있지만, 보수는 정통성·주류라는 가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력이다. 게다가 친한의 다수인 비례대표는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는다. 윤석열은 지금 자기가 깃발을 들면 지지가 쏟아질 것으로 믿고 있으니 보수신당을 추진할 가능성은 있지만, 그게 보수의 주류나 본류를 바꾸긴 어렵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이재명도 지난 대선 패배 후 윤석열 정권 초기 참패한 지방선거 때 선대위원장으로 뛰었지만, 참패하더라도 함께했던 대표에 대해서는 지지층이 책임론을 묻지 않았다”라며 “친윤은 당장 친한으로 갈 수 없으니 지역구를 배수진 삼아 버티겠지만, 적당한 때가 되면 40~50명 정도로 추정되는 관망파가 입장을 확 바꿀 걸로 본다”라고 말했다. 내부갈등 끝의 최후승자는 한동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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