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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서 적으로, 파국 맞은 '브로맨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브로맨스'가 완전히 파국을 맞았습니다. 두 사람은 5일 하루 종일 점점 수위를 높여가며 상대를 비난했습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독일 총리와 만나는 행사에서, 기자들은 일론 머스크에 대해 준비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의제로 추진 중인 감세 법안을 일론 머스크가 수차례 "역겹다"고 공개 비판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질문이 나오자 의례적인 말로 넘기지 않았습니다. "머스크와 훌륭한 관계였지만 앞으로도 그럴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 문제 삼지 않았다가, 전기차 의무화를 없애서 화가 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테슬라 수익 욕심 때문에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한 셈입니다.


이에 머스크는 실시간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배은망덕하다"고 비난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머스크는 미쳐버렸다"고 맞받았습니다. 갈등은 금세 격화됐습니다. 머스크는 아동 성매매 고객 명단에 트럼프가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대통령 탄핵에 동의한다고 적었습니다. 트럼프는 미국 정부 예산 절감을 위해 머스크의 스페이스X, 테슬라 등과 정부 보조금 계약을 끝내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양측 모두 인내심이 바닥났습니다.



트럼프 이틀째 맹공‥"정신 나간 자와 대화 생각 없어"

밤사이 둘과 모두 친한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과 백악관 참모들이 두 사람을 중재하려 했지만,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SNS를 통한 비난은 자제했습니다. 그러나 평소와 달리 개별적으로 기자들의 전화에 응답하며 머스크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먼저 CNN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는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다. 이 불쌍한 녀석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ABC뉴스 취재기자와 이른 아침 통화하면서는 머스크와 화해할 것이라는 보도를 부인했습니다. 트럼프는 머스크를 두고 "정신이 나간 사람을 말하는거냐?"라며 "지금은 그와 얘기할 생각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머스크 역시 "중간에 있는 80%를 대변하기 위한 새로운 정당이 미국에 필요하다"고 트럼프 행정부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언론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구매한 빨간색 테슬라 모델S의 향방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은 테슬라 매장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자, 머스크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기 위해 이 차를 샀습니다. 언론은 백악관을 "'테슬라 쇼룸'으로 만들었다, 이해 충돌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지만,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의 결합을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 모델S는 여전히 백악관 한쪽에 세워져 있지만, 백악관 측은 곧 팔거나 기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브로맨스'의 상징마저 사라지게 된 셈입니다.




권력과 이권 위한 의기 투합‥예상됐던 종말

사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두 사람이 정권 탈환을 위해 의기투합한 것 자체가 이례적으로 평가됐습니다. 머스크는 지난 2022년엔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 늙어서 어떤 일에서도 책임자가 될 수 없다"며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에 투표한 적도 없다면서 나한테는 투표했다고 한다"며 "헛소리 기술자"라고 공개 설전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머스크는 지난해 선거 운동 기간 2억 7천만 달러, 약 3천7백억 원을 기부하며 트럼프 재선 1등 공신으로 떠올랐습니다. 취임 직후인 지난 2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가 함께 연 기자회견은 '정권 이인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머스크는 4살 아들을 동반했습니다. 기자회견 내내 트럼프 대통령은 발언권을 머스크에게 양보했습니다. 오래 트럼프를 취재해 온 기자들은 굉장히 놀라웠다고 전했습니다. 언론 노출을 즐기고, 누구도 무대의 중심에 세우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상 보기 힘든 모습이라는 겁니다.

이후 머스크는 특별 고문으로 활동하며 정부효율부를 이끌었습니다. 연방 공무원 대량 해고와 예산 삭감을 주도했습니다. 내부 정치 다툼을 피하려는 듯, 각료회의에 "기술 지원"이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나와 자신은 정부 정책 집행을 거들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상처뿐인 정치 참여‥"최악의 브랜드 파괴 행위"

머스크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우주로켓 업체인 스페이스 X 등 기술 기업들을 운영하는 사업가입니다. 문제는 현실 정치에 깊이 관여할수록, 본업인 사업 운영에 차질을 빚는다는 겁니다. 그가 나치식 경례를 하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마가)' 이념에 동조하자 전 세계적인 불매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테슬라 전기차의 유럽 판매량은 절반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브랜드 평판은 2021년 8위에서 올해 95위로 추락했습니다. 특히 전기차를 환경에 관심이 많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주로 구매한다는 점에서 "역대 최악의 브랜드 파괴 행위"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테슬라 이사회가 다른 CEO 물색에 착수하는 등 머스크의 지위가 흔들릴 정도였습니다.

애초에 민주당 성향이던 머스크가 왜 사재를 털어서까지 트럼프 행정부에 합류했는지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했습니다. 머스크는 최근 몇 년간 성수자 권리 옹호 등 '깨어있음'(woke) 운동에 반대하며, 문화적으로 우익의 주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특히 2020년 머스크 아들 비비안 제나 윌슨이 성전환 후 머스크와의 관계를 끊은 뒤엔 더욱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사업적으로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규제와 환경 및 노동 규제에 반발해 왔습니다. 감세 및 규제 완화를 앞세운 트럼프주의와 맞닿는 부분입니다. 또 머스크는 미래 산업의 승자와 패자가 갈릴 AI와 로봇 분야에도 뛰어들었는데, 제도를 설계하는 과정에 직접 관여하고 싶다는 욕구가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트럼피즘' 동조했지만, 나사에 측근 앉히려다 충돌

실제 트럼프-머스크 '브로맨스'가 파탄 난 계기는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 국장 임명 문제였습니다. 지난 주 머스크가 공식적으로 특별 고문 임기를 마치는 송별 기자회견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의 측근인 나사 국장 지명자, 재러드 아이작먼이 민주당에 오래 기부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트럼프는 인사 담당자가 건넨 아이작먼의 기부 목록을 머스크에게 직접 읽어 들려줬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이런 종류의 사람들은 배신할 것"이라고 면전에서 머스크를 비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억만장자인 아이작먼은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프로젝트로 두 차례 우주에 다녀온 머스크의 측근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나사와 국방부의 우주 프로젝트를 수주해, 최근 5년간 1백49억 달러, 약 21조 원을 벌어들였다고 집계했습니다.

이해 관계 충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머스크는 지난 3월 국방부 건물, 펜타곤에 방문해 브리핑을 받았습니다. 보안 취급 인가를 받지 않은 민간인이자, 특별 고문 신분에 불가한 그가 과연 국방 관련 브리핑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 비공개 브리핑 하루 전, 머스크가 중국과의 전쟁 시나리오를 브리핑 받을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머스크는 중국에 공장을 가지고 있고 사업적 이해관계가 있습니다. 머스크는 정부 효율부 활동과 관련된 내용이라고 부인했지만, 보도 전까지 브리핑 존재 자체를 몰랐던 트럼프 대통령은 격노했습니다. 더애틀랜틱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에게 "이건 멍청하고 미친 짓"이라며 "행정부에 좋지 않다"고 질책했다고 전했습니다.


여기에, 머스크가 기대했던 성과도 내놓지 못하면서, 점차 행정부 내 입지가 좁아졌습니다. 당초 연방 예산 2조 달러 삭감을 약속했지만 머스크의 정부효율부는 목표액을 1천7백억 달러로 줄여 잡았고, 현재 입증 가능한 건 1/5 수준입니다. 그리고 이마저 전임 바이든 정부 때 종결이 결정된 계약까지 포함하는 등 부풀려졌다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가 힘을 쏟고 있는 관세 정책에 대해선 경제 고문과 "멍청이", "이기적 조립업자"라고 공개 충돌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베센트 재무장관과는 인사권 행사를 두고 백악관 내에서 큰 소리로 다투기도 했습니다. 참모들 사이에 우군이 사라졌습니다.



'쇼윈도 부부' 같던 두 사람‥화해할 수 있을까?

중간 선거를 치러야 하는 공화당은 머스크의 재정 지원이 필요합니다. 머스크 역시 정부 사업과 규제에 따라 큰 돈을 벌거나 잃을 수 있습니다. 백악관 참모들과 공화당 인사들이 두 사람의 공개 충돌만은 막으려고 했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강한 자아와 통제욕을 가진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비난을 멈추고 다시 '브로맨스'를 과시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머스크의 광범위한 연방정부 계약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모든 것을 살펴볼 것이다. 엄청난 금액이다"라고 공세를 멈출 수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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