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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총리 후보자로 김민석 의원(왼쪽), 대통령비서실장으로 강훈식 의원 등 첫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첫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국무총리와 첫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 대통령 비서실장.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직접 발표한 첫 인선에는 세대 교체를 통해 국정 초반부터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이 대통령과 긴밀하게 호흡을 맞춰 온 의원들을 중진·초선을 가리지 않고 전진 배치하면서 속도감 있게 개혁 과제를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총리 후보자에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을 지명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는 민주당 강훈식 의원, 안보실장에는 위성락 의원을 임명했다. 또한 대통령실 경호처장엔 황인권 전 육군 대장, 대변인엔 강유정 민주당 의원이 각각 임명됐다.

이 대통령은 “국민에 대한 충직함과 책임, 그리고 실력을 갖춘 인사들과 함께 국민 주권 정부의 새 출발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는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86 운동권’ 인사다. 15대 총선(1996년) 때 32세로 최연소 당선되며 화려하게 정치권에 데뷔했지만 이후 정치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16대 국회 이후론 국회를 떠났다. 야인 기간 중국 칭화대(법학 석사) 등에서 공부했다. 21대 총선 당선으로 18년만에 국회에 입성한 뒤론 ‘신명’(신 이재명계)으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에 대해 “국제적 감각과 통합의 정치력을 함께 갖춘 인사”라고 했다. 2000년대 초 당시 일본 고노 다로(河野太郎) 중의원과 오찬을 하는 등 국제 네트워크도 두텁다는 평가다.

김주원 기자
강훈식 비서실장은 건국대 총학생회장으로서 교육개혁법 개정 반대 운동을 했던 90년대 운동권 출신이다. 국내 최초 인터넷 정당인 '정정당당'을 창당하며 정계에 발을 들였다. 2007년 대선 때 손학규 캠프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등 ‘친명’(친 이재명) 계파색은 옅다. 정무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통령도 그를 “남다른 이해력으로 국민과 대화하는 브릿지형 인물”이라고 했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36년간 외교관으로 일한 미국통이자 북핵 전문가다. 2022년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선대위에서 실용외교위원장을 맡았고, 2024년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당시 “북한이나 미국, 중국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외교 전략가”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대선에서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를 키워드로 한 외교안보 공약 설계를 총괄했다.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과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 땐 연구자로서 햇볕정책을 입안하는 데 기여했고,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엔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한 경험도 있다. 이 대통령은 “통상 파고 속 국익을 지킬 적임자”라며 “특히 경색된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열 전략을 펼칠 인사”라고 이 후보자를 평가했다.

이번 인사엔 인수위 없이 곧바로 출범한 정부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깊이 이해하는 동시에 민주당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평가다. 대통령실은 “즉시 업무 시작이 가능한 능력과 전문성,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치력과 소통 능력을 갖춘 인사를 중용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와 위성락 실장은 50년대생, 김민석 후보자와 황인권 경호처장은 60년대생, 강훈식 실장과 강유정 대변인은 70년대생이다. 86세대에게 행정부를 통할하는 역할을 맡긴 데서 그치지 않고 강 실장과 강 대변인 등 97세대를 요직에 배치함으로써 두 세대가 동시에 전면에 등장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대통령실은 "젊은 비서실장 임명을 통해 산적한 국정 현안을 역동적이고 신속하게 풀어내겠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국무총리 후보자 등 인선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이 대통령, 강훈식 비서실장, 위성락 안보실장, 황인권 경호처장.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석환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면면을 보면 친명 색깔이 강하기보다는 이념색이 옅은 편”이라며 “이 대통령 스스로 실용을 강조한 만큼 일하는 정부를 만들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평했다.

현직 의원의 경우 국무위원이 아니라 대통령실 참모가 되면 의원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다만 위성락 실장과 강유정 대변인은 비례대표라서 의원직 승계가 가능하다. 손솔 전 진보당 수석대변인과 최혁진 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사회적경제비서관이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받는다. 손 전 대변인은 30세(1995년생)로 22대 국회 최연소 의원이 된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승계 없이 의원직을 내려놓는다.

이날 인선 발표에선 대통령실 ‘3실장’ 중 정책실장은 빠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관료와 학자, 기업인 출신 중에서 여전히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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