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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때부터 11세까지는 보육원 형들에게 성폭행 당해"
"거부하면 구타당해…신고시 죽는다는걸 일찍 깨달아"
"한국 여전히 고아사업 활발, 이젠 없애야" <피해증언>


편집자 주
= 이번 인터뷰에서 고아원 출신 송준영 씨는 보육시설에서 어떻게 성적 학대를 당했는지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그 구체적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순화한 표현으로 정리했습니다. 송준영 씨의 인터뷰 내용은 두차례로 나눠 송고하며, 두 번째 기사는 성폭력 외의 다른 폭력, 취업 문제 등을 담을 예정입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송준영 씨
[고아권익연대 촬영]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나는 서울에 있는 한 보육원에 들어가자마자 젊은 여자 보육교사한테 성폭력을 당했습니다. 만 4살 무렵 때부터 7살 때까지 3년간 그런 일을 당했습니다. 그 후에는 11살까지 남자 선배들한테 성폭력을 당했습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을 거부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신고할 생각은 아예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날 바로 초주검이 되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A 보육원 출신 송준영(55) 씨는 지난 1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터뷰는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그는 "만 4살 때 나는 놀이터에서 발견됐는데, 경찰은 적극적으로 부모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서 "그때는 경찰이 보육원에 아이를 넘기면 '수당'을 받는 시절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송 씨는 "현재 세계에서 보육원 시설이 가장 많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보육시설의 산업화와 사업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이제 이런 산업과 사업은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4살때 보육원에 들어가면서 찍은 송준영 씨 사진
[본인 제공]


-- 고향은 어디인가.

▲ 잘 모른다. 다만, 서울에 있는 A 보육원에서 자랐다.

-- 본인이 보육원에 들어갔을 때 나이가 어느 정도였나.

▲ 기록상 만 4세였는데 정확하지 않다. 나의 생년월일은 보육원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보육원이 그냥 짐작으로 내 나이를 판단했다. 내가 아는 고아원 선배들이 부모와 형제들을 찾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 나이가 1∼2살 위, 또는 그 아래인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 송준영이라는 이름도 보육원이 지었나.

▲ 그렇다. 그 보육원생들은 대부분이 송씨였다. 당시 원장이 송씨였기 때문이다. 어떤 보육원 출신들은 거의 모두가 장씨다. 그곳 원장이 장씨여서 그렇다.

-- 어떻게 보육원에 가게 됐는가.

▲ 놀이터에서 혼자 울고 있었는데, 순경이 파출소로 데려갔다. 그 파출소에서 1∼2시간 정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고는 쇠창살이 있는 삼륜차가 와서 나를 서울시 아동임시보호소로 데려간 것으로 기억한다. 삼륜차는 바퀴가 3개 달린 차로, 지금은 볼 수 없다.

-- 그 아동임시보호소는 어디에 있었나.

▲ 대방동 쪽에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나이 들어서 추정해보니 그렇다는 것이다.

-- 아동임시보호소에네살 때부터 가서 많이 울었나.

▲ 맞지 않으려면 울지 말아야 했다. 나는 4살 때 그걸 깨달았다.

-- 아동 임시보호소에 있다가 어디로 갔나.

▲ 서울의 A 보육원으로 갔고, 그곳에서 자랐다. 아동임시보호소는 아동들을 전국의 보육시설에 배분하는 기능을 했다. 아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곳에 공급을 해줬다.

송준영씨와 아기(딸)
이 사진은 아내가 찍었으며, 아기는 현재 20대 청년으로 성장해서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고 송준영 씨는 전했다
[송준영 씨 제공]


-- 부모님이 원망스럽지 않은가.

▲ 어린 시절에는 특히 명절 때 많이 울었다. 아이들이 가족들과 함께 오손도손 손잡고 가면서 웃고, 선물 보따리도 들고 가는 것을 보면 부러워서 눈물이 났다. 혼자 등을 돌리고 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금도 버스 안에서 중학생 정도의 아이들이 생기발랄하게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자기 자랑도 하는 것을 보면 부럽다. 저 나이 때 나는 어떻게 하면 안 맞을까, 어떻게 하면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긴장과 불안, 초조 속에서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만 했다. 그러다 보니 부모에 대한 원망도 있었지만, 이제는 내려놨다. 지금은 원망이 없다. 부모님이 어디엔가 살아 계시길 바랄 뿐이다.

-- 부모님을 찾으면 어떤 느낌이 들까.

▲ "내가 가족이 생겼구나"라고 하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릴 것이다. 그리고 나는 부모님을 업고 다닐 것이다. "나도 엄마가 있다", "나도 아빠가 있다" 이런 기쁨에서 부모님을 업고 돌아다닐 것이다.

-- 부모님을 찾으면 첫 마디로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 돌아가시지 않고, 이렇게 살아 계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만날 기회를 줘서 고맙습니다. 이런 말을 할 것 같다.

-- 부모님 얼굴은 생각나는가.

▲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형제가 있었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선명하지 않지만, 살던 집도 생각나는데, 기역자 모양의 초가집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서울에도 이런 초가집이 있었다.

-- 경찰은 그날 부모를 찾아주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나.

▲ 놀이터에서 울고 있다가 순경이 손잡고 함께 가자고 하니 따라갔을 것이다. 그런데 그 놀이터는 집 근처일 가능성이 있다. 경찰이 지나가는 사람들 몇 명을 붙잡고 물어봤다면 부모를 찾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경찰은 그렇게 하지 않은 듯하다.

-- 경찰이 왜 부모를 찾지 않았다고 생각하나.

▲ 당시는 경찰이 아이를 보육원에 넘기면 보육원으로부터 '수당'을 받았던 시절이었다. 돈 받는 장면을 직접 본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당시 통상적으로 거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내용이다.

TV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일용이 역을 맡았던 탤런트 박은수씨
[연합뉴스 사진]


-- 보육원이 왜 경찰에 '수당'을 줬나.

▲ 보육원 입장에서는 아이들을 데리고 있으면 돈이 되기 때문이었다. 국가로부터 돈을 받았고, 후원금도 들어왔다. 외국인들도 후원했다. 나의 후원자 중 1명은 TV 르로그램 '전원일기'에 나왔던 박은수 씨였다.

-- 박은수 씨가 개인 후원자였다는 것인가.

▲ 그렇다. 그분은 나에게 돈을 주면 원장 등이 빼앗아 간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새마을금고 통장에 5만원을 넣고, 그 통장을 나한테 줬다. 원장과 원감이 보는 앞에서 일부러 그렇게 했다. 빼앗지 말라는 취지였다. 나는 그 통장을 방의 괘종시계 위에 감춰놨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 통장이 사라지고 말았다.

-- 그 통장을 누가 가져간 것인가.

▲ 다른 아이들이 가져갔을 리는 없다. 아이가 통장을 갖고 새마을금고에 찾아가도 돈을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보육교사가 가져간 것으로 나는 생각했다.

--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실종된 자녀를 찾기 위해 보육원에 찾아가면 문전박대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는데, 이 또한 돈과 관련된 것인가.

▲ 그렇다. 예를 들어 홍길자라는 아이가 보육원에 있는데, 부모가 찾으러 오면 아이를 숨긴다. 방 안에 들어가 있으라고 하고는 못 나오게 한다. 아이에게는 누가 와서 찾는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부모가 자녀를 데리고 나가면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
[연합뉴스 사진]


-- 보육원 생활은 어떠했나.

▲ 내가 자랐던 보육원에는 150여명의 아이가 있었다. 지금은 아이들이 30명 정도로 줄어들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보육원에서 성폭행당한 일이었다.

-- 누구한테 성폭행당했다는 것인가.

▲ 보육교사한테 당했다. 30세 전후의 여성이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직원으로 채용된 여성일 수도 있다. 내 기억에 그녀는 미혼이었다.

-- 언제부터 성폭행당했나.

▲ 내 기억에는 보육원에 들어간 지 이틀만이었던 것 같다. 그 선생님은 네살 밖에 안되는 나를 자기 방에 데리고 가서 잤다.

-- 어떻게 성폭행당했나.

▲ 처음에 그 선생님은 나의 볼에 뽀뽀하더니 유사 성행위를 자기에게 하라고 요구했다. 처음에 내가 머뭇거렸더니 손으로 머리를 가격했다. 그리고 어떻게 하는지 알려줬다. 나는 그렇게 맞으면서 유사 성행위 방법을 배워야 했다.

-- 그런 성적 학대는 며칠 간격으로 일어났나.

▲ 내 기억에는 거의 매일이었다. 잘 시간이 되면 나는 그 선생님의 방에 미리 가 있어야 했다. 그 선생님은 내가 친구들과 놀다가 잠들어도 자기 방으로 업고 갔다. 나는 3년간 그렇게 당했다. 나는 맞지 않기 위해 그가 원하는 것을 필사적으로 해야 했다.

송준영씨가 자랐던 보육원의 농장에서 일하는 아이들의 모습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는 "송준영씨가 자랐던 고아원의 농장에서 1987년 고아들이 체험학습을 한다면서 홍보자료에 수록된 사진인데, 실제로 그 고아원 아동들은 심각한 노동착취를 당했다"고 밝혔다.
[고아권익연대 제공]


-- 4살 아이가 그런 행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사람들은 믿지 않을 듯한데.

▲ 매에는 장사가 없다. 3∼4세 아이의 뺨을 있는 힘껏 때리면 저만큼 날아간다. 나는 그 교사한테 그렇게 맞았다. 몸이 날아가 머리가 저쪽 벽에 부딪힌 경우가 적지 않았다. 나는 맞지 않으려면 요구하는 대로 해야 했다. 사람들은 이런 일을 경험하지 않았기에 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 그 보육교사의 얼굴은 생각나는가.

▲ 키가 컸고, 눈이 동그랬다. 덩치가 좀 있었던 것 같다. 체격조건이 좋은 사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 4살이면 기억이 선명하지 않을 듯한데.

▲ 다른 건 흐릿한데, 성폭력 당한 것은 지금도 아주 상세하게 기억난다. 너무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 성폭력 피해 사실을 원장이나 다른 보육 선생님께 알리지 않았나.

▲ 사람들은 그런 질문을 많이 한다. 원장이나 경찰에게 왜 신고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사정을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한다. 신고할 경우 돌아오는 보복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그냥 초주검을 당한다고 보면 된다. 그런 말을 하는 순간 죽는다는 것을 그 어린 나이에 깨달았다. 당시 보육원에서는 성폭력이든 일반 폭력이든 누구한테 말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 언제까지 그런 성 착취가 지속됐나.

▲ 3년쯤 지난 시점이었으니 만 7세 정도 됐을 것이다. 어느 날 그 선생님과 원감님이 대화하는 것을 우연히 들었다. 원감님은 왜 자꾸 그 아이를 데리고 자느냐고 묻는 듯했다. 그다음 날부터 나는 그 선생님과 자지 않아도 됐다. 나는 형들의 방으로 옮겨졌다. 원감은 원장 바로 아래에서 고아원을 총괄하시는 분이다.

"그 어린 나이에 나는 아무런 죄가 없는데..."
송준영 씨가 최근 국회에서 열린 한 간담회에서 과거 성폭력 피해 사실을 증언하다 발언을 이어가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배진시 몽테뉴해외입양연대 대표 촬영]


-- 그때부터는 그 교사의 성폭력으로부터 벗어난 것인가.

▲ 다른 악몽이 시작됐다. 나는 다른 형태의 성폭력을 당했다. 가해자는 보육원 내 고등학생 형들이었다. 형 2명이 동시에 나를 성폭행한 일도 있었다. 그런 성폭력이 11살 때까지 지속됐다.

-- 그 성폭력에 대항하지 못했나.

▲ 처음에는 거부했다. 그랬더니 그 형은 각목으로 나의 머리를 내려쳤다. 나는 기절했다가 깨어났는데, 눈을 떠보니 그 형이 나를 계속 때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원산폭격'을 시켰다. 그때 나는 엎드린 상태에서 피가 방바닥에 퍼지는 것을 봤다. 나의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피였다. 공포영화 장면 같았다. 나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살아야겠다고 판단했다. 나는 "살려주세요, 잘못했습니다. 잘하겠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또 다른 성폭력 피해가 시작됐다.

-- 그 가해자는 누구였나.

▲ 한 사람은 '최00'로, 이름과 얼굴이 정확히 기억난다. 다른 1명은 얼굴은 생각나지만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 최씨는 교통사고로 숨진 것으로 알고 있다.

-- 다른 사람이 성폭행당하는 것을 직접 본 적이 있나

▲ 예배당이 있는 지하에 비품창고 같은 곳에서 내가 놀다가 잠이 든 적이 있었다.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귀를 기울였더니 보육원의 형이 여자 후배를 성폭행하는 상황이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송준영 씨
[고아권익연대 촬영]


-- 보육시설 관계자들은 보육원에서 그런 일은 과장된 것이라고 하는데.

▲ 1백만명에 이르는 고아들이 그 증거다. 나는 성폭행 경험을 최근의 어떤 국회 간담회에서 공개적으로 증언했다. 같은 보육원 출신의 어떤 여성분은 여자 선배로부터 그런 일을 당했다고 나한테 토로한 적이 있다. 그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말하지 못하지만, 사석에서는 피해 사실을 이야기한다. 상당수 보육원 출신은 성폭력 피해에 대해서는 말하기를 꺼린다.

-- 정부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보건복지부는 꿈과 희망을 키우는 곳이 보육시설이라고 한다. 나한테는 그렇지 않았다. 폭력과 성폭행만이 있었을 뿐이다.

-- 지금도 그런 성폭력이 보육시설에서 일어나는가.

▲ 내가 겪은 이런 방식의 성폭행이 지금도 그대로 일어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현재는 이전보다 많이 개선됐을 것이다. 그렇지만 근본적으로 문제점은 계속 남아 있다고 본다.

--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나.

▲ 내가 혼자 놀이터에서 울고 있었을 때 경찰은 집이 어디인지 묻고 부모를 찾아줘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이를 보육원에 넘기면 돈이 됐기 때문이다. 보육원은 아이를 확보하면 국가로부터 돈을 받고, 후원금도 모을 수 있다. 이러니 한국 고아 문제에는 국가의 책임이 크다. 문제는 아직도 한국에서는 고아 사업이 아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아원이 세계에서 제일 많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고아 산업화, 고아 사업화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

송준영씨가 자랐던 A보육원 원생들의 모습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는 "원생들이 무너진 다리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는 장면인데, 보육원 홍보자료에 수록돼 있는 사진"이라고 전했다.
[고아권익연대 제공]


편집자 주
= 송준영 씨의 성적 학대 피해 증언과 관련해 송씨가 있었던 해당 보육원의 현직 원장과 고아들을 돕고 있는 '고아권익연대'의 조윤환 대표, 전국 보육시설들의 단체인 '한국아동복지회' 김요셉 회장의 관련 의견입니다.

송준영 씨가 자랐던 A 보육원의 현재 원장
-- 이런 성폭행이 A 보육원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 40여년 전의 일이다 보니 해당 내용에 대해 나는 잘 알지 못한다.

-- 가해자에 대한 수사 의뢰와 처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 수사 의뢰는 피해 당사자의 판단에 따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피해 사실이 확인되면 당연히 법적조치가 있어야 한다.

-- 피해자에 대한 피해구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 그런 피해 구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당시 보육원장의 후손이 지금도 이 보육원에서 일하고 있다는데 사실인가.

▲ 당시 원장(설립자)은 개인재산을 사회에 환원해서 전쟁고아를 위한 시설을 운영했다. 당시 원장의 3대 후손이 근무하고 있다.

-- 성폭행당했다는 송준영 씨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당시 시설에서 아동 인권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였다니 어렵고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성세대의 한사람으로서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래도 본인의 삶을 개척하며 꿋꿋하게 생활해 나가시기를 응원하겠다.

-- 추가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현재도 어쩔 수 없는 형편에 놓인 아동들이 다양한 사회적 보호를 받으며 자라나고 있다. 시설은 아동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운영된다. 현재 이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과거의 사건들로 인해 부정적 영향을 받지 않기를 바란다.

고아권익연대 조윤환 대표
[연합뉴스 사진]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


-- 당시 보육원에서는 이런 성폭행이 많았나.

▲ 최근에 고아원에서 퇴소한 20대 자립준비청년의 증언에 따르면 그 시설에서도 여자 선생님이 남자 원생에게 성폭행을 한 사실이 있다고 했다. 하물며 70년대생의 고아 시설에서 이런 성폭행은 충분히 일어났을 것으로 본다.

-- 보육원 내에서의 성폭력은 국가적 폭력에 해당한다고 봐야 하나.

▲ 최근 진실화해위(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사례 결정문을 보면 정부가 민간 위탁한 아동 집단수용시설에서의 학대 등 피해도 국가폭력이라고 인정했다.

-- 가해자에 대한 수사 의뢰와 처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가해 법인뿐 아니라 허가권과 관리·감독권이 있는 정부도 가해자다. 따라서 정부는 아동 집단수용시설에서 벌어진 피해 사건에 대해 별도의 조사와 배·보상 기능이 있는 위원회를 만들어 피해자들을 구제해야 한다. 또 송준영 씨가 있었던 그 법인은 지금도 운영되고 있는데, 이 법인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범죄가 확인되면 법인을 취소해야 한다. 아울러 법인자산으로 긴급히 피해자들을 구제해야 한다. 이런 피해자 구제는 필수다.

-- 보육시설에 대한 관리·감독 상태는 어떤가.

▲ 시설들의 단체인 한국아동복지협회는 보건복지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보건복지부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다.

-- 본인은 과거 가해자의 자손들이 현재에도 전국 곳곳의 보육원에서 원장으로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는데, 실태가 어떠한가.

▲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형제복지원의 가해 일가들조차 버젓이 다른 형태의 법인으로 자선가 행세를 하며 살고 있다. 우리 사회가 교회 세습에 대해 유독 민감한데, 보육원의 세습은 너무 당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형제복지원은 한국아동복지협회 소속이었다.

-- 한국아동복지협회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 지금도 나는 한국아동복지협회 소속 고아원의 성폭력 문제와 인권 문제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자정 능력을 부탁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요지부동이다. 도리어 적반하장으로 대응하는데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한국아동복지협회 로그
[인터넷 캡처 사진]


김요셉 한국아동복지협회 회장


-- 당시 이런 성폭행이 많았나.

▲ 그때의 기록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발생 사실과 빈도는 확인해줄 수 없다. 다만 1990년대 유치원 원장의 성추행 사건, 마을 주민에 의한 초등학생 집단 성폭력 사건 등을 언론으로 접했다. 최근 2020년대에도 학교 교사에 의한 성적 학대가 발생하거나 사망에 이르는 사건도 있었다. 아동 인권의 신장으로 우리 사회에 이런 사실들이 알려지게 됐다. 따라서 1970년대 우리 사회의 단면에는 아픈 과거가 있었을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과거 아동복지시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아동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오늘날 복지계 전체가 반성해야 할 아픈 역사다. 당시 사회 전반의 아동 권리 의식, 법제도, 감시체계가 매우 미비했던 것이 사실이다. 미흡한 제도와 의식을 보완해서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협회는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 아동 인권 교육 의무화, 종사자 인권 감수성 교육 강화, CCTV 설치, 외부 모니터링 체계 도입, 예방 체계 구축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 가해자에 대한 수사 의뢰와 처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아동학대는 명백한 범죄행위로 형사처벌 대상이다. 특히, 가정이나 시설 내에서 발생하는 학대는 은폐되기 쉽기 때문에 신고, 수사, 법적 처벌, 아동 보호까지 연계된 통합적 대응체계가 구축돼 있다. 피해 아동 보호와 재발 방지를 위해 형사법적 대응이 핵심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

-- 피해자에 대한 피해구제가 필요하다고 보나.

▲ 당연히 피해자에 대한 심리·정서적 치유와 법률적 구제가 병행돼야 한다. 국가 차원의 트라우마 회복 프로그램, 피해자 명예 회복 조치, 2차 가해 방지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 당시 가해자들 후손들이 전국 곳곳의 보육원에서 원장 등으로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실태가 어떠한가.

▲ 학대 행위가 있었을 때 가해자가 운영자인지, 직원인지 특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헌법 제13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연좌제를 금지하는 것이다. 현재 아동복지시설은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고, 아동보호전담요원에 의해서 3개월에 한 번씩 아동에 대한 개별 면담을 진행해서 안전을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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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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