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소 앞에서 ‘正’ 수기 기록
서울 투표소 곳곳서 황당한 광경
서울 투표소 곳곳서 황당한 광경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사전투표소가 설치된 서울 강남구 역삼1동 주민센터 앞에서 부정선거론 단체가 투표 참여자 수를 세고 있다. 장종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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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역삼1동 주민센터 앞. 노란색 차단선 안에 옹기종기 모인 시민 4명이 휴대 전화로 투표소를 촬영하며, 유권자 1명이 들어갈 때마다 ‘바를 정’자를 끈질기게 새기고 있었다. 클린선거시민행동,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등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단체에 속한 이들은 “사전투표는 폐지돼야 한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사전투표수를 부풀리고 위조표를 넣는다고 확신해 투표 인원을 일일이 세보고 수기로 기록 중”이라고 했다. 이날 서울 시내 사전 투표소 곳곳에서 비슷한 광경이 펼쳐졌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글. 엑스 갈무리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온 시민들이 사전투표를 맞아 곳곳에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간 사전투표를 꾸준히 ‘부정선거의 온상’으로 지목해 온 상황에서, 이들 대부분이 지지하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직접 사전 투표에 나서는 등 투표를 독려하는 모습을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사전투표 거부를 고수하는 이들은 투표소까지 나가 검증에 나서고 의혹제기를 이어간 반면, 김문수 후보를 위해 일단 투표한다는 이들도 적잖았다.
이날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주로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실제 ‘본투표일 사정이 생길 상황에 대비해 사전투표를 해야 한다’는 의견과 ‘부정선거 우려가 있으니 무조건 본투표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한 오픈채팅방에서는 국민의힘이 김 후보의 목소리를 담아 만든 사전투표 독려 자동응답전화(ARS)까지 논란의 대상이 됐다. 한 지지자가 “해당 음성은 김 후보 목소리가 아니라 인공지능(AI) 합성으로, 중국의 보이스피싱 조직이 개입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의 글을 공유하자, 다른 참여자는 “김 후보도 사전투표했는데 무슨 소리냐”고 맞받았다. 이날 김 후보는 인천 계양구 계양1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자녀와 사전투표를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갈무리
일부 강경한 부정선거론 지지자들은 벌써 부정 의혹을 주장하고 나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재외투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영상이 번지는가 하면, 이날 사전투표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참관인이 직접 센 투표자 수와 선관위 모니터상 투표자 수가 다르다’는 등의 의혹 제기가 이어지기도 했다.
선관위는 부정선거 주장 단체가 투표 방해 등 불법 행위를 할 것에 대비해 경찰청 협조를 받아 사전투표소마다 정복 경찰관을 배치했다. 아울러 전날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선거 사무를 방해하고 사전투표 관리관을 협박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부정선거부패방지대와 이 단체 대표 황교안 무소속 대선 후보를 경찰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