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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국·테러단체 때리던 법…과거 69차례 발동됐지만 '관세부과' 근거는 첫사례


상호관세를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적대국과 테러집단을 때리기 위해 만든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전가의 보도' 마냥 휘두르며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벌이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에 급제동이 걸렸다.

자의적으로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의회를 패싱한 채 전방위적 관세를 부과하는 행태에 대해 미 연방국제통상법원이 28일(현지시간)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선 위법'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당초 지미 카터 행정부 시절인 1977년 제정된 IEEPA는 관세 부과의 근거로 삼기 위한 법이 아니었다.

이 법은 '미국 외에서 전부 혹은 상당 부분이 기인한, 국가안보와 외교정책, 미국경제에 대한 통상적이지 않고 특별한 위협'에 대응해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 다양한 경제적 조처를 할 권한을 부여한다.

그런 까닭에 이슬람 혁명 직후인 1978년 이란에 처음 적용된 이래 북한, 러시아, 중국, 벨라루스, 시리아, 예멘, 아프가니스탄,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등 주로 반미 성향이거나 마약 문제 등으로 미국과 갈등을 빚은 국가를 제재할 때 쓰여왔다.

미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지난해 초까지 미국 대통령이 IEEPA를 활용한 것은 총 69건이지만 관세 부과의 근거로 쓰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IEEPA의 전신 격인 적성국무역법(TWEA)이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통화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과세 대상 품목에 10%의 긴급 관세를 부과하는데 활용된 것이 그나마 유사한 사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법을 동맹국과 우방을 때리는 수단으로 써왔다.

취임 직후인 올해 2월 1일 '좀비마약'으로 불리는 합성마약 펜타닐 반입 문제를 제기하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보편관세를 부과했을 때도, 스스로 '해방의 날'로 지칭한 지난달 2일 한국(25%), 중국(34%), 유럽연합(EU·20%), 베트남(46%), 일본(24%) 등을 포함한 사실상 모든 교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할때도 이 법이 근거로 제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통 국가안보를 이유로 관세를 부과할 때 쓰이는 무역확장법 232조나 무역법 301조 대신 IEEPA를 끄집어낸 것은 새로운 관세가 즉각적으로 시행되도록 하려는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들 법 조항을 통해 관세를 부과하려면 미국 상무부나 무역대표부(USTR)의 조사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최장 270일이 걸리는 까닭이다.

이를 통해 관세 부과의 타당성을 확인하고 상대국과의 협상을 진행하는 동시에 미국내 이해당사자에 미칠 영향 등을 충분히 검토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절차를 아예 생략하고 속도전에 나선 것은 고율관세 부과에 따른 충격을 극대화해 향후 있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려는 것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그가 자신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면서 미 의회의 권한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온 것도 이러한 행보의 배경이 됐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적법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미국 각지에서 소송이 제기됐고, 미 연방국제통상법원 재판부는 이날 상호관세 발효를 차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다만 IEEPA가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명확히 부여했다고 주장해 온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판결을 '사법 쿠데타'라고 비난하면서 즉각 항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 판단을 내리게 될 연방대법원이 연방국제통상법원의 결정에 제동을 걸지도 미지수다.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들 때문에 6대 3의 보수 우위로 재편되면서 친트럼프 성향이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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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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