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7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국빈만찬장에서 열린 백악관 디지털 자산(암호화폐) 정상회담에서 연설하고 있다./연합뉴스
미·중 관세 합의에 대한 기대감 덕분에 주식, 코인 위험자산이 V자 반등했다. 5월 16일 기준 S&P500과 나스닥은 4월 2일 해방의 날(관세 발효)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으며 비트코인은 10만 달러를 돌파하며 전고점 11만 달러 수준까지 올랐다. 코인 전체 시총 또한 3조 달러를 회복하며 저점 대비 30% 이상 상승했다.
특히 그동안 하락폭이 컸던 알트코인의 상승폭이 두드러진다. 이더리움은 저점 대비 50% 올랐고 일부 AI 코인이나 밈코인 역시 저점 대비 몇 배나 오른 경우가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수익 인증샷이나 일확천금을 한 사례가 공유되고 시장에는 다시 애니멀 스피릿이 살아나고 있는 듯하다.
만약 코인 폭등을 보고 FOMO(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를 느낀다면 아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스스로 내릴 필요가 있다. 아래는 해당 질문들에 대한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다. 매수·매도 버튼을 내리기 전에 곰곰이 생각해보고 의사결정을 한다면 불필요한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1. 관세전쟁은 정말 끝났는가?미국과 중국이 1차적으로 합의하는 데 성공했지만 아직 긴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트럼프 1기를 돌이켜보면 2018년 12월에 관세 문제에 합의하는 듯했으나 5개월 만에 협상이 결렬되어 관세율이 다시 높아지고 증시가 하락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이번 합의 역시 ‘종전’이라기보다는 ‘휴전’일 가능성이 높다. 당시 미·중 관세전쟁은 약 2년에 걸쳐 진행되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트럼프 2기 관세전쟁 협상은 이제 막 시작했다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진전이 없다면 언제든 관세를 복원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2. 트럼프는 예측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가?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예측 불가능성으로 유명하며 이는 시장에 큰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인이다. 트럼프가 SNS에 올리는 발언이나 갑작스러운 결정은 주식과 코인 가격의 변동성을 높인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대통령으로 임명되기 직전 트럼프 밈코인을 출시한 바 있으며 이어지는 멜라니아 코인 출시로 인해 코인 시장은 폭락을 경험한 바 있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식을 사라는 포스팅을 올리면서 주식시장이 폭등한 바 있다. 이처럼 트럼프 발언 하나 하나에 시장이 과민 반응하는 것은 건강한 신호는 아니다. 트럼프의 SNS 포스팅 하나로 언제든지 시장의 분위기는 부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
3. 중국은 미국과 협력해 지정학적 긴장을 해소할 의지가 있는가?예상보다 빠르게 중국과 미국이 합의한 것을 보면 양국이 지정학적 긴장을 해소할 의지는 있어보인다. 다만 하늘 아래에 두 개의 태양이 없듯이 두 국가의 불편한 동거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국제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으며 특히 대만, AI 기술 패권처럼 양보하기 어려운 분야에 대해서는 미국과 정면충돌할 여지가 있다. 미국과 중국의 협력이 두 국가의 근본적인 갈등을 해소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트럼프 입장에서도 지지율을 어느 정도 안정화하고 내년 중간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면 다시 한번 중국에 싸움을 걸지도 모를 일이다. 4. 미국은 쌍둥이적자를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가?미국은 높은 금리와 재정적자라는 두 가지 큰 문제를 안고 있으며 이는 달러와 미국의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흔들고 있다. 현재 미국의 국가부채는 GDP 대비 120%를 넘어 역사적 고점을 기록하고 있고 이자로 내는 비용이 국방예산을 초월한 수준이다.
일론 머스크의 DOGE 팀을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는 재정감축을 선언했으나 아직은 기대 대비 예산 감축 효과가 크지 않다. 게다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주목하는 미국채 10년물의 경우에도 금리가 4.5%대를 유지하며 쉽사리 내려가지 않는 상황이다. 만약 고금리와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가 심화되고 시장이 이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경우 증시와 코인 시장은 다시 한번 상당한 변동성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5. 금리인하는 가시화되고 있는가?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제롬 파월 Fed 의장을 자극하며 금리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파월 의장은 단호한 태도이다.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하는 그는 현재 매파적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5월에 발표된 CPI 수치 이후 금리인하에 관한 시장의 기대 역시 낮아진 상황이다. 만약 금리인하가 가시화되고 경기침체가 오지 않는다면 코인 불장을 경험할 수 있겠으나 이에 대한 가시성은 현재 낮은 상황이다. 6. 알트코인은 금이나 비트코인처럼 대안적인 통화로 기능하는가?이번 관세 이슈에서 비트코인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놀라운 수준이었다. 나스닥, 빅테크를 비롯한 위험 자산이 폭락하는 상황에서 비트코인의 퍼포먼스는 상대적으로 견조했다. 혹자는 이를 가리켜 비트코인이 금과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 헤지, 지정학 위기에 빛을 발하는 대안통화의 지위에 올라섰다고 평가한다. 만약 달러를 비롯한 법정화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경우 비트코인은 금과 마찬가지로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알트코인은 어떠한가?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한 알트코인은 대체로 투기성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현실이다. 물론 이더리움, 솔라나, 하이퍼리퀴드와 같은 일부 알트코인은 명확한 PMF(프로덕트 마켓 핏)가 있으나 상당수 알트코인은 시장 조작에도 취약하고 별다른 PMF가 없다. 또한 ETF가 허용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과는 달리 대부분의 알트코인은 아직 증권성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 결론적으로 알트코인은 대안적인 통화로 기능하기보다는 시장의 리스크 온·오프 센티먼트에 따라 가격이 요동치는 투기성 자산에 가까운 것이 오늘날 현실이다.
7. 위험자산(주식 & 코인) 셀오프가 끝났는가?누구는 현재를 코로나 시기와 비교하며 큰 조정 없는 대상승장을 전망하고, 한편에서는 약세장 랠리가 지속가능하지 않고 본격적인 경기침체 및 하락장이 발생할 것으로 말한다.
양쪽의 이유를 들어보면 각자 합당한 이유를 최소 다섯 가지 이상을 댈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올인인 투자를 지양하고 매수·매도 의사결정을 할 때는 위 질문들에 기반해 스스로 답을 내려보아야 할 것이다. 매일 코인 뉴스를 팔로하고 알트코인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며 지갑, 온체인 리터러시가 높은 사람이 아니라면 적립식으로 비트코인을 매수하는 것이 그나마 안정적으로 자산을 불리는 방법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코인 시장에는 큰돈을 어린 나이에 번 사람들이 왕왕 있다. 특히 변동성이 커진 요새 같은 때는 수익 인증을 비롯해서 일확천금의 사례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것을 보면서 FOMO를 느끼지 않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필자의 경험으로 보건대 코인 시장에서 번 돈을 ‘유지’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몇 번 코인으로 돈을 벌었지만 리스크 관리에 실패해서 한 번에 돈을 잃는 케이스가 부지기수다. 만약 누군가 코인으로 일확천금하고 그 부를 유지한다면 그것은 운과 더불어 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을 보고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조급하게 행동하기보다는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면서 롱런하는 것이 투자라는 마라톤에서 승리하는 길이지 않을까.
한중섭 ‘어바웃 머니’, ‘비트코인 제국주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