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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부터), 국민의힘 김문수, 민주노동당 권영국,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6·3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주요 정당과 후보들의 ‘허위사실 공표’ 고발전에도 불이 붙었다. 선거철이면 터져 나오는 허위사실공표죄 조항 등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출마 여부를 좌우했을 정도로 큰 쟁점이 됐다. 그러나 공명정대하고 투명한 선거 과정을 담보한다는 취지와 달리, 현 공직선거법은 상대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의 근거로만 이용되고 있어 시민단체와 학계 등에선 법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현행법이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오히려 유권자들의 권익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23일 대선 후보 2차 TV 토론회에서 나온 이재명 민주당 후보·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발언을 놓고 민주당은 김 후보를, 국민의힘은 이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이 후보는 2012년 대선 당시 제기한 부정선거론에 대해 거짓 해명을 하고, 김 후보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의 관계 문제를 두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유세 과정에서 나온 상대의 연설을 놓고도 허위 발언이라며 고발전을 이어가고 있다. 대선 전 마지막인 27일 TV 토론에서 나온 발언에 대해서도 재차 고발할 가능성이 크다.

당선되거나 되게 할 목적으로,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허위 사실을 공표하면 처벌하는 공직선거법 250조 1항을 둘러싼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지난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이 후보 사건 역시 과거 대선 후보 시절 TV 토론회 등에서 했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이에 민주당은 최근 허위사실공표죄 구성 요건 중 ‘행위’ 부분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법이 개정되면 이 후보에 대한 처벌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

이를 놓고 오랫동안 공직선거법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해 온 학계 연구자나 시민사회단체 등에선 이 후보 한 명을 위해 법이 개정되어선 안 되고, 공직선거법 전체를 손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기본적으로 공직 후보자나 유권자에 대해 ‘하지 말라’는 규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예컨대 허위사실공표죄를 보면 과거엔 처벌 범위가 ‘후보자의 소속·신분·직업·재산·경력 등에 관한 허위 사실’이었지만, 지금은 ‘후보자와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등에 대한 허위 사실’ 등으로 계속 넓어졌다.

이는 과거 ‘고무신 선거’, ‘막걸리 선거’ 등 부정선거·선거운동이 횡행했던 역사 탓에 자리잡힌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가 2021년 허위사실공표죄의 ‘행위’ 조문 등에 대한 위헌 소송에서 합헌으로 결정한 것도 비슷한 취지다. 헌재는 이 조항이 유권자 판단에 영향을 줄 만한 내용을 제재 대상으로 하므로 지나친 처벌이 아니라고 봤다. 공정한 선거를 위해선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거 부정을 방지한다는 법의 목적을 고려해도, 현행법이 시대 변화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사회적 갈등과 비용만 증가시키고 있다는 게 시민단체 등의 지적이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의 오유진 선임간사는 “지금은 후보들의 발언 하나하나에 대해 바로 사실관계가 나오는 세상”이라며 “어떤 게 옳고 그른지 알 수 있는데도, 현행법은 유권자의 판단력을 지나치게 낮게 보고 있다”고 했다. 오 선임간사는 “공직자에 대해 높은 도덕적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심각한 발언은 명예훼손 등 다른 방안으로도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 현재 공직선거법은 매번 우후죽순 쌍방 고발하는 데에 쓰이고 있어 부작용이 크다”고 말했다.

이들은 선거 과정을 제재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결과적으로 공직 후보자뿐 아니라 유권자들의 알 권리나 표현의 자유까지 지나치게 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허위사실공표죄 조항에 대해 찔끔 법을 개정하는 것이 아니라 법을 전체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얘기다. 유성진 이화여대 교수는 “법 자체가 계속 처벌과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는데, 여기에 정치권이 상대를 공격하는 것 외에 어떤 실효성이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며 “유권자들이 정작 후보에 대해 필요한 정보를 얻지는 못하고,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것 등의 자유를 모두 침해받고 있다. 규제 일변도로 이뤄지는 법 개정 방향 자체가 틀렸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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