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건설투자 전년比 8조 급감
올 폐업 신고 건설사 1000곳 넘어
재정 집행 속도 높여 수요 보완
지방·실수요자 세제지원 추진을
올 폐업 신고 건설사 1000곳 넘어
재정 집행 속도 높여 수요 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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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 인천공장에서 철근이 생산되는 모습. 사진 제공=동국제강
[서울경제]
건설 업황이 사상 최악 수준으로 악화하며 동국제강이 26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인천 공장의 철근 생산을 한 달간 멈추기로 했다. 회사 전체 매출에서 약 40%를 차지하는 주요 생산 거점을 셧다운시켜야 할 정도로 현재 건설 경기가 심각한 부진에 빠져 있어 그 여파가 철강 산업까지 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결국 건설 경기 침체에서 비롯된 만큼 공공 인프라 투자 등 정부의 재정 집행 속도를 끌어올리고 건설 수요 회복을 위한 맞춤형 세제 지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국제강은 이날 생산 중단을 공시하면서 그 이유로 ‘공급과잉’을 꼽았다. 동국제강 측은 “건설업 불황으로 인한 전방산업 수요 감소로 지난해 공장 가동률을 60%로 낮춘 데 이어 올해 초 다시 50%로 낮췄다”며 “하지만 이후에도 시장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한 달여간 가동률을 0%로 만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인천 공장은 단일 공장 기준으로 국내 철강 공장 가운데 가장 많은 철근을 생산하고 있다. 연간 국내 철근 생산량 약 1300만 톤 가운데 약 220만 톤을 담당한다. 전기로 2기와 압연 라인 2기를 갖추고 있으며 회사 전체 매출의 40%를 담당하는 핵심 거점이다.
하지만 건설 경기 악화로 인한 수요 침체가 2년 이상 장기화하면서 철근 시장은 만성적인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여름철 산업용 전기료 할증과 원료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철강 업계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중국발 밀어내기 물량 역시 철강사들을 짓누르고 있다.
동국제강의 올 1분기 봉형강 공장 가동률은 57%로 지난해 같은 기간(75.2%)에 비해 20%포인트 가까이 줄었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6월 업계에서 처음으로 제한적 야간 조업을 실시해 공장 가동률을 60%까지 줄인 후 올 들어 50%대까지 추가로 낮췄다. 다음 달까지 50%대 가동률을 유지하다 7월 하순 인천 공장 셧다운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가동률 감소는 비단 동국제강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철강도 1분기 철근 공장 가동률이 59.6%로 전년 동기(67.2%) 대비 더 떨어졌다. 대한제강과 와이케이스틸의 1분기 철근 공장 가동률은 각각 62%, 31%로 한 달에 보름은 가동을 멈추는 실정이다.
현대제철은 경영 악화로 임원 급여를 20% 삭감하고 전 사업 부문에서 희망퇴직을 받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앞서 현대제철은 4월 한 달간 인천 공장의 철근 생산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면 중단한 바 있다
문제는 건설 경기 부진이 길어지면서 철강 업계의 위기를 단기간에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방산업인 건설 경기가 살아나야 철근 공급과잉 등 철강 업계가 당면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건설업 투자와 고용 등 건설업 업황을 나타내는 지표는 최근까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이달 내놓은 ‘건설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7조 9000억 원(12.2%) 감소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한창인 1998년 4분기(-17.7%)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같은 기간 건설투자의 국내총생산(GDP) 성장 기여도는 –1.5%포인트로, 이 역시 1998년 4분기(-3.8%포인트)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 들어 폐업 신고를 한 건설사는 1000곳을 넘어섰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키스콘)에 따르면 26일 기준 폐업을 신고한 업체 수는 1418건에 달한다. 종합공사업은 265건, 전문공사업은 1153건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건설 경기가 내수는 물론 철강 등 후방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재정 집행 속도를 높여 위축된 수요를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달 1일 국회를 통과한 13조 8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에는 철도·도로 유지 보수(약 3000억 원)와 임대주택 리츠 출자(1500억 원) 등 건설 경기 진작 방안 또한 포함돼 있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실 건설사는 정리해야겠지만 어느 정도 회생 가능성이 있는 곳은 살려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향후 주택을 공급할 회사가 없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 경기 회복을 위해 지방과 실수요자 중심의 세제 혜택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방에 한정한 취득세 및 양도소득세 완화 같은 파격적인 세제 인센티브는 인구 유입과 거래 활성화의 유효한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세금 감면이 단기적으로는 재정 부담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실수요자 중심으로 설계한다면 장기적으로는 거래 증가와 지역 소비 확대로 인한 세수 회복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