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육류 위주 식사 장·노년층 발병 급증
약한 소변 줄기, 잦은 배뇨 등 증상
호르몬 치료… 4기라도 7년 생존사례
육류 위주 식사 장·노년층 발병 급증
약한 소변 줄기, 잦은 배뇨 등 증상
호르몬 치료… 4기라도 7년 생존사례
전립선암은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거나 경미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소변 줄기가 약해지거나 밤에 자주 소변을 보는 등 조금이라도 이상이 느껴지면 비뇨의학과 전문의 진료를 통해 전립선암 여부를 조기에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조 바이든(82) 전 미국 대통령의 ‘뼈까지 전이된 전립선암’ 진단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노년층 사이에 전립선암에 관한 관심이 높다. 전립선암은 서구는 물론 일본 대만 홍콩 등 동양권에서도 남성암 1위일 정도로 급증하는 추세다. 한국도 2022년에 2만754명이 발병해 전년보다 2단계 뛰어 남성암 2위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2023년부터 전립선암이 이미 폐암을 제치고 남성암 1위에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는 학계의 예측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립암센터 정재영 전립선암센터장은 26일 “올해 말 공개될 2023년 암등록통계엔 이런 변화가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70대에서 가장 많이 발병
전립선암은 고령 인구에서 많이 발생하고 유전적 요인, 서구적 식습관 등이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2022년 국내 전립선암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70대가 41.7%로 가장 많았고 60대((32.7%) 80대 이상(18.2%) 순이었다. 전립선암 가족력이 있으면 없는 사람보다 발병 위험이 8배 높다. 또 흔히 여성에게서 유방·난소암 등을 일으키는 ‘브라카(BRCA1·2) 유전자’가 남성의 전립선암 발병에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고지방·육류 위주 식사도 전립선암 증가에 영향을 준다.
바이든 전 대통령의 전립선암 진단에서 궁금한 점은 암이 뼈에 퍼질 때까지 왜 일찍 찾아내지 못했을까 하는 것이다. 일각에선 재임 중 발병을 숨긴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시각도 있지만 그가 2014년(당시 72세) 이후 전립선암 진단을 위한 혈액 내 PSA(전립선 특이항원) 검사를 받지 않았다면 그럴 수 있다는 전문가 반론도 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당시 70세 이상 남성에게 PSA 검사를 권장하지 않는 미국 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USPSTF)의 지침을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도 75세 이상 노인에게서 의심 증상이 없으면 PSA 검사 등 정기 검진은 권고되지 않는다. 해당 연령대의 경우 PSA 검사로 전립선암을 일찍 찾아낼 순 있겠지만 검사가 많아지면서 ‘위양성(가짜 암)’이나 과잉 진단·치료 위험이 덩달아 커질 수 있어서다.
아울러 전립선암은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거나 경미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신동호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특히 고령의 남성에게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전립선암의 주요 증상은 소변 시작의 어려움, 약한 소변 줄기, 잦은 소변, 특히 야간에 빈번한 배뇨, 혈뇨나 혈정액 등이다. 이런 증상 중 일부는 전립선비대증 같은 양성 질환과 비슷해 환자나 의료진이 암을 의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전이가 있으면 뼈 통증이 나타난다. 신 교수는 “소변 증상과 관련해 조금이라도 이상하게 느껴진다면 비뇨의학과에서 초기 전립선암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국과 한국 등의 전립선암 진료 가이드라인은 50세 이상 남성에게 PSA 검사를 권장하며 가족력이 있으면 45세부터 검사 시작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4기라도 병용 치료로 평균 4.5년 살아
중앙암등록통계 병기별 5년 상대 생존율(2018~2022년)을 보면 전립선암 진단 시 국한 단계(암이 전립선에 머뭄, 1·2기)이면 생존율이 103%, 국소진행 단계(전립선 피질이나 주변 림프샘 침윤, 3기)이면 101.2%에 달한다. 해당 단계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받으면 일반인보다 오래 산다는 의미로, 전립선암은 흔히 ‘순한 암’으로 통한다. 하지만 암이 뼈나 간·폐로 전이된 4기일 경우엔 매우 공격적으로 변신해 5년 생존율이 49.6%로 절반에 못 미친다. 국한 단계 전립선암 진단율은 52.3%, 국소진행 단계는 25.6%로 조기 발견 비율이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9.7%는 여전히 많이 늦은 원격 전이 단계에서 진단되는 실정이다.
정재영 센터장은 “치료 예후는 첫 진단 시 환자 상태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암의 분화도를 나타내는 ‘글리슨 점수’가 9~10점이면 굉장히 안 좋은 상태로, 바이든도 9점에 해당했다. 또 전립선암은 먼저 뼈로 옮겨가고 이후 간·폐로 퍼지는데, 이런 내부장기 전이일 때 예후가 제일 나쁘다”고 설명했다.
1~3기 전립선암의 경우 수술이 표준 치료다. 3기인 경우 수술과 남성 호르몬 차단 약물치료(화학적 거세)와 방사선 혹은 양성자·중입자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전립선암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암세포를 자극해 성장·진행된다. 수술은 요즘엔 대부분 로봇으로 이뤄진다. 요실금, 성 기능 장애 등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4기는 호르몬 차단 약물치료가 기본이다. 처음엔 대부분 이에 반응하지만 100%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으로 진행된다. 이 때문에 기존 호르몬 차단 약물을 기본으로 새로 나온 호르몬 치료제나 일반 독성 항암제를 병용하는 요법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정 센터장은 “이런 치료를 통해 4기라도 평균 4.5년, 길게는 7년까지 생존한 사례도 보고돼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전립선암세포에만 방사성 물질(루테슘)을 뿜어내 사멸시키는 신약(방사성 의약품)도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