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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창 경실련 유권자운동본부장>
2004년부터 운영 중인 시스템 소개
이념 성향 가까운 후보자 추천 방식
국민의힘의 불참으로 선택지에 한계
"비호감 선거라도 투표는 우리 의무"
임효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유권자운동본부장이 21일 서울의 한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 본부장은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은 유권자들이 본인 생활과 밀접한 공약들을 중심으로 대선 후보들의 자질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다빈 기자


"6·3 대통령 선거일에 어떤 후보에게 투표할지 고민되면 딱 3분만 투자해 보세요."

제21대 대선이 불과 12일 앞으로 성큼 다가온 지난 21일, 서울의 한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임효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유권자운동본부장은 '정당선택도우미' 시스템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대선을 맞아 경실련이 전날부터 운영에 들어간 정당선택도우미는 간단한 설문조사를 통해 유권자의 정치 성향을 파악한 뒤 이념적으로 가장 가까운 대선 후보를 찾아주는 서비스다. 정치 영역의 'MBTI(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 검사'로 볼 수 있다.

경실련이 이런 시스템을 구축한 이유는 유권자 5명 중 1명꼴로 나타날 만큼 '무당층'이 적잖은 현실과 관련이 있다. 예컨대 본보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지난 12일부터 이틀간 전국의 성인 3,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누구에게 투표할지 모르겠다'고 응답한 사람 비율은 16%,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고 밝힌 비율은 6%였다. 이들에게 경실련의 정당선택도우미가 투표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정당선택도우미의 운영 이틀 만에 이용자 수가 3만 명을 돌파할 만큼 반응도 뜨겁다.

경실련은 정당선택도우미 서비스 운영과 동시에 주요 대선 후보들의 정책 공약 평가도 실시했다. 결과는 '공약 완성도, 기대에 미치지 못함'이었다. 조기 대선 특성상 유권자에게 필요한 정책을 고민하는 데 시간이 부족했던 탓으로 풀이된다.

유권자 입장에서 정당선택도우미의 활용법, 그리고 이번 대선에 출마한 각 후보의 공약에 대한 총평 등을 임 본부장으로부터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홈페이지를 통해 접속 가능한 '정당선택도우미' 서비스 화면. 15개의 질문에 대답하면 결과 화면에서 본인의 정치 성향과 가장 유사한 대선 후보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다. 경실련 홈페이지 화면 캡처


-'정당선택도우미'의 사용법과 원리가 궁금하다.


"PC나 모바일로 경실련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참여 버튼이 보인다. 이를 클릭한 다음에 이름과 거주 지역, 성별, 나이를 입력한 뒤 정책 지향점을 판단하는 15개 질문에 대답하면 된다. 예컨대 1번 질문은 '국방 예산은 늘려야 하며, 군사력은 국가 안보의 핵심이다'인데, 그 대답으로 ①매우 찬성 ②찬성 ③반대 ④매우 반대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모든 문항에 답을 마치면 결과 화면에서 이용자의 이념 성향과 가장 유사한 대선 후보가 소개된다. 이용자가 응답한 15개 문항은 경실련이 각 당 대선 후보 측에도 보낸 질문지 중 일부다. 후보들이 작성한 답변과 유권자 답변을 상호 비교해 생각이 가장 비슷한 대선 후보를 추천하는 구조다."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주의할 점은 없을까.


"정당선택도우미는 2004년부터 대선과 총선 때마다 운영되며 개선을 거듭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응답 방식을 기존 3단계(찬성·중립·반대)에서 4단계(매우 찬성~매우 반대)로 세분화해서 정밀도를 높였다. 다만 15개 문항만으로 이용자의 정치 성향을 100% 파악할 순 없다는 한계는 감안해야 한다."

경실련이 운영하는 '정당선택도우미' 서비스의 결과 화면 예시. 이용자와 생각이 가장 비슷한 대선 후보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다(왼쪽). 동시에 진보~보수 사이의 이념 스펙트럼에서 본인과 각 대선 후보의 위치를 비교하는 것도 가능하다. 경실련 홈페이지 화면 캡처


"게다가 21일 기준으로 국민의힘은 정당선택도우미에 참여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의 불참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실련은 수차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측에 질문지 답변을 요청했지만 여전히 응답이 없다. 그 결과 정당선택도우미에서 이용자에게 추천 가능한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중도 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중도 보수),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극진보) 등 3명뿐이다. 국민의힘이 정책 선거를 치를 의사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참여해야 한다."

-'정당선택도우미' 이용자들 반응은 어떤가.


"이른바 '성격 유형 검사'로 불리는 MBTI 검사를 했을 때 본인은 평소 '내향적' 성격으로 생각했으나, 결과에서는 '외향적' 성향으로 나오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마찬가지로 정당선택도우미를 해 봤더니 본인을 중도 보수 성향으로 생각했는데, 진보적인 사람으로 나타나는 경우들이 있다. '나 자신도 모르는 정체성을 찾을 수 있었다'는 평가를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

임효창(가운데) 경실련 유권자운동본부장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약을 평가하고 있다. 뉴시스


-지지율 1위인 이재명 후보 공약을 평가한다면.


"대선 후보들 가운데 정책적인 측면에서 가장 많은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경실련은 각 후보 공약을 △개혁성 △구체성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평가해 왔다. 이 후보의 경우 개혁성 면에서는 기존의 민주당이 추구했던 이념 성향에 비해 '우클릭'한 공약들이 눈에 띈다. 공약 내용들은 구체적이지만,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언급되지 않은 사례들이 있어 실현 가능성에서 한계를 보였다."

-보수 진영 선두인 김문수 후보는 어떤가.


"이 후보에 비해서는 공약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폐지나 간첩죄 적용 범위 확대 등의 공약은 과거 권위주의로 회귀하는 측면이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 확대 등 개발 공약으로 경제 발전을 추구하는 반면, 사회 양극화 문제나 복지 담론 등에 관해서는 의지가 부족한 편이다."

-제3지대인 이준석 후보의 공약 특징은.


"공학도 출신으로서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한 어젠다를 제시한 게 돋보인다. 젊은 정치인인 만큼 청년 세대를 위한 공약도 많다. 다만 대통령은 사회의 다양한 분야와 세대를 아우르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공약의 다양성이 떨어진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선거 전략을 추진 중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일보와 만난 임효창 경실련 유권자운동본부장은 "경실련은 선거 때마다 자체 정책을 만들어 각 당에 공유하고 있다"며 "취지에 공감하고, 발전 가능성이 있는 정책들은 최대한 공약으로 채택해 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다빈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 따른 6·3 대선의 특징은.


"12·3 계엄을 경험한 유권자들은 '통제받는 권력'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이번 대선만큼은 경제 문제나 사회 복지 등 의제만큼이나 권력 구조의 개혁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시점에서 대선이 실시되는 바람에 후보들은 정책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사전투표일을 일주일 남긴 지금도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공약집이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정보가 제한된 여건에서 투표하러 가야 하는 실정이다."

-정치 양극화 탓에 '묻지 마 투표'가 이뤄질 우려도 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전후로 진영 논리가 강화되면서 정치인뿐만 아니라 지지자들도 상대편을 악마화하는 세태가 생겼다. 이념에 갇혀 있다 보니 상대 후보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식이다. 비록 '내가 지지하지 않는' 후보나 정당에서 나온 공약이라도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면 수용할 필요가 있는데, 그런 기회가 제한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제21대 대선에 출마한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의 현수막들이 지난 22일 서울 성북구의 한 도로가에 걸려 있다. 연합뉴스


-'비호감 대선' 탓에 투표하지 않겠단 사람도 많은데.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은 선거다. 앞으로 집권할 정부의 국정 운영이 부적절할 때 제대로 비판하기 위한 명분을 얻기 위해서라도 유권자는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면 '덜 마음에 드는 후보'를 선택하기 위해서라도 투표소에는 가야 하는 게 유권자의 의무다. 이번 선거가 대선 후보들의 비호감 경쟁으로 치러졌느냐는 (향후) 투표율로 판단할 수 있다. 남은 선거운동 기간마저 공약이 실종된 채 '깜깜이 선거'로 흘러간다면 투표율은 내려갈 수밖에 없다."

-이번 대선에도 부정선거 논란이 따라다닐까.


"그럴 가능성이 크다. 근거가 없는 부정선거 의혹 제기는 민주주의 근간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최근까지 제기된 부정선거 의혹들은 법적 허용 범위나 사회적 규범을 넘어서는 수준의 음모론이었다. 부정선거론이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다. 다만 부정선거 가능성에 대한 최소한의 근거를 확보해서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문제 제기가 이뤄진다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검증을 통해 의혹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기사 앞부분에서 언급한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한국일보 의뢰)는 지난 12, 13일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남녀 3,000명에게 총 107개 질문을 묻는 심층조사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31.5%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1.8%포인트다. 표집틀은 한국리서치마스터샘플 기준 전국 97만5,072명을 대상으로 뽑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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