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9년 10월 30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씨가 초등학생들이 보내온 편지 내용을 들으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김창길 기자


[주간경향] 무엇이 그리 급했을까. 지난 5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처리한 과정은 그야말로 ‘초고속’이었다.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지 34일 만에, 전원합의체에 사건을 회부한 지 9일 만에 판결이 나왔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취임 후 신속한 재판을 여러 번 강조했다. 이재명 판결에서 대법관 5명은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내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우리 헌법과 법률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고 했다. 신속한 재판의 중요성은 그 자체로는 맞다. 문제는 누구에게나 이재명 사건처럼 신속한 재판 받을 권리가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을 받기까지 무려 13년 8개월이 걸렸다. 현재도 대법원은 피해자들이 낸 현금화명령 신청사건을 3년째 심리하고 있다. 피해자들 대부분은 법원 판단을 기다리다 생을 마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진짜 사장’과 교섭하게 해달라는 사건, 불법 파견과 부당해고로부터 구제해달라는 사건도 판결 하나를 받기까지 수년이 걸린다.

법원은 왜 이재명 사건은 통상적 절차를 건너뛰며 신속한 결론을 내고, 왜 어떤 사건은 뭉개고 침묵하는가. 그 이중잣대는 힘없는 약자들에게 더 가혹하게 작동한다. 지금 이 시각에도 수많은 재판 당사자는 “이재명에게 한 초고속 재판, 우린 왜 안 되나요”라고 묻는다.

지연된 판결, 왜곡된 피해구제

고 이춘식씨가 일본에 간 것은 1941년, 그가 17세 때였다. 일본제철의 가마이시제철소에서 코크스를 용광로에 넣고 용광로에서 철이 나오면 다시 가마에 넣는 노역에 종사했다. 노동강도가 셌지만 임금은 받지 못했다. 외출이 금지됐고, 일본 헌병들은 일을 거부하는 노동자에게 발길질을 했다. 이씨는 일을 하다 다쳐 3개월간 입원도 했다. 1944년 징병돼 고베의 부대에 배치됐다가 해방 후 귀국했다. 이씨는 2005년 일본제철을 상대로 강제동원에 따른 피해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그러나 지난 1월 그가 10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법적 절차는 종결되지 못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고 이춘식씨의 장남 이창환씨가 지난 5월 14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재판 지연으로 인해 생긴 문제를 말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지난 5월 14일 만난 이씨의 장남 이창환씨(69)는 “아버지가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으로부터 사과와 배상을 받아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지키겠다고 생전에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이춘식씨는 평소 ‘나라 없는 국민은 벌판에 버려진 새끼 양과 같다. 그래서 승냥이 떼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며 한국이 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창환씨는 “우리도 국가, 국민의 자긍심과 자존심이 있는데 왜 일본에 얽매이고 동조해야 하느냐, 젊은 청춘에 일본에 가서 피해를 받았기 때문에 일본 정부와 기업이 배상해야 된다고 하셨다”고 했다.

소송 쟁점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강제동원 피해자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는지였다. 1심 3년, 항소심 1년, 상고심 2년 9개월이 걸렸다. 2012년 대법원 1부가 피해자들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그런데 2013년 재상고심에서 대법원이 판단을 계속 미뤘다. 피해자들이 신속한 판결을 촉구해도 법원은 말이 없었다.

왜 대법원이 선고를 지연했는지는 2017년 사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드러났다. 일본 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들, 대법원 산하의 법원행정처,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외교부가 강제동원 사건을 일본 기업 승소로 끌려고 뒤에서 협의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의뢰인 이익이 우선인 변호사, 상고법원 도입에 협조가 필요했던 대법원, 한·일관계 악화를 우려한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2012년 판결을 뒤집기 위해 심리 절차를 늦추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사법자제론’을 내세웠다. 사법자제론은 외교·안보 같은 고도의 정책적 판단, 정치 문제에 대해 사법이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대법원은 재상고심에서 5년 3개월을 끌고 2018년에야 피해자들 승소를 확정한다. 사법자제론으로 강제동원 피해자들 판결을 미룬 대법원이 이제는 국민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유력 대선후보에 대한 적극적 판결로 정치 개입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다.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씨(96)가 낸 현금화명령 신청사건은 3년, 이춘식씨가 낸 사건은 2년 5개월째 심리 중이다. 법원이 판단을 미루는 사이 피해구제는 뒤틀렸다. 윤석열 정부가 제3자 변제를 추진한 것이다. 법원이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한국 기업 돈으로 대신 배상하겠다고 했다.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그냥 받고 마무리하자’는 회유와 설득이 들어왔다. 지난해 10월 김성주씨를 비롯해 법원 판단을 기다리던 피해자들은 차례로 숨을 거뒀고, 양씨는 3년째 병원에서 요양 중이다. 제3자 변제 앞에서 가족들 사이엔 금이 가기 시작했다.

강제동원 판결 확정 6주년인 지난해 10월 24일, 창환씨는 대법원 앞에서 현금화명령을 빨리 결정해달라고 촉구하는 시위를 하다 제3자 변제금이 지급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동생이 신청했다는 것이다. 고령의 이춘식씨는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거나 직접 서명할 건강 상태가 아니었다. 창환씨는 “너무 황당했다”며 “아버지가 그렇게 고생하고 투쟁을 해왔는데 한순간에 뒤엎는다는 것은 아버지 뜻을 왜곡하고 자식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창환씨는 동생을 경찰에 고발했다.

지난 5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하기 전 조희대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런 창환씨는 초고속으로 진행된 대법원의 이재명 판결을 보면서 허탈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우리 사건은 10년 넘게 지연을 시키면서도 (이재명 사건은) 이렇게 하니까 이해할 수가 없죠. 형평성에 어긋나고요. 빨리 결정하지 않으니 사법부가 정권 눈치를 보면서 본연의 임무를 못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들 수밖에 없어요. 이것 때문에 가족 간에 갈등과 불화도 생겼잖아요. 우리 가족은 3 대 3으로 갈려 있는 상황이에요. 사법부가 본연의 임무를 해달라고 강력히 이야기하고 싶어요.”

재판 지연의 책임은 누가 질까. 법원은 정작 법관 책임을 묻는 사법농단 재판은 더디게, 또 무르게 처리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은 1심에만 5년 가까이 걸렸다. 법리에 해박한 고위 법관 출신 피고인들이 재판 단계마다 형사소송법 대원칙, 피고인 권리를 끄집어낸 탓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1심은 재판 개입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양 전 대법원장은 몰랐다고 했고, 법원행정처가 강제동원 소송 시나리오와 대응방안을 검토한 게 직권남용죄도 아니라고 했다. 강제동원 사건 핵심 쟁점이 담긴 법원행정처 문건이 대법원 재판부로 넘어갔지만 단순한 참고자료 전달이라고 했다. 이런 법원의 내로남불 태도에 과연 시민들은 수긍할 수 있을까.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사법농단 때문에 피해자들이 거의 다 돌아가시고 겨우 판결을 받았는데 지금 또 다른 식으로 사건을 깔고 뭉개서 피해자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며 “판결 지연으로 피해자들은 일본 기업, 일본 정부와 싸우다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싸우는 상황이 되고, 가족들마저 분단이 됐다. 이 얼마나 비참한 일이냐”고 했다. 김 실장은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고 말해왔는데 대법원이 (이재명 판결에서) 선택적·선별적으로 그런 말을 썼다는 것에 피해자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쥐고 묵힌 사건들, 답답한 노동자들

노동사건도 유독 심리가 오래 걸린다. 노동사건은 쟁점이 복잡하고 자료가 방대해 오래 걸린다고 하지만 그렇게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사법농단 사건을 보면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에 여러 노동사건을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사례’로 제시한다. 대법원이 심리 중이던 발레오만도 사건은 선고도 전에 협력사례로 제시했는데, 실제 대법원이 금속노조 승소였던 원심을 파기했다.

휴일수당 중복할증 사건 관련해선 “기업의 막대한 추가 부담 고려”, “노사정위원회의 노동개혁 결과 도출 시까지 대법원판결 선고 잠정 보류”라는 내용이 나온다. 재계와 정부 입장을 고려해 선고를 미룬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6년 6개월을 심리해 2018년 6월 판결을 내렸다. 심리를 끌다가 국회가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도록 법을 개정하자 입법상황을 이유로 노동자들 패소로 끝냈다.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 문제와 얽혀있는 현대중공업 원·하청 단체교섭 사건은 현재 대법원이 6년 6개월째 심리하고 있다.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원청 기업이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하느냐가 쟁점이다. 2018년 12월 대법원에 사건이 올라갔는데 대법원 1부에서만 5년여간 심리가 이어졌다. 지난해 3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뒤 1년 3개월이 지났다.

지난해 5월 28일 노조법 제2·3조 개정운동본부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처럼 대법원은 즉각 현대중공업의 원청 사용자성과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하는 판결을 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 제공


최근 조선업은 초호황이지만 판결이 나오지 않으면서 하청노동자들은 노동 3권이 박탈된 삶을 살고 있다. 현대중공업엔 240여개 하청업체가 있고, 전체 노동자 3만여명 중 70% 이상이 하청노동자인 것으로 알려진다. 하청노동자 없이는 사업장이 굴러갈 수 없는 구조지만 이들은 원청과도, 하청업체와도 교섭을 하지 못했다. 원청은 판결이 없어서 교섭을 거부하고, 하청은 실질적 권한이 없기 때문에 교섭을 해봤자 실효성이 없다. 임금 인상, 노동조건 개선, 노조 활동도 제한을 받는다.

현대중공업은 큰 영업이익을 올리면서도 하청업체에 기성금(도급비)을 충분히 주지 않는다는 게 노조 쪽 설명이다. 이병락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지회장은 “교섭을 해도 하청업체가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2016년 이후 하청업체와 교섭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대법원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이런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조선업은 초호황으로 최대 영업이익을 올린다고 하는데 하청노동자의 임금은 오히려 깎이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하청노동자 외에 특수고용·플랫폼 노동 등 다양한 형태의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난다. 노동계에선 노동조합법 개정과 별개로 대법원이 빠르게 노동자 보호를 위한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지회장은 “헌법이 보장하는 신속한 재판 받을 권리는 이재명에게만 부여되는 것인가 싶어 화가 난다”고 했다. 그가 말했다. “사법부는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다고 이야기하죠. 그런데 정말 평등한가요? 같은 저울 위에 있는 게 맞나요? 우리 하청노동자들은 정규직을 시켜달라는 것도 아니고 진짜 사장인 원청과 교섭을 통해 임금, 복지, 안전, 고용형태를 논의하게 해달라는 것이거든요. 법원이 그 판단을 해줘야 하는데 누구에게는 신속한 재판 받을 권리를 부여하고, 누구에게는 오히려 자본의 입장을 들어 권리를 원천봉쇄하고 있잖아요. 신속한 재판 받을 권리는 사실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권리인데 과연 그렇게 되고 있느냐는 말이죠. 판결이 나오지 않으면 결국 현실에 부닥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를 각오하고 싸울 수밖에 없는 거예요.”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 때 쿠팡의 물류센터 방역실태를 외부에 알렸다가 근로계약 만료를 통보받은 노동자 강민정씨(54)는 1심에서 ‘해고 무효’ 판결을 받는 데 3년 9개월이 걸렸다. 강씨는 18세 때 청계천 7가의 옷 공장을 시작으로 스포츠의류 제조공장과 판매 매장, 대형마트에서 일했다. 초과 노동이 부지기수였고, 노조 활동을 이유로 입사를 거부당하기도 했지만 강씨는 문제를 제기하거나 소송을 걸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고 한다.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다 일하게 된 쿠팡 물류센터에서 해고를 당하면서 구제를 받기 위해 처음으로 법원을 찾았다. 소송을 낸 2020년 9월엔 이 싸움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입구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 /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 5월 15일 만난 강씨는 법정이 ‘밀어내듯 사건을 처리하는 곳’처럼 보였다고 했다. 재판은 한 번에 5분이 채 되지 않아 끝났다. 강씨는 “내 사건이기 때문에 발언을 하고 싶었지만 사건이 너무 많이 밀려 있었다”며 “방청석에 다음 사건 대기하는 사람들로 꽉 차 있어 말할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시간이 흘러도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건강은 악화됐고 경제적 어려움도 생겼다. 기다리다 못한 강씨는 지난해 2월 대법원에 신속한 재판을 촉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강씨가 말했다. “판결이 빨리 나올 것이라는 생각은 애초부터 해보지 않았어요. 주변에서 소송을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라고 했거든요. 해고사건은 (재판을 받는 동안) 밑바닥 생활을 해야 해서 스트레스가 심하니 그냥 네 길을 묵묵히 가다 보면 결과가 나올 거라고요. 이재명 재판과 현장 노동자의 재판은 너무 다르죠. 이재명도 만약 대선 후보자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판결이 빨리 나왔을까요?”

지난해 6월 1심 재판부는 강씨에게 계약 갱신의 기대권이 있음에도 쿠팡이 합리적 이유 없이 계약 만료를 통보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저는 해고소송을 하면서 노동운동을 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자본에 내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알게 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간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제가 노동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끈기 있게 할 수 없었을 거예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고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겠어요? 특히 해고소송은 얼마나 걸릴지 기약할 수가 없잖아요. 소송을 하기 전까지 법은 약자의 편인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어요.” 많은 이들이 지난한 재판 절차 때문에 구제받기를 포기한다.

선택적 정의, 누가 수긍하겠는가

어떤 사건을 처리하는 적정한 기간이 언제인지를 똑떨어지게 정하긴 어렵다. 개별 사건마다 다양한 사정이 존재하고, 쟁점의 복잡한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대법원장과 법원장 등 사법행정권자가 신속한 재판을 강요하면 법관 독립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속한 재판만큼이나 공정한 재판, 충실한 재판이 중요하고 법관은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든 사건이 이재명 판결처럼 신속하게 처리되지 않는 현실이다. 이번 사태를 지켜본 여러 법조인도 유무죄 판단은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면서도 대법원 절차 진행의 ‘이례성’과 ‘선택적 정의’는 심각한 문제였다고 공통적으로 말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경험이 있는 법조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빨랐다”거나, “이렇게 절차를 진행할 수도 있는 줄 몰랐다”고 했다. 한 법조인은 “(이재명) 재판을 신속하게 했다고 해서 국민과 다른 재판의 많은 당사자가 ‘법원이 이제 신속한 재판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겠느냐”며 “신속함도 적정한 선이 있는데 그 선을 넘었기 때문에 법원 내부에서도 수긍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씨가 2022년 11월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현금화명령 사건을 신속하게 판결해달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이재명 판결에만 적용된 신속함은 대법원이 정치적 의도를 품은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게 만들고, 법원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킬 수밖에 없다. 다른 법조인은 “지금도 얼마나 많은 사건이 기다리고 있느냐”며 “사건을 언제 선고할지는 법원 권한이라 하더라도 재량은 항상 적정하게 행사돼야 하고, 신속과 공정의 균형을 잡으려 노력해야 한다. 이번 건은 누가 봐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절차였다”고 했다. 한 판사는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에 “신속한 재판을 강조했던 대법원장에게 이런 큰 그림이 있는 줄 몰랐다”며 “신속한 재판의 대상은 모든 재판이 아니라 이번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었다”고 썼다.

강제동원 피해자 고 이춘식씨의 장남 이창환씨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법부가 새롭게 태어났으면 한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요즘 사법부가 비판을 많이 받죠. 사법부가 위축돼 갈팡질팡하며 제자리를 못 지킨다면 그것 또한 국가와 국민이 피해를 받아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강제동원 판결도 결국 피해자들 승소를 받았잖아요. 시민의 감시와 채찍질로 사법부가 각성하고 성찰해 새롭게 태어나면 좋겠어요. 국민의 눈을, 국민의 마음을 읽어야 해요. 진보냐 보수냐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어떻게 권력을 행사하는 게 올바른 것인지 돌아봐야 해요. 사법부 스스로 쇄신하고 반성해서 국민과 함께 갈 준비를 해야죠. 그럴 때 법과 정의가 올바르게 서고 국가와 국민도 행복하고 편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7740 지독한 '사법 불신' 판친 이 나라…국민이 판사 직접 뽑는다 [세계한잔] 랭크뉴스 2025.05.25
47739 크보빵 불매, 대선 쟁점 부각... SPC 노동자 사망 사고 '후폭풍' 랭크뉴스 2025.05.25
47738 팔란티어, 전쟁 끝나도 뛴다…이 뉴스 터지면 그때 팔아라 랭크뉴스 2025.05.25
47737 ‘12·3계엄 인권침해’ 묻자 “윤석열 방어권 권고” 답한 인권위···소수자 대책은 회피 랭크뉴스 2025.05.25
47736 “전광훈에 눈물 흘렸잖아” vs “부정선거 주장했잖아” 맞고발 [지금뉴스] 랭크뉴스 2025.05.25
47735 매일유업이 샤브샤브를 만든다고?...준비만 2년 걸린 ‘샤브식당 상하’ 랭크뉴스 2025.05.25
47734 ‘12·3계엄 인권침해’ 묻자 “윤석열 방어권 권고했다” 답변한 인권위···소수자 대책은 회피 랭크뉴스 2025.05.25
47733 'SKT 해킹' 개인정보 분쟁조정 신청 수백명…"정부 대응 소극적" 랭크뉴스 2025.05.25
47732 대통령감은 누구인가?…대선 TV토론 속 진짜 리더의 민낯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랭크뉴스 2025.05.25
47731 "대선 때 투표 고민되면 경실련 '정당선택도우미' 사용해 보세요" [인터뷰] 랭크뉴스 2025.05.25
47730 자다 깨보니 집앞에 화물선이…노르웨이서 좌초 사고 랭크뉴스 2025.05.25
47729 ‘월세 뉴노멀’… 단독·다가구 임대차 거래, 10건 중 8건이 월세 랭크뉴스 2025.05.25
» »»»»» 이재명에게 한 초고속 재판, 우린 왜 안 되나요···약자들의 '지연된 정의' 랭크뉴스 2025.05.25
47727 “한국에 엄청난 기회”...글로벌 ‘원전 르네상스’ 속도 랭크뉴스 2025.05.25
47726 ‘국내 최장기 특허 소송’ 11년 얼음정수기 전쟁…코웨이 ‘판정승’ [장서우의 판례 읽기] 랭크뉴스 2025.05.25
47725 [대선공약] 李도 金도 '간병비 급여화'…건강보험 재정 확보가 관건 랭크뉴스 2025.05.25
47724 사모펀드로 넘어가기 직전인 롯데렌탈…직원들은 뒤숭숭 랭크뉴스 2025.05.25
47723 또 경영권 분쟁? 한진칼-호반 지분 경쟁···주주이익 빠진 채 되풀이되는 ‘쩐의 전쟁’[산업이지] 랭크뉴스 2025.05.25
47722 전문가들 "한은, 0%대 저성장 위기에 29일 기준금리 낮출것" 랭크뉴스 2025.05.25
47721 김문수·이준석, '마이웨이' 가나…단일화 '1차 시한' 넘겨 랭크뉴스 2025.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