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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호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인체 정보 통합해 연구하려고 KAIST 교수로 ‘인생 2막’
AI 통해 질병 예측하고 건강한 노화법 제시할 것”

송민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그는 1986년 충남대 의대를 졸업하고 내분비대사내과 전문의로 40년 가까이 활동했다. 충남대학교병원장까지 지냈다. 의사 출신 교수는 KAIST에도 여럿 있지만, 대학병원장 출신은 처음이다. 은퇴하고 요양병원장을 맡으면 어려움 없이 큰 돈을 벌 수 있음에도 그는 연구를 하겠다고 정년을 앞두고 KAIST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8일 KAIST 대전 문지캠퍼스에서 만난 송 교수는 “병원에 있을 때부터 후배들에게 의사도 연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정작 내가 은퇴해서 요양병원장 같은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AI)이 치료의 방식과 의료의 개념을 바꿀 것”이라며 “한국 의학을 위해서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송민호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충남대병원장을 지낸 의사 출신 연구자다. 지금은 건강한 노화를 위한 멀티오믹스 연구에 뛰어들었다./KAIST


송 교수가 편한 길을 마다하고 뛰어든 연구 분야는 멀티오믹스(Multiomics) 연구다. 오믹스는 생명체의 다양한 집합체를 연구하는 분야다. 멀티오믹스는 유전체(Genome), 전사체(Transcriptome), 단백체(Proteome), 대사체(Metabolome), 후성유전체(Epigenome), 지질체(Lipidome) 등 다양한 집합체의 데이터를 활용해 한 사람의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기술이다.

지금의 건강검진은 내 몸의 과거와 현재 상태를 살필 수 있지만, 미래에 어떻게 변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송 교수는 인간의 유전정보와 여기서 만들어지는 단백질, 대사물질 전체를 모으고, 인간 몸에 공생하는 미생물 전체 정보까지 합해 AI에 학습시키겠다고 했다.

말하자면 AI에게 한 개인의 건강과 관련된 빅데이터(대용량정보)를 공부시키는 것이다. 이 정보를 모으면 인간이라는 물리적 실체를 가상세계에 똑같이 구현한 디지털 트윈이 된다. 송 교수의 목표는 AI가 개인의 건강 상태를 정밀하게 진단하고, 디지털 트윈으로 시뮬레이션(모의실험)해서 개인 맞춤형 치료법과 생활 습관까지 제시하는 것이다.

송 교수는 “현재 건강검진은 지금 오늘 내 몸이 괜찮다는 것만 확인할 뿐이고, 의사가 건강검진 결과를 보고 알려주는 것도 판에 박힌 내용”라며 “개인화되지 않은 의료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는 “AI가 등장하면서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병을 피할 수 있는지를 제시하는 게 의료의 역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멀티오믹스 분석 기술이 정교해질 수록 한 사람이 어떤 병에 걸리고, 어떤 질환을 가지게 될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병을 예측할 수 있다면, 병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미리 제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송 교수는 앞으로는 개인의 건강 상태를 미리 예측하고 건강하게 늙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내비게이션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아딜 마디노글루(Adil Mardinoglu)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KCL) 교수와 손을 잡고 ‘실크롱제비티’라는 회사를 세웠다. 실크롱제비티는 KCL이 중심이 돼 진행하는 대규모 멀티오믹스 연구 프로젝트의 일부다.

송 교수는 “멀티오믹스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글로벌 데이터 수집이 필요하다”며 “영국 런던과 스웨덴 스톡홀름, 미국 샌디에이고, 피츠버그, 튀르키예 이스탄불, 인도 벵갈루루에 협력 네트워크가 있고, 실크롱제비티는 한국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송민호(오른쪽)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와 연구실 학생들./KAIST

KCL의 멀티오믹스 프로젝트에는 세계 최대 유전자 분석 장비 업체인 일루미나와 함께 최근 바이오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있는 IT(정보기술) 업체인 엔비디아, 아마존 등도 참여했다. 단기간에 전 세계에서 100만명의 멀티오믹스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연구해 개인화된 질병 발생 가능성 분석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송 교수는 “이 사업을 위해 이미 국내 대학병원 여러 곳과 협업하기로 했고, 김해시 같은 지자체도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사업처럼 정부 차원에서도 멀티오믹스 데이터를 모으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송 교수는 멀티오믹스 연구는 속도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프로젝트는 2032년까지 100만명의 유전체를 모으겠다는 건데, 그 뒤에 데이터를 분석하고 실제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게 되는 건 2030년대 중반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지금 데이터를 제공하는 사람들에게 이득을 주기 위해서는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건강 노화가 앞으로 의료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이 빠른 속도로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며 건강 노화를 위한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사회적인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당뇨나 치매, 고혈압 같은 질병은 대부분 완치가 불가능하고, 70~80대가 되면 한 사람이 먹는 약만 보통 10개에 달한다”며 “사람들의 건강 수명을 늘려주지 못하고 제약사만 돈 버는 헬스케어와 의료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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