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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과 회사의 TC 본더. 사진제공=한미반도체

[서울경제]

한미반도체(042700)SK하이닉스(000660)에 파견했던 TC본더 CS 엔지니어를 한달 째 복귀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SK하이닉스의 장비 발주로 화해 국면이 예상됐지만 갈등 봉합이 참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 HBM 라인에 상시 파견했던 50~60명의 TC본더 유지보수(CS) 엔지니어들을 지난 4월 중순 철수 시켰죠. 지난해까지 끈끈하던 양사의 TC 본더 공급망 구도를 깨고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을 '듀얼 벤더'로 선택했다는 것이 주요한 이유였습니다. SK하이닉스 HBM 공장에 설치된 100대 이상의 한미 TC 본더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는 리스크 요인이 뾰족하게 튀어나온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한미는 24일 현재까지도 이 엔지니어들을 SK하이닉스 본사가 있는 이천 캠퍼스로 복귀시키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번주 업계에서는 CS엔지니어 철수로 치환된 양사의 갈등이 어느 정도 봉합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습니다. 이달 16일 SK하이닉스가 한미반도체에 428억 원어치 TC본더 구매주문(PO)을 하면서였는데요.

일련의 '사건' 이후 장비 주문서가 나오면서 드디어 양사가 화해 국면에 돌입했다는 것이 업계의 주요 해석이었습니다. 실제 사흘 전인 21일에는 다음날부터PO 주문서에 관한 협의를 끝냄과 동시에 한미 CS 엔지니어들이 SK하이닉스로 복귀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취재에 급히 착수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SK하이닉스 이천 사업장 전경. 사진제공=SK하이닉스


그러나
지금까지도 한미반도체의 입장은 "파견자 복귀는 여전히 논의 중"이라는 답변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시장의 기대와 다른 한미반도체의 결정에 많은 사람들이 '물음표'를 달고 있습니다.

그럼 한미반도체는 왜 이렇게까지 CS 엔지니어 파견을 미루고 있는 것일까. 시장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지만, 이 거래 이후에도 '앙금이 녹지 않았다'고 보는 시각이 다수입니다.

우선 한미반도체는 ‘이렇게까지 TC본더를 지원해왔는데’ 가 기저에 깔려 있는 듯 합니다. 한미반도체가 갈등 상황 이후 TC본더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을 미뤄보면, 그동안 그들이 원하는 조건을 다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해 SK하이닉스가 HBM 업계 최강자로 발돋움한 것을 지극정성·물심양면으로 서포트했는데 돌아온 결과물이 물량 축소에 그치느냐는 것이죠. (물론 SK하이닉스가 한미반도체의 기술력을 만족스러운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정말 차원이 다른 '멱살 잡고 하드캐리'를 보여줬다는 이야기도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
입니다.)

이 관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면, 지금 한미는 한화의 공급망 진입도 모자라 ‘동시 수주’라든지, 물량을 반으로 양분하는 '듀얼 본더'가 될 수 있다는 이미지 자체가 만족스럽지 못한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갈등 이후 SK하이닉스 경영진은 한미반도체를 찾아서 달래기에 나서고 장비 발주를 내는 등 각종 유화책을 고려했습니다. 16일 발주에 대해서는 한화세미텍에 내려던 수주 물량을 유화책의 일환으로 한미반도체에 급히 돌렸다는 이야기까지 취재 중에 들은 적이 있습니다.

수 개월 전 다른 TC본더 경쟁사보다 압도적 위치에서 장비를 거래하는 모습이 아닌 'one of them'의 포지션이 된 것 같은 느낌, 그것도 그들이 최선을 다해 개발한 장비의 성능 때문이 아니라 SK의 일방적인 SCM 정책 때문으로 보는 한미반도체 경영진의 생각이 현 상황에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승부수를 띄우려는 전략도 있는 듯 합니다. 지금 상황에서 급한 건 한미가 아닌 SK하이닉스라는 생각도 일부 반영된 듯 합니다. 이미 SK하이닉스는 HBM 라인에 한미의 TC본더가 세자릿수 이상을 설치해 장비 유지가 급하고, HBM 생산능력 또한 크게 늘려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죠. 신생 업체인 한화세미텍만으로는 SK하이닉스가 HBM 생산 로드앱을 맞출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런 전략이 한미반도체에 궁극적으로 긍정적으로만 작용할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진 사람들도 많습니다.

당장 오늘부터 SK하이닉스와 관계가 다시 정상화하더라도, 이 균열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SK하이닉스의 SCM 관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또 한미는 그에 대한 시나리오가 준비돼 있느냐는 것에 대한 해석이 분분합니다.

이 갈등에서 노출됐던
△이따금씩 떠오르는 장비 성능에 관한 질문들
CS 품질과 각종 논란에 대해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궁금해 하는 시선
은 더욱 늘어났습니다.

또한 최근 한미반도체와 HBM 공급망에서 거래를 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 대한 언급도 많이 되는데요.

마이크론 HBM의 TC본더 공급망(SCM)에서 한미반도체가 압도적인 영향력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많은 분들이 주지하고 계십니다.

다만 칩 메이커가 공급망 안에서 '슈퍼 을'과 사상 초유의 갈등을 겪고 있는 이 상황을 마이크론이 과연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까. 마이크론 역시 리스크를 관리 차원에서 생태계 다변화를 노릴텐데, 이때 이 사건은 중요한 변수가 되진 않을까. SK하이닉스 이슈와 함께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주요한 관심사입니다.

반도체 생태계에서는 보기 드문 초유의 사태의 중심에 선 주인공인 만큼, 이러한 위기 요인을 해결해야 하는 것도 온전히 한미반도체의 몫입니다. 오늘 연재물은 여기까지입니다. 좋은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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