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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립웨이' 진수 방식이 대참사로
격노한 金, 책임기관 일일이 열거
화력시험용 탄 무게가 원인일 수도
"침수됐다면 단기간 복구 어려워"
지난 21일 북한 청진조선소에서 진수식 중 넘어진 신형 구축함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사진=X

[서울경제]

북한이 야심차게 공개한 5000톤급 최신 구축함이 어이없는 실수로 바다에 넘어졌다. 심지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눈앞에서 이러한 사고가 벌어지면서 더욱 체면을 구겼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지난 21일 북한은 청진조선소에서 구축함 진수식을 열었으나, “미숙한 지휘와 조작 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선박은 지난달 건조를 마친 최현급(5000톤급)의 두 번째 구축함이다. 노동신문은 "함미의 진수 썰매가 먼저 이탈됐고, 일부 구간의 배 아랫쪽의 파손으로 균형이 파괴되며 함수 부분이 선대(일종의 경사로)에서 이탈하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이례적으로 자세히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한미 정보당국은 청진항의 대형 함정 진수 동향을 추적 감시해왔으며, 해당 구축함은 현재 바다에 넘어져 있다"고 밝혔다.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의 'MenchOsint' 계정에는 '어제 사고로 인해 넘어진 북한의 신형 구축함'이라는 설명과 함께 위성사진이 게시되기도 했다.



‘슬립웨이’ 방식 진수 중 균형 잃고 넘어져



진수식(進水式)은 말 그대로 새로 건조된 군함을 처음으로 바닷물에 띄우는 행사다. 함의 수명이 다하기까지 가장 큰 행사이며, 국방력 과시의 수단이기도 하다. 이번 진수식에도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참석했다. 노동신문은 예상 밖의 사고를 직접 목격한 김 위원장이 "용납할 수 없는 심각한 중대 사고이며 범죄적 행위"라며 크게 질책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국가의 존위와 자존심을 한순간에 추락시켰다"며 군수공업부, 국가과학원 역학연구소, 김책공업종합대학, 중앙선박설계연구소, 청진조선소 등을 열거하고 “당중앙위 제8기 제12차 전원회의 전까지 무조건 복구를 완결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의 당 전원회의는 내달 하순께 열릴 예정이다.

선박을 진수하는 과정에서 첨단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진수 방식은 육상에서 건조한 후 경사면 위에서 미끄러지게 해 바다에 띄우는 ‘슬립웨이’ 방식, 육상 또는 부유식 도크 안에서 건조한 배를 부유식 도크로 옮긴 다음 도크에 물을 채워 진수하는 ‘플로팅 도크’ 방식, 처음부터 육상 도크에서 건조까지 마치고 도크에 물을 채워 진수하는 ‘드라이 도크’ 방식 등이 있다. 플로팅 도크·드라이 도크 방식은 안정적이지만 도크를 설치하고 유지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지난 15일 청진조선소에서 건조를 마치고 진수를 준비중인 북한 구축함의 위성사진. 사진제공=통일부


북한 남포조선소처럼 플로팅도크를 갖추지 못한 청진조선소는 슬립웨이 방식으로 진수한다. 슬립웨이 방식은 간단하지만 육상에서 바다로 내리는 과정에서 선박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노동신문의 보도에서도 보듯, 북한은 슬립웨이 방식으로 새 구축함을 측면 진수하려 했으나 앞뒤로 설치된 대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바람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우리 군은 측면 진수 방식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파손 아닐듯” vs. “상당한 수리 필요할 수도”



북한의 5000톤급 신형 구축함인 최현호. 노동신문·뉴스1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은 이러한 참사가 발생한 데 대해 “청진조선소가 남포조선소의 첫 번째 최현호 진수식 성공에 큰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포조선소는 지난달 첫 최현급 구축함 진수에 성공한 바 있다. 최 소장은 “앞서 사례처럼 진수식에 이어 곧바로 화력시험까지 준비했다면, 화력시험을 위해 함에 이미 탄을 탑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탑재된 탄이 함의 균형을 깨고 무게조절에 더 큰 악재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신문은 사고 소식을 1면에 보도했다. 하루 만에 실패 사례를 밝힌 데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과거 정찰위성 발사 실패 등을 공개한 사례가 수 차례 있다"며 "국제 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만큼 결과를 공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엄중한 질책을 통해 내부 기강을 잡으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사일·위성 발사와 달리 수천 명의 근로자와 행사 관계자들이 청진항에서 사고를 목격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소식을 숨기기 어려웠을 것으로도 추정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실패를 공개한 후 향후 성공적인 복구를 통해 체제의 회복력과 능력을 과시하려는 계산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넘어진 구축함은 김 위원장의 지시대로 내달 복구 가능할까. 통일부 당국자는 "6월로 예정된 당전원회의 전까지 긴급복원을 지시한 점을 감안하면 선박 기능 불능 수준의 대규모 파손은 아닌 것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 소장은 “함이 침수됐다면 상당한 수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 교수도 “기술적 전문성 부족, 자원 제약, 기관 간 조율 문제로 인해 단기간 내 완전한 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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