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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국민의힘,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 연합뉴스
아직까지 지지 후보를 못 정한 유권자, 즉 부동층의 선택은 피날레를 향하는 대선의 막판 변수다.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지지층은 결집하고 끝까지 남은 부동층이 승패를 가르기 마련이라서다. 대선을 12일 앞둔 현 시점에선 한달 전 부동층이던 유권자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로 더 많이 이동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갤럽의 대선 여론조사에 따르면 4월 3주차 전화면접 조사 당시 지지후보가 ‘없음·모름·응답거절’이라고 답한 부동층은 26%였지만, 한달 뒤인 5월 3주차 조사에선 12%로 줄었다.

이 기간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38%에서 51%로 13%포인트 상승했고, 이준석 후보는 2%에서 8%로 6%포인트 올랐다. 김문수 후보 지지율도 7%에서 29%로 22%포인트 올랐다. 단순 수치로는 김 후보의 상승폭이 가장 컸지만 외연확장에는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4월 3주차 조사 때는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확정되기 전이라 보수 진영 ‘빅4’였던 홍준표(7%)·한덕수(7%)·김문수(7%)·한동훈(6%) 후보로 지지율이 분산된 상태였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수 진영 전체 파이로 보면 김 후보 지지율(29%)은 한달 전 빅4의 지지율 총합(27%)에서 불과 2%포인트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이 기간 지지율 1% 미만인 김동연·김경수·나경원·안철수(가나다순) 등 ‘기타 후보’의 지지율 합은 7%에서 1%로 줄었다.

즉, 원래 부동층이다가 지지 후보를 결정한 14%, 기타 후보를 지지했다가 선회한 6%가 한달 동안 이재명·김문수·이준석 후보로 갈라진 상황에서 이 후보가 지지율 과반(51%)을 기록한 것이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한덕수·한동훈·홍준표 후보 지지층을 큰 이탈 없이 흡수하고, 부동층까지 끌어와야 해볼 만했던 김 후보 입장에서 29% 지지율은 뼈아픈 스코어”라고 지적했다. (기사에 인용된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부동층 응답자가 줄어든 배경에는 조사 당시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4월 조사 때는 이재명·김문수 후보 확정 전인 다자구도여서 응답자가 선호 정치인을 답하는 자유응답(주관식) 방식이었다. 반면 ‘이재명·김문수·이준석’ 3자 구도가 정해진 뒤 진행된 5월 조사에선 응답방식이 객관식으로 바뀌었고 선택지도 좁아졌다. 여기에 대선도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적잖은 부동층이 지지 후보를 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주원 기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부동층에서 이탈한 14% 중 상당수가 이재명·이준석 후보를 선택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김 후보가 한덕수·한동훈·홍준표 지지자들에 더해 자신을 적극적으로 돕는 나경원·안철수 지지층까지 흡수했다고 보면, 부동층에서 이탈한 다수 응답자가 김 후보를 외면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한덕수·한동훈 지지율’을 확실히 흡수하지 못해 김 후보가 고전한다는 해석도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 뒤 탈당하고 미국 하와이로 떠났고, 단일화 과정에서 김 후보와 강하게 충돌한 한덕수 전 총라는 선대위 합류도 고사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지원 유세엔 동참했지만, 탄핵 반대를 사과하라며 김 후보와 대립 중이다. 이재묵 교수는 “세 사람 지지층 중 일부는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적잖기 때문에, 이재명·이준석 후보 지지로 흘러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후보가 부동층을 포섭하지도, 그렇다고 범보수 주자의 지지율을 확실히 흡수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김 후보의 부진 원인으론 유권자에게 각인될 만한 핵심 공약이나 어젠다를 제시하지 못하는 게 꼽힌다. 우클릭 행보로 보수 진영 이슈를 파고들던 이재명 후보는 최근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치고 나가며 약점이던 개헌 이슈까지 손을 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후보에겐 과거 경제 민주화처럼 확실한 킬러 콘텐트가 없다. 사전투표 전까지는 뭐라도 발굴할 것”이라고 했다. 탈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부정선거 관련 영화를 공개 관람하는 등 ‘윤석열 리스크’가 좀체 가라앉지 않는 것도 김 후보의 상승을 막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약자와 동행하는 서울 토론회에 참석한 모습. 임현동 기자
결국 열세인 김 후보가 ‘이재명 대세론’에 균열을 내려면 여전히 10% 안팎인 부동층을 끌어당기고, 이준석 후보와 단일화를 통해 극적 반전을 노려야 한다는 게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계엄·탄핵 사태를 겪고도 막판까지 이재명 대세론에 합류하지 않은 12% 부동층은 달리 보면 이 후보에 대한 반감이 상당한 그룹”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이들이 아예 투표장에 가지 않을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김 후보로서는 이준석 후보와 극적인 단일화를 성사시키는 등 반전 드라마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지금 구도라면 남은 부동층도 이재명 대세론을 따를 가능성이 있다”며 “국민의힘으로선 이준석 후보와 단일화를 통해 대세론을 흔들고,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 강도가 세지 않은 ‘라이트 지지층’을 공략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국갤럽의 4월 3주차 조사는 4월 15~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 대상 전화면접 조사로 진행. 대선후보 확정 전 조사로 응답자가 선호 정치인을 자유응답.
5월 3주차 조사는 5월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 대상 전화면접 조사로 진행. 원내 정당 대선 후보명을 응답자에게 로테이션으로 제시해 선택하는 방식으로 조사.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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