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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초’ 큰 의미 두지 않지만
나라를 빛낼 수 있어서 좋은 기회
취임공연 베르디의 ‘오텔로’ 예정
최근 이탈리아 라스칼라 음악감독으로 선임된 지휘자 정명훈이 19일 오후 부산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라스칼라와 저는 36년 동안 사랑하는 사이였는데 갑자기 결혼하게 된 것 같습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최고 오페라 극장 라스칼라의 음악감독으로 선임된 지휘자 정명훈은 19일 오후 부산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제 가족이 됐으니 책임이 커졌네요.”

1989년 라스칼라에서 첫 공연 지휘 이래 그가 라스칼라와 맺어온 특별한 인연은 공연 횟수로도 증명된다. 지난 36년 동안 정명훈은 라스칼라에서 오페라 84회, 콘서트 141회를 지휘했다. 이는 라스칼라의 음악감독이나 상임지휘자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횟수다. 정명훈은 라스칼라 최초의 명예 지휘자이기도 하다.

247년 역사를 자랑하는 라스칼라에서 아시아인이 음악감독을 맡은 것은 정명훈이 처음이다. 정명훈은 “아시아인으로서 최초라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나라를 빛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명훈은 유수의 오페라 극장이나 오케스트라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뿌리쳐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정명훈은 올해 72세다. 새로운 단체를 맡아서 책임지기에는 적지 않은 나이다. 그럼에도 라스칼라의 음악감독 제안은 왜 거절하지 않았을까. “객원 지휘자로 연주를 하게 되면 잘 통하는 경우도 있고 그러지 않을 때도 있는데 1989년 처음으로 라스칼라를 지휘했을 때는 단원들이 놀라울 정도로 나를 잘 이해해준다고 느꼈어요. 아무리 유명한 오케스트라라고 하더라도, 단원들과 서로 잘 통하는 관계가 아닌 곳에서는 지휘하고 싶지 않아요.” 그는 “미국처럼 시간이 돈이라고 생각하는 곳에서는 일하고 싶지 않다”면서 “마음에서 우러나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하고만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라스칼라 음악감독으로서의 취임 공연은 2026년 12월7일로 예정돼 있다. 그는 “지금으로서는 (프로그램으로) 제가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인 베르디의 <오텔로>를 올릴 예정”이라고 했다. <오텔로>는 베르디가 1887년 작곡해 라스칼라에서 초연한 오페라다. 정명훈이 플라시도 도밍고를 주역으로 기용해 1993년 바스티유 오페라와 함께 녹음한 음반은 <오텔로> 최고 명반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천재이면서 인간성까지 좋기는 어려운데 베르디는 둘 다 갖춘 사람”이라면서 “특히 베르디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 같은 작품은 위대한 인물은 따뜻함과 관대함을 지녀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명훈은 라스칼라에서의 활동과 관련해서도 “베르디를 사랑하기 때문에 베르디와 관련된 좋은 프로젝트를 만드는 게 주된 목적”이라고 말했다.

정명훈은 현재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부산오페라와의 관계도 이어갈 예정이다. 부산 오페라하우스는 2027년 9월 개관할 예정이다. 부산오페라 개관 첫 공연은 라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오텔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탈리아 오페라와 관련해 부산이 대표적인 오페라하우스가 되길 바랍니다.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아요. 일단 (오페라를 즐길 수 있는) 청중을 키워야 합니다. 이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눈에 잘 띄지 않는 일이지만, 꾸준히 해야 합니다. 제가 부산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씨앗을 심고 물을 주는 것입니다. 결실을 보는 것은 제가 살아 있는 동안 가능할지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저의 경험과 배움이 도움이 될 겁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명훈은 이탈리아와 이탈리아 음식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1975년 지휘를 배우러 이탈리아 시에나에 갔을 때 파스타에 푹 빠졌다”면서 “이탈리아 사람들이 노래와 감정 표현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한국인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어떤 면에서 덜 날카로워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노래를 더 많이 하는 나라가 되길 바랍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이냐고 물으면 ‘정말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 대답하고 싶어요.”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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