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준성 하고하우스 전략본부장
한국의 20대가 만들고 입는 옷, 세계인 열광… 3년 새 매출 3배 성장
지난달 日시부야점 개점… 3일간 4000명 방문·매출 3억2000억원
美 유명 브랜드 코치와 협업 등 글로벌 프로젝트 가동
인기 비결은 ‘한끗 차이’… 올해 30개국 진출 목표
케이(K)뷰티와 패션이 전 세계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 화장품은 미국과 일본에서 기존 강국인 프랑스 화장품을 제치고 수출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패션 분야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조선비즈는 해외에서 인정을 받은 뷰티·패션 브랜드들의 성공 스토리와 차별화된 제품 철학을 릴레이 인터뷰했다. [편집자 주]
“해외 소비자들은 한국인이 무엇을 입는지를 궁금해해요. 한국에서 얼마나 충실히 잘하고, 인기를 얻느냐가 기본 바탕이 돼야 합니다.”
패션 브랜드 마뗑킴(Matin Kim)을 운영하는 하고하우스의 이준성 전략본부장은 케이(K)패션이 해외에서 성공하기 위한 조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해외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한국 소비자들에게 먼저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K팝과 드라마, 영화 등 K콘텐츠를 중심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한국 소비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인디 브랜드가 K뷰티의 대명사가 되는가 하면, 한국인들도 매워서 먹기 어려운 불닭볶음면이 전 세계 마트 매대를 장식하고 있다.
마뗑킴은 최근 K패션의 선두 주자로 주목받는 브랜드 중 하나다. 2018년 디자이너이자 인플루언서인 김다인이 설립한 브랜드로, 2021년 대명화학 계열 브랜드 투자사 하고하우스에 인수됐다. 2018년 10억원 수준이던 연 매출은 2022년 500억으로 커졌고, 이듬해 1000억원, 지난해 1500억까지 불어났다. 올해는 매출 2000억원을 목표로 한다.
고무적인 건 마뗑킴 창업자인 김다인 대표가 2023년 경영에서 손을 뗐음에도 지속 성장하고 있다는 거다.
성장 비결은 브랜드에 투자만 하는 게 아니라 하고하우스가 직접 브랜드를 육성(인큐베이팅)하는 데 있다. 될성싶은 브랜드가 있으면 투자하고, 대기업 출신의 하고하우스 전문 인력을 해당 브랜드에 투입해 조직부터 인력, 재무구조까지 재정비해 더 크게 성장하도록 지원한다. 또 온라인 플랫폼을 넘어 오프라인 판로를 개척한다. 마뗑킴에 이어 드파운드, 유니폼브릿지 등 하고하우스 산하 40여개 브랜드가 이런 시스템을 접목해 성장 계단을 밟고 있다.
글로벌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마뗑킴의 경우 일본, 홍콩, 대만, 마카오 등에 매장을 열었다. 지난달 24일에는 일본 도쿄 시부야 미야시타파크에 일본 첫 매장을 열었는데, 개점 사흘간 4000명이 찾아 3억20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주 고객은 20~30대 여성들이었다. 마뗑킴의 일본 유통을 담당하는 무신사는 목표치의 2배 이상을 초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마뗑킴은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미국 MZ세대(1980~2000년대생)에 인기 있는 럭셔리 브랜드 코치와 협업하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2’ 광고에 나서며 글로벌 MZ세대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회사 측은 올해 30여 개국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글로벌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조선비즈는 지난달 30일 하고하우스 판교 사옥에서 이준성 전략본부장을 만나 마뗑킴의 성장 비결을 들어봤다. 이 본부장은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패션 대기업에서 패션 및 뷰티 브랜드를 기획하다가 2023년 8월 하고하우스에 합류했다. 다음은 이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일본 첫 매장인 도쿄 시부야점을 성황리에 열었다고 들었다. 이런 인기를 예상했나.
“어느 정도 반응은 예상했다. 앞서 일본에서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를 4번 운영했는데, 그때마다 긴 줄이 세워지며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작년 시부야 파르코에서 운영한 팝업스토어엔 개점 첫날 3000명이 넘는 방문객이 몰렸다. 이번 매장에 기대 이상의 관심이 모였다. 오픈 첫 주말에는 2시간 이상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일본에서 마뗑킴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한류의 영향이 분명히 있다. 한국에 대한 전반적 관심 속에 눈으로 보여지는 화장품과 패션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 같다. 성수 플래그십스토어(대표 매장)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이후 예전과 달리 다양한 국가의 관광객들이 유입됐고, 자연스레 바이럴이 많이 됐다.
상품 자체에 대한 관심도 한몫했다. 일본의 경우 로컬 브랜드가 너무 비싸고 지루한 면이 있었는데, 마뗑킴은 트렌디하면서도 친근한 디자인에 가격적 메리트도 있어 일본 20~30대 소비자들에게 통한 것 같다. 현지 반응을 들어보면 일본에서 이 정도 가격대에 이렇게 멋있는 옷이 없다고 한다. 일본에서 빅 모델을 쓰거나 광고를 하거나 인플루언서에게 협찬을 하지도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자신들이 멋있다고 팔로우하는 사람들이 마뗑킴을 입는다고 한다. 일본이나 대만 백화점들도 트렌디한 공간에 마뗑킴을 들이고 싶어 하는 걸로 알고 있다.”
―해외 고객과 국내 고객은 어떤 차이가 있나.
“크게 다른 점은 못 느끼지만, 작은 차이가 있다면 우리보다 의류에 더 관심이 많다. 국내에선 잡화와 의류 반응이 반반 수준인데. 홍콩은 의류 판매가 더 높은 식이다. 반응을 보면서 현지 시장에 맞게 대응하려고 한다.”
―K패션의 저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과거 패션 시장은 유명 브랜드 몇 개가 트렌드를 주도했다. 유명 브랜드 컬렉션이 발표되면, 그게 트렌드가 되고, 이에 맞는 상품들이 나오는 게 옛날 패션 브랜드 방정식이었던 거 같다. 그러나 요즘엔 한국만의 패션 트렌드, 즉 ‘한국 맛’이 분명히 있다. 규정할 순 없지만, 비슷한 블라우스와 팬츠라도 뭔가 한국 옷만의 ‘한끗 차이’가 존재한다.
마뗑킴을 소비하는 20대 직원들도 한끗 차이가 있다고 한다. 옷을 걸쳤을 때 멋스러움이 묻어나는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 의도성을 갖지 않은, 규정할 수 없는 무언가가 마뗑킴의 매력인 거 같다. 실제 MZ세대들은 틀에 가두고 규정하는 걸 싫어한다고 들었다.
마뗑킴 디자인 팀을 봐도 디자이너 각자가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수용하는 분위기다. 보통의 내셔널 브랜드는 디자이너가 자기 옷을 안 입고 명품 브랜드의 옷을 입는데, 여기는 10여 명 디자이너 모두가 마뗑킴만 입는다. 20대 디자이너들이 스스로 브랜드의 팬이 되어 입고 싶은 옷을 만들다 보니 비슷한 나이대 고객들에게도 통한 거 같다.”
―올해 마뗑킴은 글로벌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시작해 오프라인으로 확장하고, 인접 국가와 글로벌로 확장해 가는 브랜드의 라이프 사이클로 보면, 글로벌 전략을 강화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한다. 올 초엔 미국 패션 브랜드 코치와 협업을 진행했다. 미국 MZ세대에 인기있는 코치가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아시아권에서 MZ세대에게 팬덤을 가진 마뗑킴에 협업을 제안한 것이다. 코치는 가방을 만들고, 마뗑킴은 옷을 만들어 팔아 완판했다. 협업 컬렉션을 기점으로 넷플릭스 ‘오징어게임2’에 광고를 집행하고, 34개국을 오가는 대한항공기 133대에 기내 광고를 진행했다.
해외에 인지도도 없고, 매장도 없는 브랜드가 글로벌 대상 광고를 집행한다는 게 상식적이지 않을 수 있다. 코치 협업 후 소셜미디어(SNS)를 봐도 ‘대체 마뗑킴이 뭔데 이런 브랜드랑 협업하냐’는 식의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우리는 마케팅을 통해 글로벌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제안하고, 이를 통해 얻은 인지도를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 더 빨리 진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 코치 협업과 넷플릭스 광고를 집행한 지난 1월 마뗑킴 홈페이지 해외 방문자 수는 218%, 해외 판매는 207% 증가했다.
과거 한국 브랜드들은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현지에 매장부터 냈고, 억지 반응을 유도하다 실패한 사례가 많았다. 우린 반대로 글로벌 시장에 재미있는 이슈를 던지고, 반응에 맞춰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K패션이 해외에서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뭐라고 생각하나.
“제일 중요한 건 한국에서 얼마나 충실히 잘하고, 인기를 얻느냐다. 한국에서 존재감이 없는데, 해외에서 잘 된 사례는 없다. 동유럽에서 겪은 일화를 소개하고 싶다. 당시 마뗑킴 모델이 외국인이었는데, 현지인이 ‘우리는 한국 사람들(일반인)이 어떻게 입는지가 궁금하다’라고 하더라. 외국인들은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입는지를 궁금해한다.
해외 반응을 보면 K패션의 글로벌 성공은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유럽 등 패션 본거지에선 아직 한국 패션이 시도되지 않은 곳이 많지만, K팝의 큰 팬덤만큼 K팝 스타들이 입는 옷을 보고 관심을 두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각에선 K뷰티와 K푸드에 비해 K패션의 성장이 더디다는 의견도 있다.
“패션산업이 가진 구조적 한계 탓이다. 패션은 체형이나 사이즈, 계절의 제약을 받고, 트렌드 주기도 짧다. 한국인을 고려해 만들어진 옷이다 보니 아시아권에선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지만, 더 확장하려면 고려해야 할 상황이 많다. 다만, 잡화 등을 통해 한계를 극복할 순 있다. 마뗑킴의 경우 액세서리 비중이 50%에 달해 해외 진출에 수월했다. 가방이나 지갑 등 액세서리는 체형이나 사이즈의 구애 받지 않고 장기간 팔 수 있다. 여성용으로 제작된 잡화를 구매하는 남성 고객도 많다.”
―화장품 등 상품 카테고리를 확장할 계획은 없나.
“마뗑킴은 2023년 화장품을 출시한 적이 있다. 하지만 브랜드 성장 속도가 너무 빨라 당분간은 본업에 집중하자는 게 내부 방침이다. 전 직장에서 화장품 브랜드를 기획했는데, 화장품의 성공 방정식은 패션과 엄연히 다르다. 겉보기엔 쉬워 보이지만, 난이도로 보면 더 어렵다. 물론 장기적으로 카테고리 확장은 열어두고 있다. 고객 반응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 남성복을 출시한 게 그 예다. 원래 여성복으로 출시된 티셔츠나 바람막이, 모자 등이 남성 고객들에게 팔리는 걸 보고 멘즈 라인을 별도로 추가했다.”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마뗑킴을 알고 입는 것이 목표다. 내부적으로 K패션 주자로서 사명감을 갖고 일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드파운드와 트리밍버드, 유니폼브릿지 등도 마뗑킴의 성공 방식을 밟아갈 계획이다.”
한국의 20대가 만들고 입는 옷, 세계인 열광… 3년 새 매출 3배 성장
지난달 日시부야점 개점… 3일간 4000명 방문·매출 3억2000억원
美 유명 브랜드 코치와 협업 등 글로벌 프로젝트 가동
인기 비결은 ‘한끗 차이’… 올해 30개국 진출 목표
케이(K)뷰티와 패션이 전 세계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 화장품은 미국과 일본에서 기존 강국인 프랑스 화장품을 제치고 수출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패션 분야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조선비즈는 해외에서 인정을 받은 뷰티·패션 브랜드들의 성공 스토리와 차별화된 제품 철학을 릴레이 인터뷰했다. [편집자 주]
“해외 소비자들은 한국인이 무엇을 입는지를 궁금해해요. 한국에서 얼마나 충실히 잘하고, 인기를 얻느냐가 기본 바탕이 돼야 합니다.”
패션 브랜드 마뗑킴(Matin Kim)을 운영하는 하고하우스의 이준성 전략본부장은 케이(K)패션이 해외에서 성공하기 위한 조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해외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한국 소비자들에게 먼저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K팝과 드라마, 영화 등 K콘텐츠를 중심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한국 소비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인디 브랜드가 K뷰티의 대명사가 되는가 하면, 한국인들도 매워서 먹기 어려운 불닭볶음면이 전 세계 마트 매대를 장식하고 있다.
이준성 하고하우스 전략본부장. /하고하우스 제공
마뗑킴은 최근 K패션의 선두 주자로 주목받는 브랜드 중 하나다. 2018년 디자이너이자 인플루언서인 김다인이 설립한 브랜드로, 2021년 대명화학 계열 브랜드 투자사 하고하우스에 인수됐다. 2018년 10억원 수준이던 연 매출은 2022년 500억으로 커졌고, 이듬해 1000억원, 지난해 1500억까지 불어났다. 올해는 매출 2000억원을 목표로 한다.
고무적인 건 마뗑킴 창업자인 김다인 대표가 2023년 경영에서 손을 뗐음에도 지속 성장하고 있다는 거다.
성장 비결은 브랜드에 투자만 하는 게 아니라 하고하우스가 직접 브랜드를 육성(인큐베이팅)하는 데 있다. 될성싶은 브랜드가 있으면 투자하고, 대기업 출신의 하고하우스 전문 인력을 해당 브랜드에 투입해 조직부터 인력, 재무구조까지 재정비해 더 크게 성장하도록 지원한다. 또 온라인 플랫폼을 넘어 오프라인 판로를 개척한다. 마뗑킴에 이어 드파운드, 유니폼브릿지 등 하고하우스 산하 40여개 브랜드가 이런 시스템을 접목해 성장 계단을 밟고 있다.
글로벌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마뗑킴의 경우 일본, 홍콩, 대만, 마카오 등에 매장을 열었다. 지난달 24일에는 일본 도쿄 시부야 미야시타파크에 일본 첫 매장을 열었는데, 개점 사흘간 4000명이 찾아 3억20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주 고객은 20~30대 여성들이었다. 마뗑킴의 일본 유통을 담당하는 무신사는 목표치의 2배 이상을 초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마뗑킴은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미국 MZ세대(1980~2000년대생)에 인기 있는 럭셔리 브랜드 코치와 협업하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2’ 광고에 나서며 글로벌 MZ세대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회사 측은 올해 30여 개국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글로벌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조선비즈는 지난달 30일 하고하우스 판교 사옥에서 이준성 전략본부장을 만나 마뗑킴의 성장 비결을 들어봤다. 이 본부장은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패션 대기업에서 패션 및 뷰티 브랜드를 기획하다가 2023년 8월 하고하우스에 합류했다. 다음은 이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마뗑킴 2025년 여름 캠페인 화보. /하고하우스 제공
―일본 첫 매장인 도쿄 시부야점을 성황리에 열었다고 들었다. 이런 인기를 예상했나.
“어느 정도 반응은 예상했다. 앞서 일본에서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를 4번 운영했는데, 그때마다 긴 줄이 세워지며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작년 시부야 파르코에서 운영한 팝업스토어엔 개점 첫날 3000명이 넘는 방문객이 몰렸다. 이번 매장에 기대 이상의 관심이 모였다. 오픈 첫 주말에는 2시간 이상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일본에서 마뗑킴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한류의 영향이 분명히 있다. 한국에 대한 전반적 관심 속에 눈으로 보여지는 화장품과 패션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 같다. 성수 플래그십스토어(대표 매장)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이후 예전과 달리 다양한 국가의 관광객들이 유입됐고, 자연스레 바이럴이 많이 됐다.
상품 자체에 대한 관심도 한몫했다. 일본의 경우 로컬 브랜드가 너무 비싸고 지루한 면이 있었는데, 마뗑킴은 트렌디하면서도 친근한 디자인에 가격적 메리트도 있어 일본 20~30대 소비자들에게 통한 것 같다. 현지 반응을 들어보면 일본에서 이 정도 가격대에 이렇게 멋있는 옷이 없다고 한다. 일본에서 빅 모델을 쓰거나 광고를 하거나 인플루언서에게 협찬을 하지도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자신들이 멋있다고 팔로우하는 사람들이 마뗑킴을 입는다고 한다. 일본이나 대만 백화점들도 트렌디한 공간에 마뗑킴을 들이고 싶어 하는 걸로 알고 있다.”
―해외 고객과 국내 고객은 어떤 차이가 있나.
“크게 다른 점은 못 느끼지만, 작은 차이가 있다면 우리보다 의류에 더 관심이 많다. 국내에선 잡화와 의류 반응이 반반 수준인데. 홍콩은 의류 판매가 더 높은 식이다. 반응을 보면서 현지 시장에 맞게 대응하려고 한다.”
지난 4월 24일 일본 도쿄 시부야 미야시타파크에 개장한 마뗑킴 매장에서 쇼핑을 하고 있는 일본 고객들의 모습. /무신사 제공
―K패션의 저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과거 패션 시장은 유명 브랜드 몇 개가 트렌드를 주도했다. 유명 브랜드 컬렉션이 발표되면, 그게 트렌드가 되고, 이에 맞는 상품들이 나오는 게 옛날 패션 브랜드 방정식이었던 거 같다. 그러나 요즘엔 한국만의 패션 트렌드, 즉 ‘한국 맛’이 분명히 있다. 규정할 순 없지만, 비슷한 블라우스와 팬츠라도 뭔가 한국 옷만의 ‘한끗 차이’가 존재한다.
마뗑킴을 소비하는 20대 직원들도 한끗 차이가 있다고 한다. 옷을 걸쳤을 때 멋스러움이 묻어나는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 의도성을 갖지 않은, 규정할 수 없는 무언가가 마뗑킴의 매력인 거 같다. 실제 MZ세대들은 틀에 가두고 규정하는 걸 싫어한다고 들었다.
마뗑킴 디자인 팀을 봐도 디자이너 각자가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수용하는 분위기다. 보통의 내셔널 브랜드는 디자이너가 자기 옷을 안 입고 명품 브랜드의 옷을 입는데, 여기는 10여 명 디자이너 모두가 마뗑킴만 입는다. 20대 디자이너들이 스스로 브랜드의 팬이 되어 입고 싶은 옷을 만들다 보니 비슷한 나이대 고객들에게도 통한 거 같다.”
―올해 마뗑킴은 글로벌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시작해 오프라인으로 확장하고, 인접 국가와 글로벌로 확장해 가는 브랜드의 라이프 사이클로 보면, 글로벌 전략을 강화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한다. 올 초엔 미국 패션 브랜드 코치와 협업을 진행했다. 미국 MZ세대에 인기있는 코치가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아시아권에서 MZ세대에게 팬덤을 가진 마뗑킴에 협업을 제안한 것이다. 코치는 가방을 만들고, 마뗑킴은 옷을 만들어 팔아 완판했다. 협업 컬렉션을 기점으로 넷플릭스 ‘오징어게임2’에 광고를 집행하고, 34개국을 오가는 대한항공기 133대에 기내 광고를 진행했다.
해외에 인지도도 없고, 매장도 없는 브랜드가 글로벌 대상 광고를 집행한다는 게 상식적이지 않을 수 있다. 코치 협업 후 소셜미디어(SNS)를 봐도 ‘대체 마뗑킴이 뭔데 이런 브랜드랑 협업하냐’는 식의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우리는 마케팅을 통해 글로벌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제안하고, 이를 통해 얻은 인지도를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 더 빨리 진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 코치 협업과 넷플릭스 광고를 집행한 지난 1월 마뗑킴 홈페이지 해외 방문자 수는 218%, 해외 판매는 207% 증가했다.
과거 한국 브랜드들은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현지에 매장부터 냈고, 억지 반응을 유도하다 실패한 사례가 많았다. 우린 반대로 글로벌 시장에 재미있는 이슈를 던지고, 반응에 맞춰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럭셔리 브랜드 코치와 협업해 출시한 한정판 컬력션. /하고하우스 제공
―K패션이 해외에서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뭐라고 생각하나.
“제일 중요한 건 한국에서 얼마나 충실히 잘하고, 인기를 얻느냐다. 한국에서 존재감이 없는데, 해외에서 잘 된 사례는 없다. 동유럽에서 겪은 일화를 소개하고 싶다. 당시 마뗑킴 모델이 외국인이었는데, 현지인이 ‘우리는 한국 사람들(일반인)이 어떻게 입는지가 궁금하다’라고 하더라. 외국인들은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입는지를 궁금해한다.
해외 반응을 보면 K패션의 글로벌 성공은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유럽 등 패션 본거지에선 아직 한국 패션이 시도되지 않은 곳이 많지만, K팝의 큰 팬덤만큼 K팝 스타들이 입는 옷을 보고 관심을 두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각에선 K뷰티와 K푸드에 비해 K패션의 성장이 더디다는 의견도 있다.
“패션산업이 가진 구조적 한계 탓이다. 패션은 체형이나 사이즈, 계절의 제약을 받고, 트렌드 주기도 짧다. 한국인을 고려해 만들어진 옷이다 보니 아시아권에선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지만, 더 확장하려면 고려해야 할 상황이 많다. 다만, 잡화 등을 통해 한계를 극복할 순 있다. 마뗑킴의 경우 액세서리 비중이 50%에 달해 해외 진출에 수월했다. 가방이나 지갑 등 액세서리는 체형이나 사이즈의 구애 받지 않고 장기간 팔 수 있다. 여성용으로 제작된 잡화를 구매하는 남성 고객도 많다.”
―화장품 등 상품 카테고리를 확장할 계획은 없나.
“마뗑킴은 2023년 화장품을 출시한 적이 있다. 하지만 브랜드 성장 속도가 너무 빨라 당분간은 본업에 집중하자는 게 내부 방침이다. 전 직장에서 화장품 브랜드를 기획했는데, 화장품의 성공 방정식은 패션과 엄연히 다르다. 겉보기엔 쉬워 보이지만, 난이도로 보면 더 어렵다. 물론 장기적으로 카테고리 확장은 열어두고 있다. 고객 반응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 남성복을 출시한 게 그 예다. 원래 여성복으로 출시된 티셔츠나 바람막이, 모자 등이 남성 고객들에게 팔리는 걸 보고 멘즈 라인을 별도로 추가했다.”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마뗑킴을 알고 입는 것이 목표다. 내부적으로 K패션 주자로서 사명감을 갖고 일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드파운드와 트리밍버드, 유니폼브릿지 등도 마뗑킴의 성공 방식을 밟아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