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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숙한 대선 후보 이미지 만들려고
선거철 유행과 민심 등 고려해 선곡
경쾌한 리듬·후렴구 반복 곡들 선호
시대 불문하고 트로트 가요가 강세
13일 경북 구미역 광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선거 운동원들이 이재명 대선 후보의 선거 로고송에 맞춰 율동하며 시민들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구미=고영권 기자


"이재명과 함께하는 진짜 대한민국, 지금부터 스타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로고송)

"기호 2번 김문수 찍어 주세요. 진짜가 나타났다 지금."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로고송)

지난 12일부로 6·3 대선 공식 선거 운동 기간이 시작됐다. 전국 각지에선 각 당 대선 후보들의 선거 로고송(선거송) 대결도 치열하다. 유세 차량에 달린 대형 스피커에서 흘러나와 귓전을 때리는 선거송은 선거 기간의 대표적인 후보 홍보 수단 중 하나다. 대체로 유권자에게 친숙한 기존 가요 가사를 선거 목적에 맞게 개사해서 만들어진다. 이재명 후보는 로제와 윤수일의 '아파트' 곡을 활용한 선거송 등 18곡을, 김문수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영탁의 '찐이야' 등을 개사한 13곡을 각각 준비해 유권자를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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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51415180002939)

대선에서 선거송은 후보의 정치 철학이나 정책 공약 못지않게 중요하다. 전국 단위 선거의 경우 후보 인지도가 당락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당 선거 캠프는 단 한 표라도 더 가져올 수 있는 선거송을 고르기 위해 머리를 싸맬 수밖에 없다. 선곡 배경에는 대선이 열리는 시기의 유행과 민심, 정치적 셈법 등이 깔려 있다. 제21대 대선을 보름여 앞두고 역대 대선에서 주목받았던 선거송 사례들을 짚어봤다.

가장 성공한 선거송 'DJ와 춤을'

1997년 제15대 대선 당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대선 후보 캠프가 DJ DOC의 가요 'DOC와 춤을'을 개사해 만든 선거 로고송 'DJ와 춤을'의 방송 화면. 유튜브 영상 캡처


한국 대선판에서 대중 가요를 유세에 활용해 눈길을 끌었던 첫 주인공은 1987년 13대 대선 당시 노태우 민주정의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였다. 군사 정권 종식 이후 첫 대통령 직선제 선거였던 그때, 노 후보는 유세 현장에서 본인의 애창곡 '베사메무초'를 불렀다. 군 출신이었던 그가 '보통 사람'이라는 친근한 이미지를 대중에게 심기 위해 유명 가요를 열창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10년 뒤 15대 대선에서는 '한국 정치사상 가장 성공적인 선거송'으로 평가되는 곡이 등장했다.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현 민주당) 후보가 DJ DOC의 히트곡 'DOC와 춤을'을 개사해 선거에 활용하면서 '대박'이 났다. 'DJ와 춤을'이라는 제목의 선거송은 '김대중과 함께라면 든든해요. 모든 문제 해결할 수 있어요'의 후렴 가사로 유행에 성공했다. 고령의 정치인인 김 후보가 젊은 세대 표심을 자극하는 데에도 유효했다. 선거송 인기에 힘입어 김 후보는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의 이회창 후보를 꺾고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제16대 대선을 앞둔 2002년 12월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강원 원주시장의 유세 현장에서 지지자들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일 월드컵이 열린 2002년 16대 대선에서 승리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현 민주당) 후보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4강 진출 신화로 달아오른 월드컵의 열기를 이용했다. 노 후보는 한국 축구 대표팀 응원단 '붉은악마'의 응원곡이었던 윤도현 밴드의 '오 필승 코리아', 클론의 '발로 차' 등을 선거송으로 썼다. 두 번째 대권 도전에 나섰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태진아의 가요 '사랑은 아무나 하나'를 '대통령은 아무나 하나'로 바꿔 부르며 맞불을 놨지만 또 한 번 고배를 마셨다.

2007년 17대 대선에 들어서는 선거송 분야에서 트로트 가요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그해 12월 대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박현빈의 '오빠만 믿어', 박상철의 '무조건' 등을 선거송으로 선택했다. '오빠 한 번 믿어봐' '당신이 나를 불러준다면 무조건 달려갈 거야' 등 가사는 유권자의 표심 공략에 안성맞춤이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현 민주당) 후보와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박현빈의 '빠라빠라'를 각각 자당에 맞춰 개사한 뒤 유세장에서 틀었다.

MZ 표심 위해 아이돌 가요도 선택

제20대 대선을 한 달 앞둔 2022년 2월 경기 성남시 야탑역 인근에서 국민의힘 선거 운동원들이 춤을 추며 윤석열 대선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2012년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는 무려 28개의 선거송을 내놨다. 트로트뿐만 아니라, 아이돌을 비롯한 젊은 가수들의 유행가를 적극 활용하며 다양한 장르를 포섭했다. 씨엔블루의 '직감', 시크릿의 '사랑은 무브', 포미닛의 '핫이슈', 카라의 '미스터' 등이 대표적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에 실시된 2017년 19대 대선에서 승리한 문재인 민주당 후보도 인피니트의 '내꺼하자', 트와이스의 'CHEER UP' 등 가요를 선거송으로 선택하며 젊은 세대 표심에 신경을 썼다.

초박빙 승부가 벌어졌던 3년 전 20대 대선의 경우, 선거송 '곡목'에서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노력이 관찰됐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걸그룹 마마무의 'HIP'과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등을 통해 다양한 연령대의 유권자를 겨냥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김수희의 '남행열차'와 진성의 '안동역에서'를 골라 영·호남에 손을 내밀었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 후보는 문성재의 '부산갈매기'를 선거송으로 선택하며 험지로 분류되는 부산 지역의 표심 공략을 시도하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고용노동부 장관 출신답게 이이경의 '칼퇴근'을 통해 'MZ세대' 직장인의 마음을 파고드는 전략을 택했다.

대선 선거송 사용료는 곡당 200만 원

김문수(오른쪽 세 번째)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2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선거 운동원들과 로고송에 맞춰 춤을 추며 유세를 하고 있다. 대구=하상윤 기자


선거송으로 선택되는 곡들은 공통점이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관계자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으면서 리듬이 경쾌하고, 후렴구가 반복적인 노래가 선거송으로 선호된다"고 설명했다. 장르로 따지면 발라드보다는 댄스곡이, 템포 측면에선 느린 노래보다 빠른 노래가 적합한 셈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 로고송은 유세 현장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밝고 희망적인 느낌의 곡들로 구성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특히 트로트는 선거송 분야에서 전통적인 강자다. 한 선거 로고송 제작업체 관계자는 "10여 년 전부터는 선거 때 트로트 선곡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트로트 붐'이 일어났기 때문"이라며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도 트로트에 대한 인식이 변해서 대세가 됐다"고 말했다. 음악저작권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총선에서 선거송으로 사용 빈도가 많았던 노래 10곡 중 7곡은 트로트 가요였다.

선거 기간 동안 후보자가 특정 가요를 로고송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원곡의 저작권을 갖고 있는 작곡가·작사가의 동의가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다만 대선 후보가 아무 노래나 선거송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선거 기간에 특정 곡을 재생하거나 개사해서 사용하려면, 해당 노래의 저작권을 보유한 작곡가·작사가의 동의가 필요하다. 2012년 대선 당시 각 후보들은 앞다퉈 전 세계적 히트곡 '강남스타일'을 선거송으로 쓰길 희망했지만, 작곡·작사에 참여한 가수 싸이가 거부해 무산된 사례가 있다.

선거송의 원곡에 대한 사용료도 만만찮다. 노래 저작권자의 동의를 얻은 대선 후보는 선거 기간에 앞서 음악저작권협회에 로고송 사용 허락을 신청해야 한다. 대선의 경우 곡당 사용료는 200만 원이다. 선거 비용이 넉넉한 거대 정당일수록 다양한 선거송을 선보일 수 있는 구조다. 15일 기준 협회에 사용이 승인된 대선 로고송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 12곡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11곡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1곡 등이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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