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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본, 2년 만에 2조4100억→610억
지난해 자본잠식률 87.7%로 심각 수준
신종자본증권 제외 시 ‘완전 자본잠식’
산은, 1조5000억 투입해도 매각 실패
정상화 위한 추가 자금 투입 딜레마

KDB생명 사옥. /KDB생명보험 제공

KDB생명보험이 지난해 말 기준 사실상 ‘완전 자본잠식’ 상태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KDB생명은 지난 10년 동안 매각을 추진했지만 실패해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됐다. 산업은행은 KDB생명을 정상화한 뒤 매각한다는 계획이지만, 정상화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산업은행은 지금껏 KDB생명에만 1조5000억원을 쏟아부었다. 산업은행이 세금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금으로 부실 금융사를 먹여 살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18일 KDB생명의 사업보고서와 경영공시를 종합하면, KDB생명의 총자산은 2022년 18조8519억원에서 지난해 17조7642억원으로 5.7%(1조877억원)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총부채는 16조4416억원에서 17조7029억원으로 7.6%(1조2613억원) 늘었다.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뺀 자본총계(자기자본)는 2022년 2조4103억원으로 양호했지만, 이듬해 3856억원으로 급감했고 지난해에는 613억원까지 줄었다. KDB생명 자본금이 4983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자본잠식률은 87.7%다. 상장된 기업의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2년 안에 해결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자본 잠식은 자기자본(613억원)이 자본금(4983억원)보다 적어질 때를 의미한다. KDB생명의 자기자본이 더 줄어 0원이 되면 자본 잠식률은 100%로 완전 자본 잠식으로 평가된다. 자기자본이 마이너스가 되면 부도까지 염려해야 한다.

현재 상황만 놓고 봐도 KDB생명은 완전 자본 잠식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기자본 613억원에는 신종자본증권 2410억원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기자본으로 분류되지만, 앞으로 갚아야 할 부채라고 평가된다. 신종자본증권을 제외하면 지난해 말 KDB생명의 실질적인 자기자본은 -1797억원으로 완전 자본 잠식 상태다.

KDB생명은 2028년 5월 신종자본증권 2160억원(2회차)에 대한 콜옵션(조기 상환)을 행사할 수 있다. 나머지 250억원(3회차)의 조기 상환 행사 시점은 2029년 12월이다. KDB생명은 지난해 1년 동안 신종자본증권 배당(이자)으로만 145억원을 지급했다. 이자는 기업의 곳간인 이익잉여금에서 빠져나가는데, 지난해 KDB생명의 이익잉여금은 29억원을 기록했다.

KDB생명의 자본 잠식은 금리 인하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리가 인하되면 보험사의 자산 평가액은 상승하지만, 부채 평가액은 더 큰 폭으로 상승한다. 이러한 차이가 자기자본 중 하나인 기타포괄손익액에 반영되면서 손실이 확대된 것이다. KDB생명의 지난해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1조1608억원으로 전년(-5120억원)보다 2배 이상 감소했다.

건전성 지표도 문제다.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킥스)은 지난해 말 기준 경과조치 적용 후 158.2%로 금융 당국 권고치(150%)를 소폭 웃돌았다. 하지만 경과조치 적용 전은 53%로 법정 최소 기준인 100%에 미치지 못한다. 킥스가 100% 미만이면 보험금이 지급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금융 당국은 새로운 회계 제도 도입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킥스가 100%를 넘지 못해도 제재를 최대 5년간 유예하는 경과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KDB산업은행 전경. /산업은행 제공

산업은행은 2012년 금호생명(現 KDB생명)을 인수하고 2014년부터 매각을 추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산업은행은 이 과정에서 출자 등을 통해 1조5000억원을 KDB생명에 투입했으나 재무구조가 취약하다는 평가는 바뀌지 않았다.

산업은행이 자회사인 KDB생명을 매각하려면 결국 정상화 목적으로 자금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 KDB생명이 자본 잠식에서 벗어나려면 6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상화에 1조원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과언이 아닌 셈이다.

산업은행은 세금으로 부실 금융사를 연명시켰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산업은행은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KDB생명을 인수해 특혜 시비가 불거졌다. 이후 이동걸 전 산업은행장은 2018년 국정감사에서 KDB생명을 두고 “애초 인수하지 않아야 했을 회사”라며 “인수 과정도 불투명하고 이유도 모르는 상태에서 인수했다”라고 말했다.

KDB생명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파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KDB생명의 보험계약부채는 16조원으로, 계약이전 이후 청·파산을 추진 중인 MG손해보험(4조원)의 4배 수준이다. 보험계약부채는 보험사가 미래에 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 등을 뜻한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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