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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개시 직후 이틀을 남해안 횡단 유세에 할애했다. 민주당은 이 일정을 ‘국난극복 이순신 호국벨트 유세’라고 명명했다. 부산(부산포해전)→거제(옥포해전)→통영(한산도대첩)→여수(노량해전)→목포(명량해전) 등 이름 그대로 이순신 장군의 전적이 서려 있는 도시를 순방하는 일정이었다.

이 후보는 틈날 때마다 연설에서 이순신을 언급하고 있다. 지난 12일 대전에선 “똑같은 조선의 판옥선, 똑같은 조선의 수군인데 원균은 싸울 때마다 패전해서 조선 수군을 다 말아 먹었지만, 이순신은 23전 23승이라는 세계 해전사에 없는 엄청난 실력을 뽐내면서 조선을 지켰다”며 “한 명의 공직자가 얼마나 큰일을 할 수 있는지 우리는 역사 속에서도 수없이 봤다”고 말했다.

여수시민들이 지난 15일 전남 여수시 이순신광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유세 연설을 듣기 위해 모여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 14일 거북선이 있는 통영 강구안 문화마당에선 “이순신 장군의 호국안민 정신이 우리가 처한 이 위기를 확실히 이겨내게 할 것”이라고 말했고, 창원에선 “전 이순신을 경외한다”며 “이분이 매우 유능한 장수였는데, 도중에 모함당해 죽을 뻔했다. 지금도 그러면 안 된다. 적을 다 없애고 입장이 다르다고 싹 제거하는 게 가능한가”라고 ‘공존의 정치’를 강조했다.

지난 15일 여수 이순신광장에선 “이순신 장군의 위대함은 물길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물살이 어디가 센지 백성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고 죽음의 각오로 조선을 구한 것”이라며 “죽음의 위기에 처한 저 이재명을 여러분이 살려주셨으니,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이순신의 각오로 반드시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재직 때부터 이순신을 자주 언급하며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곤 했다. 2015년 5월 언론 인터뷰에선 “이순신 장군이 23전 23승을 했는데, 이유는 단순하다. 지는 싸움은 피하고, 철저하게 준비해 이기는 싸움을 했기 때문”이라며 “나도 그렇다.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 뭘 하더라도 대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그를 19대 대선 후보군으로 처음 포함한 직후 밝힌 포부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0일 경남 남해군 설천면 충렬사를 찾아 이순신 장군 사당에서 참배를 마친 뒤 초상화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는 2022년 대선 출마를 앞두고 호남 지역을 찾을 때마다 이순신의 어록인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호남이 없다면 국가도 있을 수 없다)를 구호로 사용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열린 선거대책위 출범식에선 “사즉생의 정신으로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처럼 준비-도전-승리의 길을 가는 사람에게 두려움은 용기의 다른 이름”이라고 이순신을 재차 띄웠다. 지난 10일 경청투어 중엔 경남 남해 충렬사(이순신 사당)를 찾아 참배했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가 선거 때마다 이순신을 꾸준히 언급하는 데 대해 “고초를 겪으면서도 애민정신을 잃지 않고, 나라를 위해 목숨까지 바친 희생정신에 존경의 뜻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순신 벨트’를 훑은 이 후보는 16일 ‘대동세상’을 콘셉트로 전북 유세에 나섰다. 대동세상은 ‘억강부약’(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돕는다)과 함께 지난 대선 이 후보의 캐치프레이즈 중 하나였고, 이번 대선에서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유교 사회의 이상향을 의미하는 대동세상은 ‘녹두장군’ 전봉준이 이끈 동학농민운동의 기치이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전북 익산역 광장 유세에서 “모두가 어우러져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는 대동세상을 꿈꾼 게 동학혁명 아니었겠느냐”며 “동학혁명이 미완으로 끝났지만, 그 정신은 여전히 살아남아 5·18 민주화운동으로, 촛불혁명으로, 다시 빛의 혁명으로 살아났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같은 날 동학농민운동의 발상지인 정읍을 지난 대선에 이어 다시 찾아 “동학혁명의 정치는 살아서 마침내 작년 겨울 남태령 고개를 넘어 서울로 진입했다”며 “대동세상을 이제 시작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6일 동학농민운동의 발상지인 전북 정읍시 정읍역 광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동학농민운동기념일인 지난 11일엔 페이스북에 “신분의 굴레를 벗고 만민평등을 외쳤던 그날, 우리 민주주의의 첫 발걸음이 시작됐다”며 “대동세상의 꿈, 우리 모두가 평등한 주인으로서 함께 이어가겠다”고 썼다.

이 후보가 동학농민운동을 본격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한 건 2016년부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를 동학농민운동에 빗대면서다. 그해 9월 한 언론 인터뷰에선 “동학농민혁명 당시 수십만 명의 민중들이 죽창을 들고 싸웠지만 기관총에 진압됐다”며 “새로운 전쟁에서는 1인 1표라는 같은 무기로 싸운다. 이제는 무력에서 밀리지 않는다. 우리는 외롭지 않다”고 했다.

이 후보가 평소 즐겨 쓰는 “정치는 국민이 하는 것”이란 수사(修辭)도 ‘나라의 주인은 백성’이란 동학사상과 결이 같다는 게 이 후보 측의 설명이다. 이 후보는 지난달 17일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도 “2만명이 넘는 동학농민군이 우금치 고개에서 기관총으로 무장한 일본군 2000명에게 전멸을 당했을 때 조선의 운명이 바뀌었다”며 동학농민운동을 사례로 K-방산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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