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보수 진보 나눌라 카는데 몇십년간 죄다 나눠져 있잖어. 그래갖고 나라가 발전이 되갔어? 이재명이는 잘할 것 같아요. 전라도선 90% 이상 나와야제.”
순천 거주, 70세 농업 관련 사업자 임 모씨
공식 선거운동 넷째 날인 지난 15일. 순천시 패션의거리는 우산을 쓴 시민 수백명으로 북적였다. 교복을 입은 학생부터 연인과 함께 나온 20대, 우비 차림으로 휠체어를 탄 노인까지 이재명 후보 연설을 기다리며 자리를 지켰다. 민주당 유세 현장 단골 메뉴인 파란 모자, 티셔츠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연단에 오른 이 후보가 “빗속에 고생하시네요. 가능한 빨리 끝내는 게 좋겠죠?”라고 묻자, 이들은 “이미 다 젖어부렀응께 괜찮아요!”라고 화답했다.
15일 오후 전남 순천시 연향동 패션의 거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자들이 이 후보의 연설에 환호하고 있다. /뉴스1
‘중도보수 팻말’ ‘주황·분홍 풍선’… “보수·진보 뭣이 중하냐”
이날 청색·적색이 섞인 운동화를 신은 이 후보의 핵심 메시지는 ‘통합’이었다. 그는 “다음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국민주권주의를 관철하되 통합하는 정부여야 한다”며 “작은 차이 때문에 편을 갈라 공격하고 죽이고 절멸하려 하지 말고, 타협하고 조정해서 합리적 결론에 이르자”고 했다.
농장을 운영하는 70대 임모씨는 “세상이 변했는데 보수·진보·중도가 뭐가 중하냐”면서 “나라 발전이 되려면 진보 보수 나누지 말고 통합해야 한다. 이재명이 말이 참 맞지 않나. 그걸 잘 하게 90% 이상 나와야 된다”고 했다. 유세를 지켜보던 주부 신 모(39)씨도 “비상계엄을 겪고보니 그런 일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이재명이라 생각한다”면서 “통합을 하겠다는 마음이 좋다”고 했다.
15일 오후 전남 순천시 패션의거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자들이 이 후보의 연설에 환호하고 있다. /이주형 기자
손팻말도 눈에 띄었다. 광양시 드래곤즈구장 축구장 앞에 이 후보가 나타나자, 파란 옷을 입은 지지자 일부가 ‘중도보수 이재명’이라고 적힌 팻말을 흔들어 보였다. 이 후보의 ‘통합’ 발언에 박수를 치거나 환호로 동조하기도 했다. 통상 ‘파란 풍선’ 일색이었던 민주당 유세 현장엔 주황·빨간·분홍·노랑·흰색 풍선이 나란히 섞여 있었다.
1살 아기를 안고 풍선을 든 강아름(38)씨는 “앞으로 아이가 살아갈 좋은 나라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이 후보를 아기에게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또 “이재명 후보가 갈라치기 문화를 없애고, 전체를 포용하는 대통령이 돼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태 지역 경제발전 못 시켜, 기대 안된다” 냉소도
이 후보 지지와 별개로, 경제 발전에 대한 실망의 목소리도 많았다. 자신을 ’순천 토박이’라 소개한 60대 택시기사 주 모씨는 “민주당에서 대통령이 여럿 나오도록 뽑아줘도 특별히 지역을 발전시킨 게 뭐가 있느냐”며 “(이 후보가 당선돼도) 경제 발전시킬 거란 기대가 많이 안 된다”고 했다.
등산복 가게를 운영하는 정 모(35)씨는 “이번에는 민주당이 좀 실질적인 경제 발전 성과를 가져다 주면 좋겠다”면서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인 이 모(27)씨는 “딱히 호감 가는 후보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 일자리가 늘어나는 정책들을 추진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이순신 호국 벨트' 유세차 15일 오후 전남 순천시 연향동 패션의 거리를 찾아 연설을 마친 뒤 큰절하고 있다. /뉴스1
이 후보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언제나 죄송하게 생각하고, 달라지게 하겠다”면서 호남 경제를 ‘재생에너지 산업 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 했다. 그는 광양 유세 현장에서 “배추 가격도 생산지에서는 싸고 도시 가면 비싸지는데 전기요금은 생산지와 소비지 가격이 똑같다”며 “전남 영광에서 전기 생산해서 서울로 보내면 서울 사람들이 전기 쓰는데 요금은 똑같다. 말이 되나. 불평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지방에는 전기요금을 더 싸게 해야 한다”며 “가격 차이를 확실하게 하면 지방 산업 수요가 늘어나고 지역 균형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순천에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처음으로 지지자를 향해 큰절을 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핵심 텃밭인 호남에서 득표율 90%를 목표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전북과 광주를 돌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