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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파이브: The 5] 프란치스코와 공통점과 차이점
지난 14일 이탈리아 바티칸에서 열린 ‘동방 교회 희년 기념행사’에서 교황 레오 14세가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EPA 연합뉴스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기자가 답합니다.

오는 18일 오전 10시(현지시각) 이탈리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새 교황, 레오 14세의 즉위 미사가 열립니다. 새 교황의 직무가 시작됐음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자리인데요. 전 세계 200여 개국의 정부 대표와 각계 종교 지도자들이 참석하는 만큼, 레오 14세가 이 자리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레오 14세는 가톨릭 전통을 따르면서 개혁적인 시각을 가진 온건한 개혁주의자로 평가받습니다. 미국 출신이면서도 반이민 조치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 탓에, 트럼프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유일한 힘’이 될 수 있을 거란 관측도 나와요. 레오 14세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어떤 점이 다를까요? 기대되는 역할은 뭘까요? 바티칸에서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 과정을 취재한 베를린 특파원 장예지 기자에게 물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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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1] 바티칸 현장 분위기는 어땠어요?

장예지 기자: 현지시각 기준으로 6일부터 4일간 바티칸에 머물렀어요. 콘클라베 둘째 날엔 성 베드로 성당 인근에 15만명 정도가 모였다고 하는데, 발 디딜 틈이 없단 말이 딱 맞을 정도로 사람이 어마어마했어요. 흰 연기가 피어오르는 순간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역사적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성 베드로 광장으로 다 같이 전력 질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마치 최면에 빠진 것처럼 많은 사람이 교황 한 사람을 기다리는 모습은 성스러워 보였어요. 신자가 아닌데도, 인종과 국적이 다르지만 함께 사진을 찍고 포옹하며 서로를 축복하는 모습을 보니, 인류애가 느껴지더라고요.

[The 2] 레오 14세는 진보와 보수 중 어느 쪽에 가까워요?

장예지 기자: 딱 잘라 말하긴 어려워요. 레오 14세가 추기경이 된 시점이 2023년으로 최근이라, 그를 평가하기 위한 기록이 많지 않거든요. 언론에선 중도나 온건한 개혁주의자로 불리는데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개혁에 초점을 맞췄다면 레오 14세는 가톨릭 전통을 존중하고 수용하려는 태도를 보입니다. 교황 즉위 직후 발코니에 화려함과 권위를 드러내는 붉은색 망토 모제타를 입고 나오거나, 역대 교황이 거주하던 공간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한 점이 대표적이죠.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 커플을 축복했지만, 레오 14세는 남성과 여성 외 성별을 인정하는 데 부정적이에요. 2012년에 동성애는 교리에 어긋난다는 기존 가톨릭 입장이 반영된 발언을 한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프란치스코도 동성애 자체를 긍정했다기보다, 성적 지향을 이유로 사람이 차별받아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잖아요. 레오 14세에게도 이런 포용성이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레오 14세는 개혁적인 면도 분명히 있어요. 프란치스코 교황을 따라야 한단 말을 교황이 된 후에도 꾸준히 했고, 기후나 이민자 문제에 대해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레오 14세가 어디에서 누구와 오랜 시간을 보냈는지도 중요한데요. 20년 동안 페루 빈민가에서 사목 활동을 했어요. 보수인지 진보인지는 규정하기 어려워도, 가난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단 가치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지난 8일(현지시각) 가톨릭 신자들이 새 교황을 보기 위해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여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The 3] 레오 14세가 교황 유력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던 이유는 뭐예요?

장예지 기자: 후순위였지, 후보군에 있긴 했습니다. 레오 14세는 첫 번째 투표 때부터 물망에 올랐다고 해요. 투표가 진행되면서 점점 순위권으로 올라왔다가 네 번째 때 압도적으로 선출됐고요. 유 추기경이 콘클라베에서 제공되는 책자를 공개한 적 있는데요. 꽤 두꺼웠는데, 전체 추기경의 사진과 약력이 담겨있다고 해요. 콘클라베 시작 전(4월22일~5월6일) 12번의 총회에서 추기경들이 교회와 사회에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을 들어볼 기회도 충분히 주어졌다고 하고요.

콘클라베가 워낙 비밀리에 진행되다 보니 내부 사정은 정확히 알기 어려운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언론에선 추기경의 행적 중 드러난 것 위주로 예측할 수밖에 없고요. 그렇다 보니 교황청 실세인 이탈리아 출신 피에트로 파롤린이 주로 언급됐던 것 같습니다. 필리핀 출신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나 가나 출신 피터 턱슨처럼 정체성이 강한 사람들도 마찬가지고요.

[The 4] 레오 14세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장예지 기자: 프란치스코가 변화를 시도했지만, 가톨릭 정통파에겐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도 있었잖아요. 교회 내부 분열도 심해지고 있고요. 레오 14세는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개혁적인 메시지를 낼 줄 아는 인물이라, 양쪽을 잇는 역할을 해줄 거란 기대가 나와요.

트럼프 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할 거란 얘기도 나옵니다. 교황이 되기 전 본명으로 운영하는 엑스(옛 트위터)에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반이민 조치에 비판적인 글을 올렸거든요. 2기 트럼프 정부에서도 부통령 JD 밴스가 가족과 국가를 먼저 사랑해야 한단 말에 “예수님은 사랑의 순위를 정하라고 말씀하지 않으셨다”며 반박했고요. 교황이 된 후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 나와 “다리를 놓는 교회”의 역할도 강조했는데요.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자를 향해 벽을 세운 정책을 비판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벽이 아닌 다리를 세우라”고 말한 것과도 비슷합니다.

[The 5] 프란치스코처럼 방북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을까요?

장예지 기자: 프란치스코가 한반도 평화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만큼, 그 뜻을 이어갈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여요. 또 유 추기경이 현재 교황청에 계시니 레오 14세와 이 사안에 대해 논의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요? 레오 14세는 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가톨릭 세계청년대회를 계기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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