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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AI 시대 실크로드의 부활]
로보티즈, 중앙亞 생산기지 추진
'로봇 연골' 액추에이터 수요폭증
韓·中보다 인건비 대폭 저렴한
유라시아 제조 허브로 눈 돌려

[서울경제]

세계 최고 수준의 액추에이터(구동장치) 기술을 보유한 로봇 기업 로보티즈(108490)가 신규 생산기지로 중앙아시아를 낙점하고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와 제조 비용은 물론 세제 혜택, 중국·러시아·유럽·중동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라는 점이 모두 고려된 결과다. 자동차·기계·배터리 등에 이어 첨단 미래 산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로봇도 피지컬 인공지능(물리 AI) 태동기부터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가 2주간의 출장길에 올랐다. 해외 생산기지 거점 물색에 나선 김 대표가 찾은 곳은 중국도, 동남아시아도 아닌 중앙아시아 지역이다. 김 대표는 우즈베키스탄의 수도인 타슈켄트를 중심으로 몇 곳을 돌아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로보티즈 측은 “현재 중앙아시아 지역을 염두에 두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르면 다음 달 중 생산 거점을 확정한 뒤 먼저 플리트(Fleet) 통합 관제 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순차적으로 연내에는 생산기지 구축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로보티즈 측은 현재 국내 마곡 본사 내 생산기지에서 감속기·제어기·통신모듈을 합한 통합 구동 모듈인 ‘다이나믹셀’을 연간 20만 대 생산하고 있는데 올해는 30% 이상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로보티즈가 보유한 로봇 팔과 손가락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관장하는 연골에 해당하는 액추에이터 기술력은 세계적으로도 수준급으로 평가된다. LG전자가 일찌감치 로보티즈의 기술력을 알아보고 2017년 투자를 단행해 현재 2대 주주에 올라 있다. 최근에는 중국의 대표 로봇 업체인 유니트리가 자체 개발 로봇의 핸드(손) 부분에 일부 로보티즈의 액추에이터를 도입했다.

2025년 5월 16일(금) 1면 언박싱 [ON AIR 서울경제]


중국도 아냐…피지컬AI 시대 실크로드의 부활


중앙아시아 실크로드가 피지컬 인공지능(물리 AI) 시대에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존 생산·조립 라인의 최전선에 인건비가 저렴한 고숙련 노동자가 대거 포진한 중국이 절대 강자였지만 팬데믹을 거치며 중국의 인건비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한 관세전쟁이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크다. 한국의 경우 로봇 제조 여건이 더 열악하다. 중국보다 인건비와 제조 비용이 높을 뿐 아니라 첨단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등 폭넓은 지원도 부족한 실정이다.

로봇 관절 분야의 1인자인 로보티즈도 ‘지정학 베팅’을 위해 중국을 넘어 중앙아시아로 눈길을 돌렸다. 로보티즈가 현재 유력한 생산 기지로 살펴보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지역의 경우 저렴한 인건비가 큰 강점으로 꼽힌다. 30년 이상 자동차 생산 기지로서의 업력이 있는 만큼 로봇 등 제품군으로도 확장이 유연하다는 평가다. 국내에서는 기아자동차가 완성차 생산 기지를 설립하는 등 자동차 부품, 섬유 분야의 국내 제조 기업 100여 곳이 활발하게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제조업 육성을 위해 외국인투자기업에 최대 10년간 세금을 면제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보니 정부와 민간의 호흡도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 미국이 부과한 관세 지침도 10%에 불과해 관세 영향권의 무풍지대라는 평가다.



평균 임금 55만원 VS 404만원


무엇보다 강점은 우리나라 제조업 일자리의 7분의 1에 불과한 인건비가 꼽힌다. 우즈베키스탄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월평균 임금은 401달러(약 55만 8000원) 수준으로 조사됐다. 중국의 월평균 임금인 8661위안(약 167만 2600원)과 비교해도 3분의 1에 불과해 압도적으로 높은 우위를 보인다는 분석이다. 중앙아시아 지역 내 가장 많은 규모로 25만 명에 달하는 고려인의 존재도 현지에 의사소통이 가능한 인력 확보에 있어서 큰 장점이다.

우리나라는 인천·대구 등을 중심으로 로봇 산업 단지 생태계를 꾸리는 한편 숙련된 인력을 갖추고 있지만 월평균 임금이 지난해 기준으로 404만 6000원에 달해 높은 인건비가 기업들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또한 로봇 부품 제조에 특화된 중간 공급망이 취약해 원가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 해외 매출이 95%에 달할 정도로 내수 수요가 제한적이라는 점이 해외 생산 기지로 눈을 돌리게 하는 요인이 된다. 특히 생산 기지 이전에 앞서 짓는 플리트 관제센터의 경우 로봇 열 대당 한 명의 인력을 관제 인력으로 둬야 하는데 국내 대비 인건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중국 로봇 기업도 ‘탈중국’해 공장 지어


중앙아시아의 맹주인 카자흐스탄의 경우 정부의 제조업 육성 강화 정책과 고숙련 노동자가 많아 기술 인력 확보가 용이하다는 게 큰 장점이다. 정부가 제조업 부흥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카자흐스탄 2050 전략’을 일찍이 내놓고 정부 차원에서 기계 제조, 금속 가공 등 고부가가치 산업 분야에서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수도인 알마티 인근에 외국인 투자 유치 촉진을 위한 특별경제구역(SEZ)을 설립하고 세제 혜택을 제공하며 수입 관세를 면제하는 정책은 물론 산업단지를 조성할 경우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원가 경쟁력이 높은 중국 로봇 기업도 생산 기지를 옮기고 있다. 중국 화웨이 출신 창업자가 설립한 휴머노이드 로봇 업체인 아기봇(Agibot)은 2월 카자흐스탄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연구개발과 생산 기지 거점을 세운다는 계약을 맺었다. 이 파트너십이 성사된 데는 카자흐스탄의 디지털개발·항공우주산업부가 직접 나서서 러브콜을 하며 적극 유치한 게 통했다는 설명이다. 국내 기업의 경우 현대차·기아차가 현지에서 조립 생산 기지를 확보했고 KT&G 역시 카자흐스탄에 신공장을 건설했다. 로보티즈의 2대 주주(지분 7.45% 보유)인 LG전자도 알마티에 법인을 두고 있는데 향후 협력 가능성에서도 유리하다.

로보티즈의 작업용 휴머노이드 ‘AI워커’ /사진 제공=로보티즈


기술력 우위 뚜렷… 가격 경쟁력 중요


로봇 업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휴머노이드 가격은 적극적인 자국 기업 보조금 정책과 저렴한 인건비에 힘입어 국내 대비 40~50% 낮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은 핵심 비용을 낮춰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과제로 꼽힌다. 업계에서 로보티즈에 걸고 있는 기대는 액추에이터와 더불어 하나의 모듈로 큰 역할을 하는 감속기의 기술력인데 이는 업계 1위인 일본의 하모닉드라이브와 비교해도 강점이 뚜렷하다. 앞으로 휴머노이드가 이동하고 밖으로 나가 활동을 하면 사이클로 타입의 감속기가 더욱 중요해진다는 설명이다. 남은 과제는 이익률을 높이면서도 비용을 줄여 출혈경쟁 없이 건전한 성장을 이루는 것이다. 최재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 기업(유니트리)에서 로보티즈 부품을 쓴다는 것은 아직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한다는 근거”라며 “중앙아시아 생산기지를 통해 생산능력을 확대하면 매출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비용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초반만 해도 50%였던 매출 총이익률이 지난해 말의 경우 60%까지 올라왔는데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매출 총이익률이 늘어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 전쟁 이후 물류 허브된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의 또 다른 강점은 물류 허브에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유럽과 중국을 잇는 교역로로 중앙아시아가 부상하면서 이들 국가에 대한 물류 허브로서의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로보티즈의 경우 지난 1분기에는 해외 매출이 95억 원을 기록해 전체 매출(101억 원)의 95%에 달할 정도로 높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92%)과 비교해도 늘어난 수치다. 주요 수출국으로는 미국이 가장 높고 중국·유럽이 뒤를 잇는데 중앙아시아의 경우 제품을 생산한 뒤 중국과 유럽 지역에 유통함에 있어서 크게 유리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중앙아시아 생산 기지 구축은 제조뿐만 아니라 물류·유통 측면에서도 유리한 의사 결정이 될 수 있다”며 “로보틱스는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만큼 애초에 유라시아 지역에서 승부를 보는 것도 통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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