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 신해철은 왜 사망했나
거침없는 입담으로도 사랑받았던 신해철은 2014년 10월 27일 46세를 일기로 생을 마쳤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고(故) 신해철씨 의료 사망 사건이 다시 회자됐다. 최근 법원 판결 때문이다. 신씨의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 강모씨가 또 다른 의료 과실로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60대 남성의 대퇴부(허벅지) 정맥 혈전 제거 수술을 하다 혈관을 손상시켰다. 환자는 다른 병원에서 고통받다 2년 뒤 사망했다.
강씨는 수술과 사망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2월 강씨의 업무상 과실로 환자가 숨졌다고 판결했다. 피해자가 사망한 지 9년 만이었다. 강씨는 이날 법정 구속됐다. 금고(교도소에 수감하되 노역은 하지 않는 징역) 1년. 강씨는 신해철 사망 사건으로 2018년 징역 1년형을 받았다.
최영식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원장을 지난 3일 서울에서 만났다. 최 전 원장은 신씨 사망 당시 국과수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이었다. 그가 직접 신씨를 부검했다. 그의 부검 보고서는 강씨 유죄 판결에 결정적인 근거가 됐다. 최 전 원장은 “‘의사도 실수를 할 수 있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회상했다.
" 30년 부검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 봤다. 어떻게 심낭(심장을 둘러싼 얇은 막)에 깨가 들어갈 수 있나. "
‘국민가수’로 불렸던 신씨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의료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졌다. 병원의 과실 여부를 철저히 규명하라는 요구가 쏟아졌다. 최 전 원장은 들끓는 여론 속에서 이뤄진 당시 부검 상황을 취재진에게 처음 공개했다. 강씨의 명백한 의료 과실을 어떻게 증명했는지, 신씨 몸 안은 어떤 상태였고, 심낭 천공(구멍)은 어떻게 발견했는지 담담하게 설명했다.
2014년 10월 31일 오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가수 싸이, 윤종신, 이승철이 침통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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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 2시간 전 부검하기로 결정
부검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 사망 닷새째인 2014년 10월 31일. 화장을 2시간 앞두고 이승철, 윤종신, 싸이 등 동료 가수들이 유족을 설득해 장례를 중단시켰다.
" 고인의 시신을 화장하지 않기로 했다.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유족에게 부검을 하자고 했고 심사숙고 끝에 받아들였다.(가수 이승철, 서울추모공원 화장장) "
유족은 이날 경찰에 강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다. 사흘 뒤 국과수 서울과학수사연구소에서 부검이 실시됐다.
Q : 신해철씨 부검 요청 왔을 때 어땠나.
A :
특별할 건 없었다. 모든 부검은 똑같이 이뤄진다. 다만 의료 사건이기 때문에 신경을 썼다. 이날 법의관 3명과 법의조사관 4명이 들어갔다(통상 법의관 1명과 조사관 4명이 진행한다). 오전 10시 반에 시작해 오후 3시쯤 끝났다. Q : 부검 전 경찰의 설명은.
A :
(경찰은) 별로 말이 없었다. 알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고. 병원 진료기록부와 영상 자료 전부 갖다 달라고 했다. Q : 어디를 집중적으로 본다는 계획이 있었나.
A :
그건 아니다. 열어봐야 아는 거다. Q : 외표 검사상 특이사항은.
A :
신체 외부는 멀쩡했다. 문신이 눈에 띄었고 몸무게가 80㎏ 정도로 키에 비해 살이 좀 찐 편이었다. ━
횡격막부터 뚫렸다…심낭에서 나온 ‘깨’
본격적인 부검이 시작됐다. 겉으로 드러난 것과 몸 안의 상황은 전혀 달랐다.
Q : 시신 내부는 어떤 상태였나.
A :
복막염이 너무 심했다. 복강 안이 농(고름)으로 가득 차 있었다. 냄새도 심했다. 누렇고 끈적한 고름들이 장기 전반에 들러붙어 있었다고 이해하면 된다. 뇌도 부어 있었다. 부종이 심해 뇌 주름이 다소 펴진 상태였다. Q : 결정적으로 심낭 천공을 확인했다. 어떻게 찾아냈나.
A :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심낭 표면에도 화농성 고름 덩어리들이 들러붙어 있었다. 심장과 심낭 사이 공간에는 지저분한 액체가 고여 있었고 그 안에 깨가 떠다니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장에 있어야 할 음식물이 심낭 안까지 흘러 들어온 것이다. 심낭에 구멍이 뚫리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염증 덩어리를 살살 긁어내면서 심낭 아래쪽에 3㎜ 크기의 구멍이 뚫린 것을 발견했다. (계속)
“신해철은 살 수도 있었다”
잘못된 수술보다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습니다.
의사라면 절대로 놓쳐서는 안되는 걸 놓쳤다고 하는데요.
이어지는 최 전 원장의 증언,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하마터면 묻힐 뻔한 진실…신해철 죽음에 칼을 대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33859
〈부검의 세계 : 죽은 자의 증언〉 더 많은 기사를 보시려면?
‘사진 100장’이 다 까발렸다…박왕자 피격, 북한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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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목 졸려 살해 당했다? 부검이 찾아낸 ‘목뿔뼈’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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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은 아직 살아있다” 그 음모론, 부검실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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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서거 때 부검 안 했다…상처 없던 손바닥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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