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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우리는 AI 첨단기업-진화하는 사기
딥시크에 사기문구 작성 요청하니
몇초만에 문법오류 없이 완벽 답변
한국어 능통한 총책 이젠 필요없어
AI 등장 이후 사기수법 더 고도화
'좀비폰 프로그램' 등 기술 개발도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딥시크에 ‘사기 문구를 작성해달라’고 한 뒤 한국어 번역을 요청한 결과. 딥시크는 별도의 현지화 요청이 없었는데도 원문의 ‘소우(小雨)’를 한국식 이름인 ‘소율이’로 바꿔 답변을 내놓았다. 딥시크 캡처


[서울경제]

‘[쿠팡 연말 이벤트] 축하합니다! iPhone 14 당첨되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소율이에요. 친구가 추천해준 번호를 잘못 저장했나 봐요. 이건 인연인가요?’

서울경제신문이 ‘사이버 사기에 활용할 문구를 작성해달라’고 하자 ‘중국판 챗GPT’ 딥시크는 불과 몇 초 만에 이 같은 답변을 생성해냈다. 취재진은 최근 중국 현지 사기 조직이 딥시크를 활용하는 상황을 최대한 재연하기 위해 먼저 중국어로 질문한 뒤 답변을 한국어로 바꿔달라고 했는데 문법 오류 하나 없는 깔끔한 번역을 받아볼 수 있었다. 더 놀라운 진가는 원문과 번역본을 비교해봤을 때 드러났다. 원문 메시지의 ‘타오바오’를 ‘쿠팡’으로, 중국식 이름인 ‘소우(小雨)’는 ‘소율이’로 바뀌어 있었다. 별도 주문이 없었는데도 사소한 부분까지 고려해 알아서 현지화를 해준 것이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1~2년 새 챗GPT, 딥보이스·딥페이크를 비롯한 인공지능(AI)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사기 범죄가 유례없는 속도로 첨단화하고 있다. 기존에도 무작정 전화를 돌리는 보이스피싱부터 시작해 로맨스스캠·투자리딩방 등으로 꾸준히 진화해왔지만 AI 등장 이후에는 아예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가장 큰 변화는 주요 총책 자리를 중국인이 꿰차게 됐다는 점이다. 다짜고짜 피해자에게 전화해 사기를 쳐야 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대부분 메신저를 통해 사기를 치기 때문에 한국어 능통자를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다. 최근 들어서는 AI가 번역은 물론 사기 시나리오까지 다 짜줄 정도로 고도화됐기 때문에 한국인이 총책을 맡을 이유가 더욱더 없어졌다. 안정엽 충남경찰청 형사기동대 팀장은 “과거에는 한국인들이 총책을 도맡았다면 이제는 검수 역할만 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환경 등 정보기술(IT) 인프라가 중요해지면서 근무지 역시 대도시로 바뀌었다. 과거에는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해 시골에서 주로 활동을 했다면 이제는 중국의 2선급 도시인 칭다오·쑤저우 등에 사무실을 두고 일반 직장인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 근무하는 추세다. 규모가 큰 일부 조직들은 베이징·상하이까지 진출한 경우도 있다.

최근 캄보디아의 대도시들이 ‘사기 성지’로 급부상 중인 것도 최첨단 IT 인프라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수도 프놈펜에서 25㎞가량 떨어진 곳에는 아예 ‘망고단지’라고 불리는 범죄 단지가 조성돼 있다. 대규모 오피스텔에 층층마다 조직들이 입주해 있는데, 각 조직마다 상대하는 국가와 전문 사기 분야가 세분화돼 있다. 이들은 같은 생활권 안에서 이웃처럼 지내면서 유기적으로 협업해 사기를 친다.

안 팀장은 “과거 중국에서 프놈펜·시아누크빌 등을 카지노 도시로 만들겠다고 하자 다수의 중국인들이 몰려가 IT 인프라를 조성해놓았다”며 “하지만 중국이 말을 바꿔 해외 도박까지 금지하며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이주자들이 궁여지책으로 보이스피싱 등 사기 조직 결성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기꾼들은 AI 활용 능력은 기본으로 깔고 각종 IT 신기술을 개발·활용하며 더욱 치밀하게 사기를 벌이고 있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조직원들이 순차 검거됐던 ‘김군일파’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조직은 의사 피해자 한 명에게만 무려 41억 원을 편취한 것으로 유명해졌는데 각종 창의적인 기술과 시나리오를 선보여 ‘보이스피싱계의 삼성’으로 불릴 정도였다.

예컨대 조직은 피해자 휴대폰에 좀비 프로그램을 심어 피해자가 아무리 다른 곳으로 전화를 해도 조직이 당겨서 받는 기술을 최초로 개발했다. 자체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당직 시스템을 도입해 심야에도 피해자와 연락이 끊기지 않도록 하기도 했다.

시나리오 역시 기발했다. 이들은 콜센터 사무실 안에 가짜 검사실을 차려놓고 영상통화를 통해 피해자들을 속였다. 또 단순히 예치금을 편취하는 과거 방식과 달리 대출을 실행시켜 돈을 추가로 뜯어내는 시나리오까지 개발했다. 해당 시나리오를 도입한 후 피해 건수는 줄었지만 금액은 천문학적으로 늘었다. 안 팀장은 “1인당 편취 금액 기록을 이 조직이 모두 경신했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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