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독일 경찰이 13일 작센주 할스브뤼케에 있는 이른바 ‘독일왕국’의 본부를 수색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스스로 ‘왕국’을 세우고 왕이 된 독일인이 있다. 2012년 동부 작센주 할스브뤼케에 ‘독일왕국’이란 의미의 쾨니히라이히도이칠란트(KRD)를 만들고, ‘페터 1세’ 국왕이란 호칭을 스스로에게 부여한 페터 피체크(59)다. 요리사 출신인 피체크가 수립한 독일왕국은 독일연방공화국 체제를 부정하며, 자체 헌법과 화폐, 은행을 보유해 금융 시스템도 도입하고자 했다. 이른바 “제국의 시민들”은 독일왕국 신분증도 소지했다. 왕국 공식 누리집에서 신청만 하면 누구나 시민이 될 수 있었고, 10유로만 내면 “일일 비자”가 발급됐다. 세금과 벌금 납부를 거부하는 등 독일연방을 인정하지 않는 이곳은 과거 독일제국이 여전히 건재하고, 자신들이 제국을 계승하고 있다고 믿는다.

13일 독일 내무부는 이런 독일왕국을 극단주의적 반국가단체로 보고 강제 해산을 명령했다. 수사기관은 800명의 경력을 동원해 7개주에 산재한 독일왕국의 건물과 아파트 등을 수색했고, 피체크와 그의 추종자 3명을 범죄단체조직 혐의로 체포했다. 연방검찰은 국왕 노릇을 하는 피체크가 “모든 필수 영역에서 통제권과 의사 결정권을 갖고 있었다”며 “그는 (왕국의) 이념적 성향을 결정하고, 스스로 법률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신임 내무부 장관인 알렉산더 도브린트는 강제해산 이유와 관련해 “이 단체는 독일연방의 헌법 질서에 위배된다. 이곳의 목표는 유사 국가를 수립해 독일연방공화국에서 분리하려는 것”이라며 “이들은 반유대주의 음모론으로 자신들의 가짜 권력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독일왕국은 독일 전역에서 부동산을 매입해 자신의 “영토”로 간주하며, 자체 은행과 의료 기금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등 자치에 나서고 있다. 이에 내무부는 독일왕국에 명칭 사용을 포함한 모든 활동을 금지하고, 재산도 몰수했다.

독일 정보기관은 국가 전역에 약 2만5천명이 왕국의 추종자로 활동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중 다수는 인종차별주의와 반유대주의 음모론을 유포하는 우익 극단주의자들로, 불법 무기를 소지하는 경우도 많아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는 등 크고 작은 폭력 사건들에 연루되곤 했다.

독일연방은 수개월간 이 단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왔다. 왕국이 설립되고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독일 정부는 이 단체에 대한 법적 제재를 가하진 않았다. 우익 진영에서도 이들은 과거에 대한 향수병을 가진 집단 정도로 치부됐다. 그러나 왕국의 추종자가 점차 늘어나고 자체적인 금융 체계를 마련해가면서 내무부도 칼을 빼 들었다는 평가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8076 김문수 "중처법, 소규모 중기 적용 안 맞아…악법이 못 괴롭히게 고치겠다" 랭크뉴스 2025.05.15
48075 ‘윤석열 표’ 55%만 “김문수 지지”…이재명 영남서도 우위 랭크뉴스 2025.05.15
48074 [단독]‘명태균에 인사청탁 의혹’ 경찰 간부, 김영선 의원실 통해 파출소 신축 예산 증액 랭크뉴스 2025.05.15
48073 [르포] '바람의 손자' 옷 입은 4만 관중 앞 쓰리런... 이정후가 쓴 한편의 영화 랭크뉴스 2025.05.15
48072 이경실 소유 동부이촌동 89평 아파트 경매 나왔다…무슨 일 랭크뉴스 2025.05.15
48071 성평등 공약은 남성에 상처? 청년 여성·성소수자 민주당원들 쓴소리 랭크뉴스 2025.05.15
48070 동덕여대, '점거농성' 학생들 고소 취소…오늘 총장 입장 발표 랭크뉴스 2025.05.15
48069 역대 대선 보니, 공식 선거운동 기간 역전사례 없다 [김정하의 이슈 해부] 랭크뉴스 2025.05.15
48068 한화그룹, 8천700억원에 아워홈 품었다…"양사 경쟁력 강화"(종합) 랭크뉴스 2025.05.15
48067 국민의힘 선대위, '5.18 유혈 진압' 정호용 상임고문 임명했다 취소 랭크뉴스 2025.05.15
48066 국민 14% “상황 따라 독재가 낫다”…국힘 지지층선 23.7% 랭크뉴스 2025.05.15
48065 "순살·콤보 치킨, 닭 없어서 못 판다"…치킨점주 울상 랭크뉴스 2025.05.15
48064 [단독]평발에 도수치료, 비만에 체외충격파…도 넘는 의료쇼핑 랭크뉴스 2025.05.15
48063 [속보] 푸틴, 이스탄불 회담에 보좌관 파견…트럼프도 안 간다 랭크뉴스 2025.05.15
48062 [대선공약] '3인 3색' 주요 대선후보들 부산 발전 방안은 랭크뉴스 2025.05.15
48061 선거 유세송 '질풍가도' 원픽… 尹 틀었던 '아파트'는 이재명 품으로 랭크뉴스 2025.05.15
48060 전투기 띄우고 낙타·테슬라 지상호위…카타르, 트럼프 극진 환대 랭크뉴스 2025.05.15
48059 뉴욕증시, 급등 후 숨고르기... 나스닥 0.7% 상승 랭크뉴스 2025.05.15
48058 이재명도, 김문수도 1호 공약은 ‘경제’… 이준석은 ‘정부 효율화’ 랭크뉴스 2025.05.15
48057 동덕여대, '점거농성' 학생들 고소 모두 취소... 오늘 총장 입장 발표 랭크뉴스 2025.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