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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관객수 1억 붕괴 우려
OTT 독주에 관람객 감소세 지속
올 300만 돌파 고작 두 편에 불과
칸영화제 장편 초청작 한편도 없어
모태펀드 상호출자제한 규제 풀고
홀드백 정상화···발전기금 확충 필요
정부가 지원해야 영화계 생존 가능
[서울경제]

한국 영화 산업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영화 산업 위기가 줄곧 거론돼 왔지만 올해 상황은 특히 심각하다. 영화 개봉작과 흥행작이 급감하면서 올해 극장 관객 1억 명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최고 흥행작 두 편이 관객 300만 명을 동원한 수준인 데다 하반기에도 관객 수를 끌어 올릴 1000만 영화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13일 서울의 한 영화관이 관객이 없어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권욱 기자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밀려 영화관을 찾는 발길이 줄어들면서 영화 제작 편수가 감소하고 투자도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국내 멀티플렉스 2·3위 업체인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지난 주 합병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침체된 영화 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돌파구를 찾으려는 선택이다. 13일(현지 시간) 개막한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도 한국 장편 영화는 한 편도 초청받지 못했다. 한국 영화의 ‘양’과 ‘질’ 모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1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영화 관객 수는 2625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7%(1397만 명) 감소했다. 국내 연간 영화 관객 수는 2013년 처음으로 2억 명을 돌파한 뒤 2019년까지 2억 명대를 유지하다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020년과 2021년 5000만~6000만명대로 급감했다. 이후 2022년부터 연간 1억 명선을 회복했지만 올해는 1억 명을 밑돌 게 확실시된다.

팬데믹 이후 연간 관객 수 1억 명을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범죄도시’ 시리즈와 ‘서울의 봄’ ‘파묘’ 등이 1000만 관객을 동원하고 ‘탑건 : 매버릭’ ‘아바타: 물의 길’ ‘한산: 용의 출현’ ‘공조2’ ‘엘리멘탈’ ‘인사이드 아웃2’ ‘베테랑2' 등이 700만 이상을 동원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개봉하지 못했던 ‘창고 영화’들도 뒤늦게 개봉하며 힘을 보탰다. 그러나 올해 5월 현재 최다 관객을 기록한 영화는 ‘야당’과 ‘미키 17’로 300만 명가량이다.

극장가가 혹한기에 들어선 것은 글로벌 OTT의 독주를 비롯해 영화 소비 문화와 영화 산업의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프터 넷플릭스’의 저자이자 미디어·콘텐츠 분석가 조영신 박사는 “코로나19 시대에 10~20대를 보낸 세대는 처음부터 OTT로 콘텐츠를 접했기에 극장이라는 공간이 오히려 낯설고 불편하다”며 “또 집에서도 50~60인치 TV로 영화를 볼 수 있고 이동하면서도 모바일로 콘텐츠를 시청하는 데 익숙한 세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영화관을 찾아야 관객 수가 회복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OTT로의 쏠림이 심화돼 영화 관객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극장 체인이 영화 제작사들과 연결되고 계열화돼 있어 영화 제작 투자와 편수가 감소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넷플릭스가 코로나19 당시에도 국내에서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해 콘텐츠를 만들면서 황동혁, 연상호, 윤종빈, 이일형, 한준희 등 스타 감독들이 잇달아 OTT행을 택했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계가 구경꾼으로 전락한 것도 이런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영화 감독들이 이제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며 “넷플릭스도 초기에는 남성 시청자 중심의 장르가 많았지만 여성 가입자가 증가하고 대중적인 플랫폼이 되면서 ‘폭싹 속았수다’ 등 KBS가 만들 것 같은 드라마가 속속 나오고 인기를 얻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멀티플렉스는 이제 유효하지 않은 극장 모델”이라며 “과거의 투자, 제작, 배급 등 관습에서 벗어나 진짜 혁신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변화된 시장과 관람 문화에 따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극장과 영화가 소멸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홀드백(극장 상영 후 OTT 등 공개 전까지 유예 기간) 도입과 투자 여건 개선 등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성진 중앙홀딩스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정부 재원 출연 등을 통한 영화발전기금 확충이 필요하다”며 “영화 제작뿐 아니라 배급, 상영 등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 시스템을 강화해 영화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회복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황재현 CJ CGV 전략기획 담당은 “코로나19 기간 무너졌던 홀드백을 정상화해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가 더 많이 상영돼야 한다”며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영화가 많이 나올수록 재투자로 이어지고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가 더 많이 나오는 선순환 구조를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신영 롯데컬처웍스 브랜드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정부 차원의 다양한 영화 제작·투자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며 “대표적으로 모태펀드의 상호출자 제한 규제 개선, 중예산 영화 제작 지원 사업 예산 확대 및 제작비 규모 상향 조정, 다양한 정책금융 확대와 현재 진행 중인 전략펀드의 조속한 시행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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