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사옥./이솔 기자
삼성전자가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을 인수했다. 삼성전자는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이 보유한 플랙트 지분 100%를 15억 유로(약 2조40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인수 절차는 연내 마무리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조 단위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킨 건 전장·오디오 자회사 하만 인수 작업이 완료된 2017년 이후 8년 만이다.
지난해 북미 3위권 냉난방 공조기업 레녹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유럽 공조 시장에도 본격 상륙하는 것이다.
독일 서부 헤르네에 본사를 둔 플랙트는 100년 이상 축적된 기술력을 가진 공조기기 업체다. 데이터센터와 공장, 박물관, 공항 등 산업·주거용 건물의 냉각 솔루션을 전문으로 한다. 플랙트그룹의 2022년 기준 매출은 6억5000만유로(약 1조3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글로벌 공조 시장에서 사업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플랙트의 데이터센터 솔루션은 ‘데이터센터 업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DCS 어워즈 2024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중앙 공조 시장 중에서도 데이터센터 부문은 2030년까지 연평균 18%씩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생성 인공지능(AI)·로봇·자율주행·확장현실(XR) 등의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을 예상, 글로벌 톱 티어 공조 업체를 전격 인수했다”며 “삼성의 빌딩 통합 제어솔루션과 플랙트의 공조 제어솔루션을 결합해, 안정적이면서도 수익성이 높은 사업의 확대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수로 삼성전자는 기존 강점인 가정과 상업용 시스템에어컨 시장 중심의 ‘개별 공조’에 더해 공항, 쇼핑몰, 공장 등 대형 시설 대상의 ‘중앙 공조’까지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계획이다.
공항, 쇼핑몰, 공장 등 대형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공조 시장은 2024년 610억 달러에서 2030년 990억 달러로 연평균 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 데이터센터 부문은 2030년까지 441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18%의 높은 성장률로
공조 시장을 견인하고 있으나, 글로벌 공급 경험, 최적의 설계와 솔루션 제시 역량을 갖춰야하는 등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에는 미국 레녹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북미 시장 공략을 강화한 바 있다. 다시 도는 M&A 시계삼성전자가 지난 8일 마시모의 오디오사업부를 인수한 데 이어 일주일 만에 새로운 빅딜 소식을 전하면서, 대규모 M&A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회사가 8년 전 80억 달러(당시 9조3800억원)에 하만을 인수한 이후,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 등으로 굵직한 M&A는 멈춰 있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로봇(레인보우로보틱스), AI(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 메드텍(소니오), 오디오/전장(룬,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 등 미래 성장 산업 관련 기업을 잇따라 인수하며 M&A 시동을 걸었다. 지난 3월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고(故) 한종희 부회장은 “올해 유의미한 M&A를 추진해 구체적 성과를 내겠다”고 밝힌 만큼 산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과 로봇, 반도체 등 신사업 분야를 위해 추가적인 M&A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