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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년 89세…경제 발전·복지 확대 성과 속 세계 최초 대마초 합법화 논란도
달변가로 유명…"삶에는 가격표 없다", "생각 다른 사람 존중하는 게 민주주의"


2024년 4월 식도암 발병 사실 알리는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전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재임 시절(2010∼2015년) '세계에서 가장 검소한 대통령'으로 불렸던 호세 무히카 전(前) 우루과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9세.

야만두 오르시 우루과이 대통령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저의 동지, 무히카 전 대통령이 정말 그리울 것"이라며 무히카 전 대통령의 별세 소식을 전한 뒤 "그는 대통령, 활동가. 사회의 모범, 사랑받는 어른이었다"고 추모했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식도암으로 지난해 4월께부터 투병하다 "암세포가 간으로 전이된 상황에서, 몸이 견디지 못할 것 같다"며 지난 1월 항암 치료를 포기했다.

이후 고인은 부인 루시아 토폴란스키 여사와 함께 교외 자택에서 생활하면서 간간이 방문객을 맞았다.

'페페'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무히카 전 대통령은 1935년 5월 20일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태어났다.

1960∼1970년대 군정 등에 맞서 '투파마로스'라고 부르는 좌파 무장·시위 게릴라 단체에서 활동한 그는 15년가량 수감생활을 한 뒤 사면을 받고 정계에 투신했다.

좌파 성향 정당 국민참여운동(MPP)을 이끌며 국회의원과 축산농림수산부 장관을 지낸 무히카 전 대통령은 2009년 대선에서 결선 끝에 당선돼 이듬해부터 5년간 국정을 운영했다.

그는 우루과이 경제 발전과 빈곤 감소 등에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현지 방송 카날5는 보도했다.

또 소득 90%를 빈곤퇴치 이니셔티브에 기부하거나, 1987년형 하늘색 폴크스바겐 비틀을 타고 다니는 검소한 모습으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렸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관저 대신 허름한 집에서 오랜 기간 출퇴근한 것도 잘 알려져 있다.

다만, 가톨릭 전통을 고수하던 나라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가 하면, 우루과이를 세계 최초로 기호용(오락용) 마리화나 완전 합법화 국가로 만들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우루과이 일간 엘옵세르바도르는 "마리화나 음지 거래는 여전히 성행하고 있지만, 단속과 각종 규제 시행 과정에서 발생하던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은 크게 경감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전했다.

또 정책 추진 과정에 각료 간 불협화음을 제대로 중재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었다고 일간 엘파이스는 전했다.

대통령 퇴임 후 고인은 상원에서 정치 활동을 이어가다 2020년 의원직 사퇴와 함께 정계를 떠났다.

2015년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는 무히카 전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무히카 전 대통령은 특유의 시적인 표현으로 현실정치와 자신의 세계관을 웅변하면서 대중을 사로잡은 인물로 꼽힌다.

"삶에는 가격 라벨이 붙어 있지 않으니 나는 가난하지 않다", "권력은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하며, 단지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드러낼 뿐", "유일하게 건강한 중독은 사랑의 중독", "전사는 쉴 권리가 있다" 같은 어록은 지금도 인구에 회자된다.

그는 또 임종 준비를 시사하면서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존중하기는 쉽지만, 민주주의의 기초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라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설파해 우루과이 여야를 막론하고 존경의 헌사를 받기도 했다.

현지 일간 엘옵세르바도르는 무히카 전 대통령을 '세계의 끝에서 등장한 설교자'라고 표현하며 "무히카 행정부에 대한 국내 평가는 다소 엇갈리지만, 고인의 반소비주의적 수사와 소박한 생활은 국내·외에서 많은 주목을 받으며 우루과이 정치인으로선 드물게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고 짚었다.

그러나 그는 지난 2013년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당시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논하는 생중계 방송 중 장애인 비하 표현을 썼다가 설화를 입기도 했다.

현지 매체들은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정부 등 국제사회에서 애도 메시지를 보내며 고인을 추모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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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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