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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년 역사상 ‘첫 아시아인’
라스칼라 음악감독 선임 배경


오페라 9편 84회 공연 이끌어…정식 음악감독 제외 ‘최다’

‘자국인 우선’ 우파 정부서 승인…현지서 예술적 역량 인정


“라스칼라의 충격적 선택.”

12일(현지시간) 지휘자 정명훈(72·사진)이 이탈리아 밀라노의 오페라 극장 라스칼라의 음악감독으로 선정됐다는 발표에 영국 음악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가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내놓은 반응이다. 레브레히트는 클래식 음악계의 상업주의와 지휘자들의 신비주의에 거침없이 독설을 날려온 평론가다.

‘충격’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가 있다. 2026년 말 임기가 끝나는 현 음악감독 리카르도 샤이의 후임으로 가장 유력했던 인물은 지휘자 다니엘레 가티였다. 밀라노에서 태어난 가티는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로열 콘서트헤보 상임지휘자, 영국 로열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등을 지냈고, 2024년부터 독일 명문 오케스트라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의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다.

이탈리아는 오페라의 발상지이자 로시니, 벨리니, 베르디, 푸치니 등 위대한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들의 모국이다. 특히 1778년 개관한 라스칼라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상징과도 같다. 벨리니의 <노르마>, 베르디의 <나부코>와 <오텔로>, 푸치니의 <마담 버터플라이>와 <투란도트> 같은 걸작들이 초연됐고, 전설적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와 레나타 테발디가 오페라 주역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곳이다.

이런 라스칼라의 247년 역사에서 아시아 출신 지휘자가 음악감독이나 상임지휘자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명훈 이전에 이탈리아 출신이 아닌 사람으로 음악감독을 맡은 것은 유대계인 다니엘 바렌보임(2007~2014)이 유일했다. 19세기 말 이후 라스칼라를 맡았던 지휘자들은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 클라우디오 아바도, 리카르도 무티, 다니엘 바렌보임 등 클래식 음악계의 과거와 현재를 대표하는 최고 음악가들이다. 오페라 평론가 유형종 무지크바움 대표는 “정명훈이 이런 대가들의 자리를 잇게 된 것”이라면서 “엄청난 일”이라고 말했다.

정명훈의 음악적 역량 등을 고려하면 놀랄 일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명훈은 말러와 브람스 등 독일·오스트리아계 음악 연주로도 유명하지만, 이탈리아 오페라 해석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1989년 라스칼라 무대에 처음 선 이래 총 9편의 오페라를 84회 공연했고 141회의 콘서트를 지휘했다. 정식 음악감독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횟수다. 2023년엔 라스칼라 소속 오케스트라인 라스칼라 필하모닉의 명예지휘자로 추대됐다.

황장원 평론가는 “이탈리아 오페라 극장에서 꾸준히 좋은 공연을 해 높은 평가를 받았고 현재 라스칼라 명예지휘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음악감독 선임이 아주 예외적인 일이라고 보긴 힘들다”고 했다.

정명훈의 라스칼라 음악감독 내정은 최근 이탈리아 우파 정부에서 자국 출신들을 우선적으로 기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 의미 있다.

노승림 평론가는 “라스칼라가 그만큼 정명훈의 예술적 역량을 인정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레브레히트는 “유일한 장애물은 이탈리아 정부의 승인 여부였는데 결국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고 했다.

현재 밀라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명훈은 오는 19일 부산콘서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소감을 밝힐 예정이다. 부산시는 2023년 7월 정명훈을 부산콘서트홀과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총괄하는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으로 위촉한 바 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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