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반성하고 유족 처벌 불원 등 감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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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 폭력과 폭언을 일삼은 아버지를 홧김에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아들이 징역 6년을 선고 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최정인)는 12일 존속살해 혐의로 법정에 선 이모(34)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살해된 이씨의 부친이 오랜 기간 가정폭력을 저질러 이씨와 어머니에게 고통을 안겨준 점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현재와 장래의 법익 침해(가정폭력 피해) 우려보다는 이씨의 분노가 주된 (범행) 동기였던 걸로 보인다"며 "결코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성년이 된 뒤에는 피해자가 위해를 가하면 스스로 제압하거나 경찰에 신고하는 게 가능했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범행 당시 피해자가 했던 폭언의 강도가 살인을 유발할 정도로 극심했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이씨가 무방비 상태였던 피해자를 공격하고 적극적 구호 조치 없이 내버려뒀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며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유족인 모친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사정 등을 양형에 감안했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27일 서울 은평구 소재 다세대 주택에서 어머니에게 술값을 달라며 폭언하는 아버지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결심 공판에서 이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씨는 당시 최후진술에서 "30년이 넘도록 어머니와 저를 향한 아버지의 폭력과 폭언을 견뎌왔다"며 "성인이 된 뒤 암 환자인 어머니를 혼자 남겨두고 독립할 수 없어 견디며 살았지만 순간 화를 참지 못했다.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