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리프팅기업 영업이익률 40% 넘어
국산 장비가 이끈 가격 하락과 대중화

오피스 대신 피부과? 부동산시장 까지 바꿔
메디컬 에스테틱, 5년 만에 5배 성장

유튜브가 키운 리프팅 열풍,
'시술의 일상화' 가속
[커버스토리 : 왜 땡기는가①]


박혜영 압구정 플렉스피부과 원장이 환자에게 리프팅 시술을 하고 있다./이승재 기자

미용 의료기기 기업 클래시스는 지난해 5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이익률도 49%에 달했다.

이 회사의 대표 제품은 시술 장비인 ‘슈링크’다. 비슷한 장비를 만드는 비올(62%), 원텍(30.2%) 등도 불황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는 높은 이익률을 기록했다.

이들은 모두 리프팅 레이저 장비 제조업체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리프팅’ 시장의 선두주자들인 셈이다.

리프팅은 말 그대로 당기는 것이다. 노화나 탄력 저하로 처진 피부를 끌어올리고 채우는 장비가 이들의 주력 제품이다. 최근 3년간 리프팅 시장 주요 기업들의 매출 증가율은 연평균 45%를 넘어섰다.

“여성 세 명이 모이면 리프팅 얘기가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시장은 폭발하고 있다. 피부 노화를 늦추고 젊어 보이겠다는 한국인들의 욕망이 탁월한 장비 제조 기술을 만난 결과다. 또 뛰어난 손기술을 갖춘 의사들은 시장의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경쟁은 치열해지고, 가격은 낮아지고, 기술은 좋아졌다
리프팅 시술이 특별한 소비가 아닌 주기적 관리의 영역이 되면서 부동산 시장까지 움직였다./최혁 기자

“청담·강남권 피부과 환자 10명 중 8명은 리프팅 시술을 받으러 와요.”
미용 시술 수요가 높은 청담, 압구정, 강남권 피부과는 색소나 여드름 치료보다 리프팅 시술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다.

리프팅의 원리에 대해 의사들은 “오징어 굽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고 말한다. 오징어에 열을 가하면 쪼그라 들고 팽팽해진다. 이처럼 사람의 피부 속으로 열 에너지를 전달해 피부를 수축시킨 후 지방을 태우거나 진피층의 콜라겐 재생을 촉진하는 장치를 EBD(Energy Based Device) 장비라고 부른다.

리프팅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중적 시술은 아니었다. 비쌌다. 이 시장은 미국 기업이 주도했다. 멀츠의 ‘울쎄라’와 쏠타의 ‘써마지’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경쟁자가 없는 리프팅 시장의 선두주자다. 그만큼 비싼 가격에 장비를 팔았다. 이를 들여온 성형외과, 피부과 등도 비싼 가격을 받고 시술을 했다.

이 시장에 국내 업체가 뛰어든 것은 2012년이다. 국내 기업 클래시스가 현재 슈링크의 전신인 울트라포머를 선보였다.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으며 2015년을 기점으로 내수보다 해외 매출 비중이 더 큰 회사가 됐다. 이에 힘입어 2017년에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합병 방식으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상장 이후 회사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B2C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특히 2019년 장성규 전 아나운서가 병원에서 유튜브 채널에서 슈링크 시술을 받고 즉각적으로 피부 탄력을 되찾는 영상이 230만회의 주회수를 올리며 인기를 끌었다.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시술 체험이 유행했고 회사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이후 수많은 국내 기업들의 장비 출시가 잇따랐다. '올리지오'를 보유한 원텍, '텐써마'와 '텐테라'를 보유한 텐텍 등이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면서 흐름을 바꿨다.이 장비들은 기존 미국산 장비보다 30~70% 낮은 가격에 판매됐다. 1억원이 넘는 미국산 장비에 비해 7분의 1 수준으로 공급되면서, 병원과 피부과 등의 수요가 빠르게 몰렸다.

장비 가격이 낮아지자 시술 비용도 저렴해졌다. 공급 경쟁이 가격 하락을 유도하면서 소비자의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시술을 제공하는 피부과·클리닉 수도 폭증하며 병원 간 가격 경쟁도 본격화됐다. 과거 대비 리프팅 비용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내려오면서 소비자 입장에선 ‘생각보다 비싸지 않은 관리’가 되어갔다.

이런 가격 하락과 엔데믹 이후 마스크를 벗게 되면서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준비를 마쳤다. 특히 지난해 본격화된 저속노화 트렌드는 ‘시술 붐’을 자극했다.
기술의 발전과 한국 의사들의 손기술 압구정로데오에서 플렉스피부과를 운영하는 박혜영 원장은 “최근 리프팅 시술을 받는 연령대도 20대 후반까지 낮아지고 있고 남성의 비율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리프팅 시장의 폭발은 가격뿐 아니라 기술도 과거와 다르다. 과거에는 실 리프팅이나 거상 등 외과적 방법이 일반적이었다. 사실상 수술에 가까웠다. 하지만 현재 리프팅은 시술이라고 부른다. 비수술적이면서도 안전하고 효과적인 장비 덕이다. 고강도 초음파(HIFU), 고주파(RF)를 활용하기 때문에 ‘점심시간 시술’도 가능해졌다. 기술 발전에 따른 편의성이 시장 폭발의 촉매제 역할을 한 셈이다.

아울러 소셜미디어가 만든 ‘시술의 일상화’도 리프팅 시장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 소셜미디어는 리프팅 시장을 키운 가장 강력한 마케팅 플랫폼이다.

최근에는 의사들이 직접 출연하는 유튜브에서 리프팅 장비별 장점과 효과에 대해 전문적인 설명을 곁을인 영상이 확산하면서 리프팅 시술이 일상적인 관리로 자리 잡았다.



저속노화와 관련된 인식의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사람들이 노화를 관리할 수 있는 영역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노화를 숙명으로 여기던 인식에서 벗어나 노화가 치료 가능한 대상이 되면서 리프팅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박혜영 원장은 “예전에는 이미 처진 피부를 끌어올리는 개념이었다면 이제는 노화가 시작하기 전 탄력 저하를 예상하고 현재의 젊음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크다”며 “최근에는 정보 습득력이 빠른 20~30대 젊은 세대로 소비층이 어려지고 있는데 노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알고도 시술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렵고, 외모가 취업·연애·대인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인식과 외모지상주의도 트렌드 확산에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부모나 가족에게 시술을 공유하거나 ‘선물’하는 문화까지 생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시장을 정확히 숫자로 파악하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피부과·성형외과뿐 아니라 진료과목을 피부과로 내건 산부인과나 내과에서도 리프팅 시술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장비여도 시술하는 목적이 제각각이라 통일된 기준이 없다.

시술을 제공하는 의원 수는 급증했고 리프팅 키워드 검색량도 수직 상승 중이다. 인스타그램에 #리프팅을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만 70만 개가 뜬다. 울쎄라, 써마지, 슈링크, 올리지오 등 장비 이름으로 검색해도 소셜미디어와 유튜브를 통한 시술 후기 관련 영상이 조회수 몇십만 회를 훌쩍 넘는다.

리프팅 시술이 특별한 소비가 아닌 주기적 관리의 영역이 되면서 부동산 시장까지 움직였다. 리테일 시장 침체 속에 상업용 부동산들을 떠받친 건 메디컬(병원) 업종이었다. 주요 권역 건물 상층부를 최근까지 오피스가 차지했지만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 병원이 새로운 임차인으로 등장하는 추세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자문사인 CBRE코리아와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메디컬 전담팀까지 만들어 대응에 나섰다.

쿠시먼은 국내 성형외과와 피부과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쿠시먼에 따르면 국내 메디컬 에스테틱 시장이 연평균 30.3%의 성장을 하고 있다. 2023년 23억8013만 달러(3조4988억원)로 2018년 4억8710만 달러(7160억원) 대비 5배 가까이 성장했다고 집계했다. 2031년에는 약 81억 달러(11조9070억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게 쿠시먼의 분석이다.

클래시스와 파마리서치가 국내 선두주자
강원 양양군 한국수산자원공단 동해생명자원센터에서 외국인 의사들이 리쥬란 '연어주사'에 사용되는 연어를 살펴보고 있다. /이솔 기자

관련 장비를 파는 기업들의 실적에도 리프팅을 향한 욕망이 반영된다.

피부·미용 의료산업에서 노화, 리프팅과 관련된 기업들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매출이 해마다 30%씩 늘고 있는 클래시스는 지난해 매출 2429억원, 영업이익 122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4.8%, 영업이익은 35.6% 늘었다. 클래시스는 상장 이후 드라마틱한 성장세를 보여줬다. 매출에서 수출이 67%를 차지했다. 2015년 코스닥 상장 이후 10년간 실적은 90배 가까이 성장했고 이에 맞춰 주가도 고공행진했다.

클래시스 주가는 5년 동안 300% 넘게 뛰었다. 슈링크에 이어 2022년 말 출시한 또 다른 리프팅 장비 ‘볼뉴머’가 흥행한 데다 전 세계적인 ‘K뷰티’ 바람을 타며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클래시스는 현재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가 최대주주이며 새로운 주인을 찾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또 다른 국내 주요 기업은 원텍이다. 1999년 설립된 원텍은 2020년 적자를 기록했지만 리프팅 기계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반전에 성공했다. 2020년 출시한 올리지오가 시장에서 큰 반응을 얻으며 다음 해 흑자전환했다. 써마지의 대체 장비로 가격 경쟁력이 높고 시술 시간이 짧으며 통증이 적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히며 입소문을 탔다. 출시 3년 만에 영업이익률은 40%대로 올라섰다. 지난해부터는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에도 나섰다. 태국, 브라질에서는 허가를 얻어 판매를 시작했고 모로코, 호주에서도 허가를 획득했다.

주사를 활용한 침습 리프팅 시장 역시 성장하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필러 등 전통 시술로 커진 시장은 이제 스킨부스터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기존에는 가격 경쟁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저통증, 빠른 효과 발현, 장기 지속 효과 등이 핵심 차별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보톡스 시장은 휴젤, 대웅제약, 메디톡스 등 3개 기업이 꽉 잡고 있다. 휴젤은 지난해 영업이익 1663억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스킨부스터 시장은 ‘리쥬란’으로 유명한 파마리서치가 주도하고 있다. 스킨부스터는 진피층에 유효 성분을 직접 주입해 콜라겐과 세포외기질(ECM) 생성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기존 필러나 톡신과는 차별화된다.

파마리서치의 지난해 매출은 34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1259억원, 890억원으로 각각 36.5%, 15.2% 늘었다. 인도네시아, 중국, 우크라이나 등 기존 주요 수출국에 태국, 호주 등 신규 국가 매출이 더해지면서 고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갖는 시장성도 남다르다. 시술을 받는 소비자나 의료 시장의 공급자인 의사들이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외모와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소비자와 한국에서 가장 똑똑한 공급자가 만나 형성된 시장인 만큼 해외 기업이나 의사들은 한국 시장을 신뢰한다.

한국 기업들도 이 흐름 속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고강도 초음파(HIFU) 장비의 대표 격인 울쎄라(미국 멀츠)나 고주파(RF) 장비의 대표 주자인 써마지(미국 솔타)와 유사한 기술을 활용해 장비를 개발하고 상용화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박종현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해외에서는 간호사나 테크니션이 시술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은 피부과·성형외과 의사가 직접 임상을 진행하고 연구 논문을 발표하는 환경”이라며 “이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도 한국 시장을 가장 중요한 테스트베드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 의료산업 구조에 의해 시장이 발전한 결과다. 박 애널리스트는 “미국에서 연간 보톡스를 맞는 환자 수가 470만 명인데 한국은 400만 명으로 추산된다”며 “인구수 대비 시장 규모가 압도적인 만큼 한국은 EBD나 주사를 활용한 리프팅 기업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로 유입되는 의료관광 수요와 중국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한국 미용 의료기기 시장의 성장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본다.

박 애널리스트는 “중국 시장은 RF 장비가 의료기기 3등급(임상시험 필수)으로 분류돼 인허가 절차가 복잡한 만큼 중국 현지 기업들조차 허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한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지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며 “리프팅 시장은 앞으로도 가성비 제품의 확산, 시술 트렌드 변화, 해외 시장 공략 등을 바탕으로 2027년까지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경비즈니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6835 [속보]‘법카 10만4000원’ 김혜경씨, 항소심서도 벌금 150만원 랭크뉴스 2025.05.12
46834 [속보] ‘선거법 위반 혐의’ 김혜경, 항소심도 벌금 150만 원 선고 랭크뉴스 2025.05.12
46833 관세 리스크에 미국 떠난 투자금, 일본행…4월 순매수 '사상 최대' 랭크뉴스 2025.05.12
46832 [속보] '10만원 식사' 선거법 위반 김혜경 항소심도 벌금 150만원 랭크뉴스 2025.05.12
46831 중국인 이어 대만인도... 오산 미군기지 에어쇼 몰래 들어가 전투기 불법 촬영 랭크뉴스 2025.05.12
46830 사이버공격 당했다던 선관위, 확인해보니 보안업체 점검중 착오 랭크뉴스 2025.05.12
46829 준강제추행·사기·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허경영 구속영장 신청 랭크뉴스 2025.05.12
46828 '이재명 측근' 정진상,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서 재차 증언 거부 랭크뉴스 2025.05.12
46827 "가짜진보 찢어버리고 싶다"…김문수, 선대위 출범식에서 '자유통일' 띄웠다 랭크뉴스 2025.05.12
46826 [단독] 中CATL, 현대차·기아 등 韓완성차에 배터리 공급 확대 추진 랭크뉴스 2025.05.12
46825 [속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김혜경 2심도 벌금 150만원 랭크뉴스 2025.05.12
46824 "주민 항의 쏟아졌다"…민주 김문수, 홍보 현수막 직접 뗀 사연 랭크뉴스 2025.05.12
46823 [속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김혜경 항소심도 벌금 150만원 랭크뉴스 2025.05.12
46822 한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통화당국이 인가 관리해야" 랭크뉴스 2025.05.12
46821 출입 불허에도 미군 공군기지 내 에어쇼 불법촬영…대만인 2명 체포 랭크뉴스 2025.05.12
46820 “대통령님, 책 좀 읽으세요!” 출판인들 대선 캠페인···그럼 뭘 읽으면 좋을까요? 랭크뉴스 2025.05.12
46819 “美 의료비 거품 걷어낸다” 트럼프 약값 최대 80% 인하 랭크뉴스 2025.05.12
46818 이재명, 재산 30억8000만원 신고…김문수·이준석은 랭크뉴스 2025.05.12
46817 수방사 前부관 "尹, '두 번 세 번 계엄 가능'·'총 쏴서라도 끌어내' 지시" 랭크뉴스 2025.05.12
46816 경찰, 백종원 ‘식품위생법 위반’ 등 혐의로 총 14건 수사 중 랭크뉴스 2025.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