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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국민의힘 후보 교체···당원이 제동
김문수 후보 확정 직후부터 단일화 공세
金 소극적 자세에 다급해진 친윤 지도부
권영세 "김문수 전 후보"···사실상 공식화
요식행위로 봤던 당원 투표서 부결···이변
尹메시지에 韓, 선대위원장 수용여부 주목
김민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무실에서 회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국민의힘 친윤 지도부가 깊이를 알 수 없는 수렁에 빠졌습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최종 후보로 선출된 것은 지난 3일입니다. 이어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당 후보로 공식 등록하기까지 일주일 남짓한 시간 국민의힘은 ‘각본없는 드라마’를 써내려갔습니다.
“세계 민주정당사에서 전무후무할 흑역사”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한 주의 국민의힘의 후보교체 사태를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대선 후보를 교체하려던 시도는 당원들의 반대로 무위로 돌아갔습니다. 당심을 몰랐기에 이런 사태가 초래됐을까요. 김 후보가 단일화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한 후보는 왜 새벽에 무리수를 둬서 입당을 하고 후보교체에 올라탔을까요. 친윤 지도부는 왜 그렇게 서둘러 깊이를 알 수 없는 수렁을 파 내려갔을까요.



숨 쉴 틈 없이 진행된 단일화 압박





이해가 어려운 지난 한 주간의 국민의힘에서 벌어진 후보교체 사태를 시간순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당 후보로 확정된 이후 김 후보는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경선 기간 단일화에 적극적이었던 입장을 바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친윤 지도부는 급해졌습니다. 당 후보 확정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단일화를 하지 않는다며 김 후보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습니다. 아무리 김 후보가 단일화에 찬성했다해도 선대위를 제대로 꾸릴 시간은 줬어야 합니다. 한 전 총리를 후보로 내세우려면 경선을 1차 2차 3차에 걸쳐 할 일도 아니었습니다. “들러리였냐”는 탈락 후보들의 반발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지도부는 단일화에 거침이 없었습니다. 8~9일 당 전국위원회, 10~11일 전당대회를 바로 소집했습니다. 강제 단일화 절차를 개시한 것입니다. 김 후보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한 전 총리와 회동을 갖고 단일화 주도권을 쥐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고 8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단일화 협상을 생중계하며 기싸움에 돌입했습니다. 한 전 총리는 “22번 단일화 약속을 했다”고 김 후보에게 따졌고 김 후보는 “왜 당에 입당하지 않고 난데 없이 나타났냐”며 설전을 벌였습니다. 갈등은 9일 당 지도부가 후보교체를 결정하며 정점을 향했습니다.



9일 밤 김문수 후보자격 취소…한덕수 입당



국민의힘 의원들은 9일 밤 9시 단일화 타결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보고 의총에서 대선 후보 재선출 결정 권한을 비상대책위원회에 위임하는 안건을 참석 64명 중 찬성 60명으로 통과시켰습니다. 이어 지도부는 10일 자정 비대위와 당 선관위를 잇따라 열고 후보 재선출 절차에 곧바로 착수했습니다.
오전 1시께 김 후보의 선출을 취소한 뒤 오전 3시부터 4시까지 1시간 동안 후보 등록 접수를 받는다는 공지를 내고 한 전 총리는 오전 3시를 넘겨 입당과 함께 32개에 달하는 서류를 모두 준비해 후보 등록까지 마쳤습니다.
하루 밤새 경선까지 거쳐 확정된 후보가 교체된 것입니다.

권영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사상 초유의 대선 후보 교체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아예 “김문수 전 후보”라고 지칭
할 만큼 사실상 국민의힘 후보는 한 전 총리로 정리가 되는 모양새였습니다. 앞서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권성수 수석부장판사)는 김 후보가 당을 상대로 낸 대통령후보자 지위 인정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을 뿐만 아니라 김 후보를 지지하는 원외 당협위원장 7명이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 개최를 금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역시 기각시키자 지도부로서는 거칠게 없어졌습니다.

지난 7일 당원 대상 조사에선
응답자의 82.8%가 후보 단일화에 찬성한 만큼 후보교체를 안건으로 한 당원 투표는 말그대로 요식행위
에 불과했습니다. 모든 게 일사천리 마무리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러다 10일 밤11시15분, 국민의힘은 김 후보에서 한 후보로 교체하는 것에 대한 반대표가 찬성보다 더 많이 나왔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김 후보 입장에선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후보 교체 절차는 중단됐고 김 후보의 대선 후보 자격은 다시 회복됐습니다.



‘단일화 찬반→강제 후보교체 찬반’으로 바뀐 당원투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주말 오후 대구에서 지인이 전화를 걸어와 “한덕수를 지지하지만 당이 해도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는 말을 전했을 때 어쩌면 김 후보가 극적으로 생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지도부가 지나치다고 연락을 해준 지지자의 반응은
전당원 투표가 ‘단일화 찬반’을 묻기 보다 ‘후보 교체 찬반’으로 성격이 변화
한 것을 말해준 것입니다.

무리수를 둔 후보교체를 찬성하냐는 질문에 ‘그건 아니다’라고 답을 한 셈입니다. 결선에서 2등을 한 한동훈 전 후보의 지지층도 지도부는 간과했습니다. 앞서
<한동훈이 최종 후보 될라…국힘, 한덕수로 ‘후단협’ 가동>
의 기사에서 한 전 후보 견재용과 보험용으로 한 전 총리를 외곽 후보로 후단협을 가동시켰다는 지적을 한 바 있습니다. 김 후보가 최종 후보로 낙점된 뒤 마음을 놓은 것일까요.
친윤은 당원투표에 실시하면서 당원 선거인단에서 38.8%를 득표한 한 전 후보의 지지층을 감안하지 않았습니다.
때마침 한 전 후보는 전당원 투표에 반대표심을 자극했습니다. 한 전 후보는 “나는 김문수 후보와 생각이 크게 다른 부분들이 있다”면서도 “친윤들이 제멋대로 김문수 후보를 끌어내리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반대하겠다. 김문수 후보가 우리 당의 적법한 후보이기 때문”이라고 목청을 높였습니다. 최종 결선에 올랐던 김문수·한동훈 지지층이 결합한 것입니다. 결국
강제단일화는 부결이라는 예상치 못했던 반전으로 일단락
됐습니다.



내상 깊은 강제 후보 교체…‘외로운 선거’ 필패 전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큰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제 후보 교체 시도가 당에 남긴 내상은 상당히 깊어 보입니다. 김 후보는 단일화 경쟁 상대였던 한 전 총리에게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했지만 확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대통령 후보 등록 뒤 처음으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한 의원은 소속 의원 107명 중에 절반도 안되는 50여명에 불과했습니다. 한 전 총리가 승리카드라고 의심치 않았던 친윤계 의원들은 김 후보를 단일화 실패의 원흉으로 보는 모습입니다.

친윤 지도부에 후보교체 시도를 맹렬하게 비판했던 친한동훈계 의원들 마저 김 후보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20명이 남짓인 친한계는 김 후보를 향해 12·3비상계엄 옹호를 사과하고 윤 전 대통령과의 단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번 대선에서 ‘명락대전’ 후유증에 원팀 구성에 실패했던 전철을 고스란히 밟을 것입니다. 외로운 선거는 필패입니다.



윤석열 “한 전 총리 사명…김문수와 함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현실을 직시했을까요. 때마침 윤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분명히 말씀드린다. 이제 우리는 단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그는 “한 전 총리께서 출마 선언 당시 밝히셨던 '자유민주주의와 국가의 번영을 위한 사명'은
이제 김문수 후보와 함께 이어가야 할 사명이 됐다”며 “한 전 총리께서 그 길에 끝까지 함께해 주시리라 믿는다
”고 했습니다.

이제 한 전 총리의 선택은 무엇일까요. 윤 전 대통령 메시지를 받고 한 전 총리는 김문수 후보 선거대책위원장을 수락할까요. 실무적 협의를 이유로 수락하지 않았던 선대위원장을 한 전 총리는 맡게 될까요. 한 전 총리가 선대위원장을 받아들일 경우 안철수 의원의 지적대로 “세계 민주정당사에서 전무후무할 흑역사”를 지시한 인물은 보다 분명해질 것입니다.

김 후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윤 전 대통령을 떨쳐내지 않을 경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부터 22일 동안 어떤 기행이 펼쳐질지 모를 일입니다. 국민의힘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탄생보다 더 두려워해야 할 일은 여전히 당을 쥐고 흔드는 어떤 힘일 수 있습니다. 그 힘에 올라 타
‘대선은 모르겠고’ 당권이나 잡겠다는 얄팍한 기회주의로는 합리적이고 가치있는 보수의 길은 요원
해질 수 있습니다.

*여쏙야쏙은 여당과 야당의 ‘속’사정을 ‘쏙쏙’알기 쉽게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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