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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ㆍ경제ㆍ노무 : <21> '을질' 법적 대응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 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갑질’ 줄었지만, ‘을질’이 증가세
괴롭힘 여부, 업무 정당성이 관건
냉정한 판단과 신중 대응이 중요


Q:
대기업 15년 차 직장인 A(43)다. 최근 관리직인 차장으로 승진해 다른 팀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새 팀의 막내 B(28)는 외부 미팅 약속시간에 늦는 등 지각과 업무 실수도 잦았다. 지난 1년 경위서를 3차례나 작성할 정도였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길래 질책 후 당분간 일일 업무 보고를 지시했다.
업무 태도도 내가 신입사원이던 때와 달랐다. 특히 ‘당일 연차 신청’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번만 받아주겠다. 다음부터 하루이틀 전에 미리 신청하라”고 질책하기도 했지만, 연차를 반려한 적은 없다.


그런데 B가 '연차 사용에 대한 부당한 질책과 방해' 등으로 나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회사에 신고했다. 회사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B는 이에 불복해 지방고용노동청에 신고했다. 그러자 지방고용노동청은 회사에 ‘A에 대한 징계 및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는 시정 지시를 내렸다. 내가 B씨에게 “무책임하다. 회사에 놀러 다니냐” “이번에는 허락하지만 다음에는 곤란하다” “다음엔 병가에 관한 증빙을 제출하라”고 지시한 발언 등을 지적한 것이다.


회사는 다시 징계위원회를 열고 나를 징계했다. “질책한 사실은 있지만, 괴롭힐 목적으로 폭언이나 모욕적인 발언을 하거나 연차 사용 방해 등을 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B는 이에 그치지 않고 형사고소(업무방해 등)를 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추진하고 있다. 일련의 사태가 얼떨떨하고 억울하기만 하다. 법적인 대응을 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A:
먼저, A씨의 행동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살펴보자.

직장 내 괴롭힘이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다. A씨는 B씨의 직속 상사이므로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성은 쉽게 인정된다. 다만,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선 행위’인지 여부가 관건이다. 그런데, ‘당일 연차 신청’에 대한 A씨의 질책과 업무 지시가 업무상 차질을 방지하기 위한 정당한 목적이었다면, 해당하지 않는다. 물론 질책 과정에서 상식선을 넘는 폭언이나 폭행이 있어서는 안 된다. 실제로 법원은 A씨와 비슷한 사례에서 “직속 상사인 피고가 지시할 수 있는 정당한 권한 내의 행동으로 일반인의 경험칙과 상식에 부합하며 직장 상사로서 정당한 행동이다”라고 판시했다.

A씨는 어떻게 법적으로 대응해야 할까. ‘당장 B씨에 대해 무고죄 혹은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A씨가 우선 대응해야 할 상대는 회사다. △지방고용노동청이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했고 △이에 따라 회사가 A씨를 징계하는 등 제3자들의 직장 내 괴롭힘 인정 사실이 있어 B씨의 무고 혹은 불법행위를 인정받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B씨에 대한 대응’보단 ‘회사 징계에 대한 구제 청구’를 먼저 진행해 ‘회사의 징계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받는 데 집중해야 한다. 물론 A씨 같은 경우, 회사가 지방고용노동청을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 해당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지방고용노동청의 시정 지시는 구속력 있는 ‘처분 행위’가 아니라, 권고나 통지 수준의 ‘사실 행위’에 불과하다는 게 법원의 일관된 판단이다. ‘회사는 지방고용노동청의 지시를 꼭 따를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취소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각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법원의 이런 판단에 반대 의견도 있지만, 일단 회사의 징계 행위를 대상으로 소송하는 것이 현명하다. 따라서 A씨는 회사에 대해 ‘부당징계 구제에 대한 행정 심판’ 또는 소송을 제기해 징계처분 취소 결정 또는 판결을 받아야 한다.

2019년 7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법적으로 금지된 후 6년간 큰 변화가 있었다. 심각한 사회문제였던 상사의 ‘갑질’이 크게 줄어, 근로자 업무 여건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듯 법률을 악용해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괴롭히는 ‘을질’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직장 내 을질을 새로운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인정하는 법원 판결도 나올 정도다. “사회 초년생 시절엔 선배들 갑질에 당했고, 지금은 후배들 을질에 치인다”는 40~50대 중년들의 한탄이 괜한 엄살로만 들리진 않는 이유다.

중꺾마+ 심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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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언철 법무법인 대화 변호사ㆍ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심의위원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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