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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열린 전통연희극 <단심> 시연 행사에서 채시라 무용수가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느덧 데뷔 40주년이 된 배우 채시라(57). 고등학생 때인 1985년 KBS <고교생 일기>로 데뷔한 채시라는 MBC <여명의 눈동자>와 <서울의 달>, KBS <왕과 비> 등 드라마로 1990대 안방극장의 히로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초콜릿 광고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하이틴 스타가 된 뒤 20~30대에는 화장품과 여성복 광고에서 ‘CF 퀸’으로 뚜렷한 각인을 남긴 채시라가 이번에는 ‘무용수’로 데뷔했다.

채시라는 지난 40년 동안 매 작품마다 혼신을 다한 준비와 연기로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는 광고 카피가 그저 빈말이 아니었음을 보여줬다. 50대 후반의 나이에 도전한 연희극 무대에서도 그는 프로였다.

채시라의 무용수 데뷔작은 국립정동극장이 지난 8일부터 무대에 올리고 있는 전통연희극 <단심>이다. 심청전을 원전으로 하는 작품에서 채시라는 ‘용궁 여왕’ 역을 맡았다. 더블캐스팅으로 진행되는 공연에서 채시라는 지난 10일 오후 첫 무대에 올랐다. 용궁 여왕은 막이 오른 지 33분 만에 등장해서 48분쯤 퇴장했다. 정확히 15분이었지만 그는 이 무대에 서기 위해 두 달가량 잔 부상을 이겨가며 매일같이 구슬땀을 흘렸다고 한다.

정식 무용수로 데뷔한 배우 채시라가 8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열린 전통연희극 <단심>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채시라는 지난 8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꿈이었던 무용을 선뜻 하겠다고 했을 때는 신나는 것만 생각했는데 중간에 ‘내가 이걸 왜 했지’하는 생각도 들 만큼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며 “훈련을 거듭하며 성장하는 것 같다가도 멈춰있는 것 같고, 하루 종일 다른 스케줄을 마친 뒤 지친 상태에서도 연습을 계속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무슨 일을 하든 그런 어려운 시기가 반드시 있고 그걸 넘어서야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채시라는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 보는 건 너무나 의미 있는 일”이라며 “설사 실패가 되고 주저앉더라도 누군가는 그걸 딛고 일어서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 도전하는 모든 분들을 응원하고 ‘해보라’고 하고 싶다”고 했다.

무용수로서 정통 무대는 처음이지만, 사실 채시라에게 춤은 익숙한 예술 장르다. 지난해 서울무용제 홍보대사를 맡으며 <명작무 극장> 프로그램 무대에서 산조춤을 선보이기도 했던 그는 학창시절 무용수를 꿈꿨다. 대학입시로 무용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드라마와 광고가 공전의 히트를 치며 동국대 연극영화과로 진학했고 이후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춤과의 연은 드라마에서도 이어졌다. 1994년 <아들의 여자>에서 강렬한 춤 연기로 장안의 화제가 됐고, 이듬해 한국무용의 전설 최승희를 다룬 MBC 드라마 <최승희> 주연을 맡으며 무용 연기를 선보였다. 지금은 딸이 한국무용을 전공해 그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 채시라는 “꿈에 그리던 무용수라는 단어가 이름 앞에 붙을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었는데 이렇게 데뷔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며 “굉장히 꿈 같다”고 했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열린 전통연희극 <단심> 시연 행사에서 용궁 여왕을 연기한 채시라 무용수(오른쪽)와 심청을 연기한 조하늘 무용수가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첫 공연에서 보여준 무용수 채시라의 몸짓은 이제 갓 데뷔한 신인 무용수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여기에 40년 배우 경력의 표정 연기가 관객을 압도하면서 연희극의 극적 흥미를 끌어올렸다.

용궁 여왕이 등장하는 15분은 짧지만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채시라는 “박자 감각이 있는 편인데도 감정에 맞춰 춤을 추다보면 박자를 놓치고, 박자에 집중하다 보면 숫자의 지옥에 갇혀 감정을 놓친다는 점이 어려웠다”며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로 엄청나게 박자 훈련을 하게 됐다”고 했다.

국립정동극장이 개관 30주년을 맞아 ‘K-컬처시리즈’로 무대에 올린 <단심>은 원전 심청전과 비교되는 두 가지 포인트가 있다. 하나는 심청의 내면 갈등이 집중 부각된다는 점이다. 극에는 ‘하얀 심청’과 ‘검은 심청’ 두 무용수가 등장한다. 효심으로 본인을 희생하는 심청의 내면에 ‘이대로 뛰어내리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되나’ 생각하는 또 다른 심청의 갈등이 줄거리의 한 축이다. 또 다른 포인트는 심청이 인당수에 빠진 뒤 용왕이 아니라 용궁 여왕을 만난다는 점이다. 홀아비 슬하에서 자란 심청에게 용궁 여왕은 어머니 같은 자애로운 사랑을 베푸는데 이 대목에서 채시라의 표정 연기가 빛을 발한다.

8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열린 개관 30주년 기념 전통연희극 <단심> 시연행사에서 심청을 연기한 조하늘 무용수가 인당수에 뛰어드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 외 자질구레한 심청전 속 이야기들은 과감하게 생략했다. 정구호 연출은 “이야기에 익숙치 않은 외국인을 위해 공연 책자에 원작 줄거리를 소개하고 막과 막 사이 ‘아니리’에 영문 자막과 설명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연계한 특별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단심>은 전통공연으로 흔치 않은 50회 장기 공연된다. 다음달 28일까지 국립정동극장.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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