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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로 단일화' 부결... 대선 레이스 중단
당원 요구로 나섰으나, '무리한 옹립'에 반감
강제 단일화에 뒷짐 지고 기회주의자적 면모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전 총리가 11일 대선 정국에서 밀려났다. 전날 '대선 후보 단일화'를 묻는 국민의힘 당원 투표가 부결되면서 그는 설 자리를 잃었다. 대신 김문수 후보의 승리를 기원하며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다. 1일 "더 큰 책임을 지기 위한 결정"이라며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내려놓은 지 꼭 열흘 만이다.

한 전 총리는 '당원들의 요구'를 출마 명분으로 삼았다. 하지만 결국 당원들이 그에게 철퇴를 내렸다. 당 지도부의 무리한 단일화를 둘러싼 불만과 김문수 후보에 대한 지지가 결합한 결과다. 이로써 대권 도전의 꿈은 허망하게 끝났다. 그는 1970년 공직에 입문해 김대중 정부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거쳐 노무현 정부에서 부총리와 국무총리를 지냈고 윤석열 정부에선 '최장수 총리'를 역임했다. 하지만 전설로 불리던 50년 관료생활의 마지막 페이지에 씻지 못할 오점을 남겼다.

믿었던 김문수는 '무임승차'라 지적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8일 서울 국회 사랑재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만나 회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전 총리가 권한대행에서 물러나(1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2일) 범보수 진영은 '메시아'라도 만난 듯 들뜬 분위기였다. 한 전 총리는 '불법계엄 정부의 2인자'라는 오명에도 불구, 미국통이자 통상전문가의 경력을 앞세워 안정적인 엘리트 관료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대조적인 면모에 일부 지지층은 열광했다.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국민의힘 경선 주자들을 웃돌며 기대감을 키웠다.

'김덕수(김문수+한덕수) 단일화'를 내세운 김문수 후보가 3일 국민의힘 경선에서 최종 승리하자 일이 수월하게 풀리는가 싶었다. 하지만 후보 단일화를 재촉하는 당 지도부의 속도전에 김 후보가 예상외로 거칠게 반발하면서 상황이 꼬였다. 한 전 총리는 7일 김 후보와의 1차 단일화 회동을 앞두고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본후보 등록(11일 시한)을 하지 않겠다"고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11일이 지나면 자동 단일화"라는 허망한 반응이 돌아왔다.

두 사람은 8일에도 만나 담판을 벌였지만 성과는 없었다. 한 전 총리는 김 후보가 경선 기간 '22차례' 단일화를 강조했다면 약속을 지키라고 했지만, 김 후보는 "당 경선에 참여도 않더니 이제 와 청구서를 내미느냐"며 '무임승차론'으로 맞받아쳤다.

반민주적 '강제 단일화' 관망하며 지지 이탈

11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서울 여의도 대선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협상이 거듭 결렬되자 한 전 총리는 국민의힘 지도부만 바라봤다. 그 사이 당 지도부는 전무후무한 '강제 단일화'를 강행하며 당내 우려를 자초했다. 그런데도 당사자인 한 전 총리는 "정치 최고 전문가가 판단할 문제니 부족한 저는 판단하지 않겠다"(8일)며 뒷짐만 졌다. 10일 새벽 당 지도부가 김 후보의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한 뒤 편법으로 한 전 총리만 후보 등록하도록 길을 열어줬다. 이에 한 전 총리는 부끄러운 기색 없이 "오늘부로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덕수 인사드린다"며 기회주의자적 면모를 내비쳤다.

김 후보가 '신속한 단일화' 약속을 깼지만, 당 지도부의 무리수와 한 전 총리의 '자격' 문제도 동시에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당원들의 반발이 커졌다. '김덕수 단일화'를 촉구하며 단식에 나섰던 김무성 당 상임고문도 "비민주적"이라며 질타할 정도였다. 당원 투표 결과 과반이 '한덕수로의 단일화'에 반대했다.

한 전 총리는 11일 "대선 출마 결정 전후 제게 보내주신 응원과 질책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승복을 선언했다. "트럼프 정부와의 관세 전쟁 와중에 무책임하게 자리를 내던졌다", "대선을 관리해야 할 심판이 선수로 뛴다"는 숱한 비판을 감수하며 정치판으로 뛰어들었지만, 끝내 부름을 받지 못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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