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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 전 국회의원 인터뷰
이용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월 2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주간경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 전쟁 와중에 사상 초유의 ‘대통령 권한 대대대행 체제’가 됐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가 잇따라 사퇴하며 사실상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책임자도 공석이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이달 내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는 경제 컨트롤타워 부재가 오히려 잘된 상황이라고 말한다. 미국과의 통상 협상을 둘러싼 각국의 눈치 싸움이 진행되는 가운데 교섭 당사자의 부재는 대선 전까지 시간을 벌 확실한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 박사, 한국투자금융 투자전략실장, 카카오뱅크 대표 등 실물과 학문을 두루 섭렵한 경제통이다. 그는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보호무역주의 물결 속에서 한국은 제조업 수출을 다변화하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를 지난 5월 2일 만나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덕수·최상목의 사퇴로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가 없다. 목전에 놓인 통상 협상에 대해 조바심이 커지고 있는데.

“그 둘이 컨트롤을 하긴 했냐고 반문하고 싶다. 지금이 오히려 더 낫다고 본다. 트럼프가 본인이 하는 게 뭔지 측량하지 못한 채 오락가락하는데, 이럴 때 제일 좋은 방법은 지켜보는 것이다. 협상할 때 급한 쪽은 지게 마련이다. 최소한 대선일인 6월 3일, 새 정부의 장관 인선이 마무리되는 8월까지는 시간을 벌 수 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한국 측에서 선거 때문에 관세 협상을 서두르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한 전 총리가 관세 협상을 서둘러 본인의 치적으로 삼으려고 했다는 의심이 나왔다.

“미국 정보기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덕수에 대해 어떻게 보고했을까. 저 사람이 ‘대통령 출마’란 약점을 갖고 있다고 보고하지 않았을까. 한덕수는 ‘대행’이라는 협상 레버리지를 쓰기는커녕 자기 패를 보여준 것이다. 선거 전에 협상을 타결해 자신의 성과로 이용하겠다는 패 말이다. 가장 멍청한 짓이다. 돌이켜보면 한덕수는 예전 마늘, 의약품 협상 때도 미국의 이익을 위해 종사하는 듯 행동했다. 장하준의 표현대로 ‘미국에서 밀가루 타 먹던 멘탈리티’다.”

-미국의 국채 시장은 진정세를 찾았고, 증시도 안정세로 돌아섰다. 관세정책은 계속 추진될 것이라고 보는가.

“미국은 인플레이션이 올 수밖에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 재정 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 롤업(만기가 다가온 국채를 팔고, 더 긴 만기의 국채를 사는 전략)을 해야 하는데 기준금리가 높다. 거기다 관세를 때려버리니 실물경제는 더 위축되게 생겼다. 채권을 운용하는 사람들은 일단 미 국채를 현금화하려고 하니 국채 값이 내려간다. 국채가격 하락은 주택담보대출 등의 금리를 올린다. 미국 중서부에서 집 산 사람들이 내야 할 이자가 오르면 소비 여력이 줄고, 그것은 다시 경제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이 된다. 이처럼 미 국채가 약한 고리라는 걸 관세 협상 상대국인 한국과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알아버렸다. 영국의 ‘트러스 모먼트’(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대규모 감세안 발표에 영국 연기금을 중심으로 장기국채의 투매가 발생하면서 국채 매도 행렬이 나타난 것)가 미국에서 동일하게 발생한 것이라고 본 셈이다. 실제로 작년 연말부터 일본도 미국채 보유 물량을 줄이고 있다. 겉으론 ‘형님’ 하면서 잇속을 챙기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트럼프 정부의 관세 ‘블러핑’(협박)은 국채를 무기로 삼은 국가들에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관세정책이 추진되지 않는다면 보호무역주의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을까.

“아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전 세계 밸류체인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 편입된 건 당시 미국 행정부가 세계화라는 흐름 속에 중국을 편입시키면 중국이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개방될 것으로 생각한 결과였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로 전 세계 제조업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있었는데 중국만 생산량을 계속 늘리는 일이 생겼다. 중국만 승승장구한 것이다. 오바마 정부 2기부터 국제질서가 ‘중국을 저렇게 놔두면 안 된다’라는 기조로 변화하며 화웨이 제재가 나왔다. 트럼프 1기는 대중 보복관세를 폈고 바이든도 제재 흐름을 지속했다. 리쇼어링(기업이 해외로 진출했다가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것) 등이 대표적 예다. 관세냐 보조금이냐, 이건 달라져도 밸류체인 다변화 상황엔 변화가 없다.”

-한국이 취해야 할 스텝은 무엇인가.

“예를 들어 아이폰을 중국이 제조하고 있는데, 이 제조를 대체할 만한 국가를 손꼽아 보면 전 세계에 몇이나 될까. 제조업 생산능력을 가진 미국 우방국은 한국, 일본, 대만, 독일뿐이다. 그중 한국은 조선, 석유화학, 반도체, IT, 단백질 복제약 등 제조업 능력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다. 굉장한 나라다. 트럼프가 자기네 제조업을 살리겠다고 정책을 펴더라도 5~10년 안에 되지 않고 대체지를 찾을 수밖에 없다. 일단 중국을 제쳐 놔야 하는데 그걸 한 번에 이룰 수 없다. 뭔가를 조금씩 옮겨가면서 해야 하는데 그때 우리에게 기회가 올 수 있다.”

-지금 한국의 경제상황도 녹록지 않다.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기준으로 4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침체로 봐야 하나.

“침체가 맞다. 그렇기 때문에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부채 탕감이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 이론적 근거도 있다. 은행이 돈을 빌려줄 때 신용등급에 따라 매기는 가산금리가 가진 의미가 뭘까. CDS 프리미엄, 즉 신용 위험을 이전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수수료, 일종의 보험이다. 그런데 보험료를 내고 사고(디폴트)가 났다고 돈을 끝까지 받아야 하나. 아니지 않나. 은행 입장에서도 부채탕감에 따른 혜택이 있다. 어차피 갚지 못할 돈을 장부에서 지우면 그만큼 이익이 줄어 법인세가 줄어든다. 제도적으로 탕감해줄 길을 열어주면 은행이 알아서 (채무조정을) 할 것이다.”

-새 정부가 도입해야 할 청년정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

“21대 국회 국민연금특위에서 ‘국민연금의 부족분에 대해 국가가 지급 보장한다’는 구절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게 이번 국민연금 개편안에 들어갔다. 하지만 청년 세대는 국가가 지급 보장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신뢰가 적다. 그래서 떠오른 안은 지금부터 태어난 아이를 위해 국가가 매달 일정액을 바로 적립해 청년기에 지급하는 ‘청년연금’이다. 매월 20만원씩 18년간 적립해 청년이 성인이 된 이후 필요한 시점에 인출하도록 설계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1인당 약 6000만원 규모의 자산 형성이 가능하다. 연간 재정소요가 17조원 정도다. 국민연금이 고갈되는 걸 이 청년연금이 바로잡아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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