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전 세계 자국민에게 모두 과세
10일 교황 레오 14세가 이탈리아 로마 인근 제나차노에 위치한 ‘선한 조언의 성모 성지(Sanctuary of the Mother of Good Counsel)’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로마/EPA 연합뉴스

새롭게 선출된 가톨릭 교황 레오 14세가 미국의 독특한 세금 부과 체계의 문제를 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미국은 선진국 중 유일하게 자국민의 전 세계 소득에 과세하는 국가다. 해외에 거주하며 일하는 미국 시민은 거주지 국가에 세금을 내는 것과 별개로 미국 국세청(IRS)에 세금 신고를 해야 한다. 교황은 미국 시카고 인근 출신으로, 미국 시민권자다. 이전 교황들은 폴란드, 독일, 아르헨티나 국적이었는데, 해당 국가들은 해외 거주 자국민에게 세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레오 14세 교황은 외국 종교 기관 소속의 성직자이면서 동시에 외국 정부 수장이다. 그러나 미국 세법에는 외국 정부 고위 관료에 대한 명확한 면제 조항이 없다. 실제 영국 총리를 지낸 보리스 존슨은 미국 시민권이 있었다. 그러나 런던 시장이던 시절 매각한 런던 자택의 양도차익에 미 국세청이 세금 납부를 요구하자 외무장관이던 2016년 시민권을 포기했다.

교황은 고정 급여를 받지는 않지만, 바티칸에서 제공하는 주거, 식사, 여행, 건강관리, 생활비 지원 등의 혜택을 받는다. 이는 사실상 ‘현물 소득’으로 간주될 수 있어, 미국 세무당국은 이를 소득으로 환산해야 할 수도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0일(현지시각) “다만 바티칸 내 주거는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고용주가 업무 수행에 필수적인 목적으로 제공한 사택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문제는 해외금융계좌신고법(FATCA)이다. 이 법은 미국 시민이나 영주권자가 해외 금융기관에 보유한 계좌 정보를 미 국세청에 보고하도록 외국 금융기관에 의무를 부과한다. 미국은 이 법 이행을 위해 전 세계 여러 국가들과 양자 협정을 체결해왔다. 바티칸은 2015년 미국과 이 협정을 체결했다. 교황이 미국 시민 신분을 유지하는 한, 바티칸 은행의 계좌들이 보고 대상이 될 수 있다. 미국 세무 당국이 교황청의 금융 활동에 접근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브랜던 미치너 ‘해외 거주 미국인을 위한 세금 형평성 연합’ 전무이사는 전날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미 국세청이 교황을 감사하거나 벌금을 부과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교황은 외교적 면책 특권을 지니고 있고, 사실상 개인 재산도 거의 없으며, 국가 원수의 지위에 있기 때문이다”라며 “그러나 교황조차도 명확한 면제 조항이 없다는 사실은, 미국 세법이 얼마나 융통성이 없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황이 시민권을 포기하게 된다면 미국 세법의 불합리성을 세계적으로 조명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라며 “해외 거주 미국 시민권자 500만명이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 해외 미국인의 이중 과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7427 이재명, 3㎏ 방탄복·저격 방해 풍선…테러위협 제보에 총력 대응 랭크뉴스 2025.05.13
47426 비상계엄 첫 사과했지만‥"윤석열 출당 생각한 적 없다" 랭크뉴스 2025.05.13
47425 '노무현 정신' 연일 외치는 이준석... 속내는? 랭크뉴스 2025.05.13
47424 백종원, 돼지 수육 만든 '대형 솥'에 용접 자국 그대로…"명백한 불법" 또 구설 랭크뉴스 2025.05.13
47423 [속보]제주 서귀포 해상서 어선 침몰···인명피해 확인 중 랭크뉴스 2025.05.13
47422 이재명 “외교는 국익이 우선…중국·대만에 ‘셰셰’ 내 말 틀렸나” 랭크뉴스 2025.05.13
47421 "위고비보다 '8㎏' 더 빠졌다”…효과 훨씬 좋다는 '마운자로' 뭐길래? 랭크뉴스 2025.05.13
47420 김문수 "부산 무시하는 정당 확 찢어야"... 산업은행 이전 앞세워 '영남 방어전' 랭크뉴스 2025.05.13
47419 ‘손자 사망’ 급발진 소송 운전자 패소 “페달 오조작 가능성” 랭크뉴스 2025.05.13
47418 이재명 "중국에 '셰셰', 일본에도 '감사하므니다'‥틀린 말 했나" 랭크뉴스 2025.05.13
47417 [속보] 제주 서귀포 해상서 어선 침몰…해경 "인명 피해 확인 중" 랭크뉴스 2025.05.13
47416 “걸음 느려 퇴직” vs “나이 제한 차별” 70세 관광해설사 딜레마 랭크뉴스 2025.05.13
47415 "서울공대 매년130명 이탈…이대로는 AI 미래 없다" 랭크뉴스 2025.05.13
47414 [속보] 제주 서귀포 해상에서 어선 침몰…해경 인명피해 확인중 랭크뉴스 2025.05.13
47413 국민의힘 "민주, 김문수 '슈퍼챗' 고발은 구시대적 네거티브" 랭크뉴스 2025.05.13
47412 김흥국 “김문수 승리 위해 목숨 각오”…이혁재·노현희·최준용 등 우파 연예인들 김 후보 지지 랭크뉴스 2025.05.13
47411 이 “안동 출신 재맹이가 남이가”, 김 “구국 정신은 대구경북 도민” 랭크뉴스 2025.05.13
47410 민주 "사정거리 2㎞ 소총 유입 제보…이재명, 방탄복으로 바꿔" 랭크뉴스 2025.05.13
47409 검찰 ‘준강제추행·사기 혐의’ 허경영 구속영장 청구 랭크뉴스 2025.05.13
47408 "아들 사진 왜 올려"…중학생 아들 친구 납치한 40대 긴급체포 랭크뉴스 2025.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