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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

이승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


우리가 밟고 사는 땅은 언제나 변함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땅은 지구 탄생 이래 단 한 순간도 정지하지 않았다. 겉보기엔 고요하지만, 늘 움직이고 변화하며 시간의 흔적을 차곡차곡 자신의 내부에 기록해왔다. 땅의 탄생부터 지금까지의 일생을 기록한 이 흔적은 지구 성장 과정의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미래 국토정책의 설계도를 제공하는 핵심 자원이다. 이 기록을 읽는 가장 중요한 도구가 바로 ‘지질도’다.

지질도는 땅을 구성하는 다양한 암석의 종류와 분포, 지층의 배열, 구조 등을 색과 선, 기호로 표현한 지도이다. 국토의 형성과 진화를 시각화한 일종의 설계도로서, 국토를 구성하는 암석의 역사와 구조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핵심 정보가 담겨 있다.

한국 지질도는 1924년 조선지질도에서 시작돼 현재까지 약 100년의 역사를 가지며, 현재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제작·발간하고 있다. 활용 목적에 따라 다양한 축척으로 만들어지며, 한반도 전체 지질정보를 담은 ‘대한지질도’는 1대100만 축척으로 1956년에 처음 발간되었다.

한국 기본지질도인 ‘국가기본지질도’는 1대5만 축척으로 국토 전역을 359개 권역으로 구분하여 제작되고 있다. 각 권역은 위도 폭 10분(약 15㎞ 내외), 경도 폭 15분(약 20㎞ 내외)의 크기를 갖는다. 2025년 기준으로 전체 359개 권역 중 349개 권역의 국가기본지질도 제작이 완료되어 약 97%의 완성률을 보이고 있다. 나머지 10개 권역도 2026년까지 제작을 마무리해 100년에 걸친 국가기본지질도 제작을 완료할 예정이다.

지질도 제작은 다양한 지질조사의 복합적 연구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야외지질조사를 통해 암석 구분, 형성의 선후 관계, 분포 영역, 지층의 방향 등을 확인하고, 채취한 암석 시료의 실내 분석으로 광물 조성, 미세 조직 등을 확인한다. 또한 광물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암석의 절대연령을 파악하고, 암석 지화학 분석으로 암석 내 주원소 및 미량원소 함량 특성을 확인한다. 이러한 조사로 획득한 지질정보를 종합하여 지질도에 담게 된다.

이렇게 완성된 지질도는 단지 학술 연구의 기초자료에 머무르지 않는다. 건물, 도로, 터널, 발전소와 같은 주요 건설물 입지의 안정성 평가에 활용되고, 지진·산사태 같은 자연재해를 예측하고 대응하는 기초자료가 된다. 또한 희유자원의 탐사, 환경관리, 국토계획 수립 등에도 폭넓게 쓰인다. 우리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안전을 확보함과 동시에 국토균형개발과 국가산업발전의 근간을 이루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사회 여러 분야에서 폭넓게 쓰이는 만큼, 지질도는 명확하고 정밀한 정보를 담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오래된 지질도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제강점기나 초기 지질조사 시기에 제작된 지질도는 오늘날의 고도화된 분석기술이 적용되지 못한 시대적 한계로 인해 잘못된 정보나 공백을 남기고 있다.

이로 인해 현대 국토정책의 정밀성에도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지질도 제작의 선진국인 영국은 수차례의 지질도 개정 작업을 통해 정확성과 활용도를 높여왔다. 한국 역시 국토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국민 안전을 위해 기존에 발간된 지질도에 대한 지속적인 개정과 체계적인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질도는 한 번 만들면 수십 년 이상 사용되는 ‘국가 영속 자산’이다. 정확한 땅의 기록이 있어야 그 위에 올릴 정책도, 미래도 흔들리지 않는다. 땅을 아는 일은 곧, 국토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다. 이제는 지질도를 ‘과학자의 도구’가 아닌 국토를 지키는 국민의 자산으로 바라볼 때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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