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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없앤’ 객실
사회적 인식도 함께 달라져야
호텔 나루 서울-엠갤러리는 일부 객실에 빔프로젝터를 설치,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함과 동시에 시력이 약한 고객들도 큰 화면으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최근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온 직장인 조형석씨(42)는 고령인 부모님을 위해 휠체어 이동이 가능한 숙소를 찾아보다가 ‘핸디캡 룸’(장애인용 객실)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됐다. 이는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등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숙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무장애(Barrier-Free) 객실’을 의미한다.

해당 룸은 문턱이 없어 휠체어나 유아차 이동이 수월하고 침대, 스위치 등 주요 설비가 접근하기 쉬운 위치에 배치돼 있다. 또한 비상호출 버튼, 안전 손잡이 등이 설치돼 객실 내 돌발 상황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조씨는 “특히 거동이 불편한 부모님의 만족도가 높았다. 미리 알았더라면 더 많은 여행을 다녔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아쉽게도 조씨처럼 핸디캡 룸의 존재를 알고 이용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거나 정보를 상세히 제공하는 숙소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 관련 커뮤니티에는 핸디캡 룸의 의미를 묻거나, 비장애인의 숙박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질문이 자주 올라온다.

휠체어 이용자가 화장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출입문을 넓게 설계하고 세면대 하부 공간을 비워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한 라한호텔경주.


현행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일반 숙박시설은 객실 수가 30개 이상일 경우 전체의 1% 이상, 관광 숙박시설은 3% 이상을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는 객실과 편의시설로 마련해야 한다.

일부 호텔들은 ‘누구나 편안한’ 객실을 만들기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라한셀렉트 경주는 총 13개의 핸디캡 룸을 보유 중이다. 넓은 세면대 하부 공간, 옷장 손잡이 설치 등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호텔 나루 서울-엠갤러리는 휠체어 이동이 쉽도록 상대적으로 넓은 평수의 객실을 핸디캡 룸으로 지정했다. 일부 객실엔 빔프로젝터를 설치해 문화적 경험까지 고려한 공간으로 설계했다.

이외에도 롯데호텔 서울은 욕조 옆 공간에 휠체어 높이의 평상을 두어 편의성을 더했고, 코트야드 메리어트 수원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도와 점자 라벨 어메니티를 비치해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휠체어 높이에 맞춘 변기가 갖춰져 있고, 객실 문에 플래시 노크 기능이 있는 장치가 설치돼 청각 장애인을 위한 시각적 알림이 가능한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 부산 송도 비치.


그러나 객실 상태나 서비스 품질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실제 이용자들은 부족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지체장애인 아들과 부산의 한 호텔 핸디캡 룸을 이용한 최미향씨(52)는 “욕실 손잡이가 있었지만 샤워기가 너무 높아 불편했고 휠체어가 들어가지만 정작 침대 옆 공간이 너무 좁아 옆 사람 도움 없이는 옮겨 타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최씨는 “단순히 손잡이 몇개 설치했다고 핸디캡 룸이 되는 게 아니라 사용자의 전체적인 동선을 고려해야 한다”며 “체크인 시 휠체어 접근 테이블이 없고 비상대피 안내가 비장애인 기준으로 돼 있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시각장애인 김진우씨(32)의 생각도 비슷하다. 김씨는 “예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표면적인 개선에 그친 경우가 많다”며 “객실 수 자체가 적다 보니 예약은 거의 ‘운’에 맡긴다. 핸디캡 룸은 특별한 공간이 아니다. 모든 객실이 자연스럽게 배리어프리가 돼야 ‘차별 없는 여행’이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높이 조절이 가능한 손잡이형 샤워 봉이 설치돼 편의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해외 사례는 어떨까. 미국은 연방법에 따라 호텔들은 장애인 객실 수, 설비, 접근성에 대한 기준을 의무적으로 충족해야 한다. 대형 체인뿐 아니라 소형 숙소도 휠체어 진입 가능 여부, 침대 높이, 엘리베이터 버튼 위치 등을 사전에 안내하고 있다.

도쿄의 한 호텔은 ‘유니버설 룸’이라는 이름으로 장애인 전용 체크인 창구, 반려견 동반 유도경로, 자동 높이 조절 책상 등 혁신적인 설계를 도입해 ‘모두를 위한 공간’을 실현하고 있다. 호주 역시 정부가 관광지·숙박시설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 정보를 공식 플랫폼에 등록하고 있다.

제도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물리적 기준뿐 아니라 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도 함께 달라져야 한다.

국내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핸디캡 룸을 ‘장애인만 쓰는 방’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객실은 법적으로 비장애인도 예약 가능하며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다”라면서 “여전히 장애인이라는 글자에 거부감을 드러내며 노골적으로 객실을 바꿔달라 요청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런 편견 없이 누구나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식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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