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10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 등록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10일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를 만나 “이번 대선판은 양자 구도로 갈 테니 이재명 대 이준석 두 사람이 잘 한번 해보시라”고 말했다.
홍 전 시장은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미국 출국을 앞두고 배웅을 온 이 후보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 후보가 “며칠 정치판 돌아가는 꼴을 보니까 정말 대표님 빈자리가 너무 커 보인다. 대선 중에 이렇게 자리를 비우시면 어떡하시냐”고 하자, 홍 전 시장은 “난 (미국에) 갔다 올 테니 대표님이 열심히 하시라. 이 대표가 이제 알아서 할 것”이라고 했다.
홍 전 시장은 “경선 (최종 발표) 이틀 전부터 (국민의힘이) 결국 후보를 못 낼지도 모른다. 판이 이렇게 될 것으로 봤다”며 “그러니까 (당에) 30년 있던 나는 나와 버렸다. 더 이상 이 당에서 못 하겠다 나와버렸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와 친윤석열계가 당내 경선 결과와는 상관 없이, 무소속인 한덕수 후보를 당의 최종 대선 후보로 만들 계획이라는 점을 눈치챘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새벽 당 지도부가 김문수 후보의 대통령 후보 자격을 취소하는 등 강제 후보 교체 절차에 돌입한 것을 비판하며 “미쳐도 좀 곱게 미쳐라. 이로써 한국 보수 레밍 정당은 소멸해 없어지고 이준석만 홀로 남는구나”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이 후보는 홍 전 시장을 배웅한 뒤 기자들을 만나 “(홍 전 시장의 양자구도라는 발언은) 예상치 못했던 말인데, 굉장히 저에 대한 기대가 큰 것 같고 한편으로는 제 어깨에 또 큰 짐이 하나 이렇게 얹혀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홍 대표님이 이루려고 했던 정치적 비전까지 담아서 제가 보수 진영의 적장자로서 이번 선거를 이겨내고 다시 자유주의와 보수주의의 가치를 세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또 “지금 정치를 벗어나겠다고 하실 분은 홍 대표가 아니라 지금까지 보수 정치를 나락으로 보냈던 아크로비스타에 있는 사람, 그리고 그를 따랐던 사람들”이라며 “진영을 망가뜨리고 보수주의의 이름에 먹칠을 한 사람들이 제발 당장 정치판을 떠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에 입당해 대선 후보 재선출을 위해 후보로 등록한 한덕수 후보에 대해선 “한 후보가 (‘이기기 위해선 어떤 덕수라도 되겠다’며 김 후보를 비롯해 경선에서 탈락한 나경원·안철수·홍준표·한동훈 후보 등을 포용하겠다고 했지만) 열거하신 인사들 대부분이 한 후보의 정치 참여와 참여하는 과정에 대해 여러 부정적인 말씀을 하고 계신데 해명하고 다독이는 것이 먼저가 아니었겠냐”며 “관료로서는 또 더할 나위 없는 이력을 가진 분이지만, 정치적으로 그런 타협의 과정에는 익숙하지 않으신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