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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극빈층 신원 확인 어려워
의료서비스와 각종 복지정책서 밀려나
SNS 관계망 정보로 개인 신원 NFT 발행
블록체인 통한 금융 인프라, 극빈층도 이용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대학교 교수연구실에서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 고운호 기자

서울대 ESG사회혁신센터는 핀테크 소셜벤처 ‘블록ESG’와 함께 동남아시아 개도국의 극빈 지역을 지원하는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에 참여하고 있다. 블록ESG는 금융 결제망은 물론 개인의 신원 확인도 되지 않은 동남아 지역의 수많은 빈민촌의 문제를 블록체인을 통해 해결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서울대 ESG사회혁신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블록체인을 공적인 용도로, 비영리 목적으로 활용해 빈민촌의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김 교수는 “빈민촌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행정 서비스의 부족으로 신원 확인이 어려워 의료 서비스와 각종 복지 정책에서 밀려나는 것은 물론, 해외에서 들어오는 기부금을 받기도 쉽지 않다”며 “하지만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를 활용해 개인의 신원을 만들어주고 개인의 블록체인 지갑을 생성해 기부금과 장학금을 직접 전달받는다면 이들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UC버클리에서 정보시스템 석사를 거쳐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 활용에 능통한 김 교수는 수년 전부터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단순 투자의 수단이 아닌, 실생활에서 혁신을 일으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김 교수는 동문이자 현재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는 고진석 텐스페이스 대표와 활용안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김 교수는 당시 고 대표가 자신을 말리기도 했다며, “서울대 교수가 괜히 논란 많은 비트코인에 엮였다가 구설수에 오를까 걱정했다”고 웃었다.

김경민 교수는 부동산업계에서 유명인이다. 2022년 서울 성수동 상권의 부활부터 2023년 원자잿값 상승으로 인한 공급 물량 부족, 지난해 전세가 상승과 서울시 집값 반등 등을 정확히 예측했으며 매년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는 저서 ‘부동산 트렌드’를 내놓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대 교수연구실에서 김 교수를 만나 부동산이 아닌 블록체인에 꽂힌 이유와 블록ESG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김 교수와 일문일답.

─처음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따라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처음 접했을 때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진짜 가능할까 기술적으로 흥미로웠다. 그런데 블록체인의 특징, 가령 투명성이라던가 중간 매개자(미들맨)를 없앤다는 점이 현실에 접목됐을 때 엄청난 효용을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기부 문화에 대해서 큰 반향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국내에도 큰 금액부터 작은 금액까지 기부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은데 이들은 자신의 기부금이 정말로 전달됐는지, 전달돼서 어떻게 쓰였는지 궁금해한다. 중간 업체들에서 떼어먹거나 비리가 생기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 문제를 블록체인으로 풀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서울대 ESG사회혁신센터 소장인 김경민 교수가 캄보디아 당까오에서 지원활동을 벌이는 모습. /김경민 교수 제공

─동남아 빈민촌에서 블록체인이 어떻게 활용되고,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궁금하다.

“직접 방문했던 빈민촌의 실상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열악했다. 가장 큰 문제는 그들이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신원 확인조차도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행정 서비스의 부재나 미비로 등록되지 않은 사람도 있고, 생계 때문에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누락되는 사람도 있다. 당연히 의료 서비스나 복지 제도에서도 소외된다. 이들에게 위변조가 불가능한 NFT로 공인된 신원을 만들어줄 수 있다.”

─시스템상에는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사람인데, 이들의 신원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신원 인증과 신용평가를 위해서는 기존의 금융 관련 이력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빈민촌 사람들은 당연히 그런 이력이 없다. 하지만 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에서 그 해답을 찾아냈다. 바로 소셜미디어(SNS)다. 베트남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SNS 사용률이 굉장히 높다. 개인의 SNS 관계망을 활용한 일종의 대안신용평가를 만들 수 있다.

SNS의 글 한 줄 한 줄과 맺어진 관계망이 신용 히스토리가 되고 이를 인공지능(AI)이 꼼꼼히 분석해서 그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고 신용도를 책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사람의 친구들은 어떤 친구들이고 가족은 어떤 사람들이라는 정보가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친구들을 확인해보니 이 친구들은 어디에 소속되어 있고, 어떤 기관에서 일을 하고 있고 이런 내용이 확인이 되면 그 사람의 신원도 간접적으로 괜찮다고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SNS 데이터를 조작할 수도 있지 않나.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거짓말을 할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할 수 있지만 우선 과거의 이력은 바꿀 수 없다. 또한 빅데이터는 사람의 얄팍한 조작을 뛰어넘는다. 이런 SNS 관계망을 통한 대안 평가 모델링 연구는 미국 등 해외에서 굉장히 많이 진행됐던 연구로, 기업의 마케팅 전략, 정치적인 여론 분석 그리고 소비자 행동 예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모델링이 사람의 복잡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수치화해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간단한 데이터 조작만으로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또한 고 대표가 이쪽 연구를 오랫동안 해왔고 실제 10만건 정도 사례가 있어서 실제 실행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대학교 교수연구실에서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 고운호 기자

─당장의 현금 기부보다 금융 인프라가 더 절실한가.

“기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들은 동정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니고, 사회에서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필요하다. 이들이 돈을 벌더라도 금융 인프라가 없으면 저축도 안 되고 자생할 수 없다. 동남아 빈민촌은 과거 우리나라의 1970년대를 닮았다. 사람들은 굉장히 순진하고 착한데, 문화에는 허례허식이 있다. 예컨대 결혼을 한 번 하려고 하면 며칠씩 성대하게 하려다 보니, 자금이 부족하다.

그러나 신원이 없으니 합법적인 대출기관에서 돈을 빌릴 수도 없다. 결국 500%가 넘는 초고금리 불법 사채의 늪에 빠지게 된다. 돈을 벌어도 갚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삶이 고통스러우니 마약에도 쉽게 빠진다. 신원 인증과 금융 인프라는 이들이 정상적인 사회인으로서 살아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대안신용평가에 대한 여러 문제점이 있다. 그럼에도 동남아 극빈층에게 이 시스템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런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대안신용평가 자체가 완벽하지도 않고 개인의 데이터 활용과 관련해 문제점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이든 이들이 금융 시스템 체계 안으로 들어오는 금융 사다리가 필요하다. 신원이라는 게 생기고 조금씩이라도 신용이 쌓여가는 것을 발견하면 그 사람들에게는 삶의 희망이다.”

─현재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과 앞으로의 사업 계획은. 바이낸스 등 가상자산거래소들도 사업에 관심이 있다고 들었는데.

“인프라는 다 구축이 됐고 지금은 개개인에게 지갑 개설과 NFT를 주는 단계를 테스트하고 있다. 블록ESG의 토큰 이코노미 설계와 토큰 발행은 끝난 상태며, 해외 거래소 한 곳에도 상장돼 있다. 미래에는 기부도 우리 토큰으로 할 수 있는 방안까지 그려보고 있다.

외국 정부와 협력도 진행해 볼 수 있을 듯하다. 동남아시아 정부의 경우 정부가 해야 할 일(신원인증 및 금융 인프라 등)을 우리가 해준 셈이라 싫어할 이유는 없다. 바이낸스의 비영리 재단인 바이낸스 채리티에서도 이 프로젝트를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들었는데, 나중에 함께 해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협력할 계획도 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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