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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전쟁]
◆ 美英 첫 협상 시사점은
美 소고기 받고 車 관세 등 낮춰
품목관세 개별협상 가능성 확인
작년 韓자동차 대미 수출 143만대
쿼터 못 늘리면 국내기업 치명타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피터 맨델슨 주미영국대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영국과의 무역 협상이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다고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서울경제]

전 세계를 상대로 통상 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과 처음으로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특히 품목관세 적용 대상인 자동차 관세를 낮추기로 하면서 한국산 자동차의 관세도 인하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이 자동차 관세 인하 조건으로 수출 물량 할당제(쿼터)를 내걸면서 향후 한미 통상 협상에 독소 조항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미영 경제 번영 협정(EPD)’을 발표했다. 양국은 협정문에 “이 문서는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고 명시하면서도 관세 및 비관세 장벽, 디지털 무역, 경제 안보 등 광범위한 분야의 협력을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매년 미국산 소고기 1만 3000톤을 무관세로 영국에 수출할 수 있게 됐으며 영국은 기계류·농산물·에탄올 시장을 미국에 개방하기로 했다. 그 대가로 영국은 미국이 전 세계 수입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부과한 25%의 품목관세를 낮출 수 있게 됐다. 영국의 대미 자동차 관세는 연간 10만 대에 한해 10%(최혜국 관세 2.5% 별도)로 낮아지며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철폐된다. 지난해 영국이 미국에 수출한 자동차가 약 10만 대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전체 수출 물량에 대해 쿼터를 준 셈이다. 다만 미국이 전 세계에 부과한 상호관세 10%는 그대로 유지됐다.

이번 협상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미국이 품목관세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렸다는 것이다. 미국은 1일 일본과의 협상에서 “품목관세는 협상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우리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품목은 자동차인데 이번 미영 협상에서 품목관세를 깎을 수 있다고 확인한 점은 우리 측에 긍정적인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상위 3개 품목(자동차·반도체·차 부품) 수출액이 전체 대미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6%로 이 3개 품목은 모두 상호관세가 아닌 품목관세 적용 대상이다. 우리 측에서는 상호관세보다도 품목관세 협상 가능 여부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다만 영국처럼 쿼터제를 받아들일 경우 향후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우리나라는 2018년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미국이 전 세계 철강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자 미국과 첫 번째로 철강 협상을 타결하면서 수출 가능 물량을 연간 263만 톤으로 제한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이후 우리나라의 미국 수입 철강시장 점유율은 쿼터 적용 전 10%대에서 적용 이후 7~9% 수준으로 후퇴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쿼터가 오히려 우리 기업들에 족쇄가 될 수도 있다”며 “미국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한국산 제품들이 있으니 오히려 쿼터 적용 없이 부딪히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미국이 막무가내로 물량 할당을 강요할 경우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량은 143만 2700대에 이른다. 이 중 약 101만 대를 수출한 현대·기아차가 미국 현지 생산을 현재 약 70만 대에서 120만 대로 늘리더라도 최소 93만 대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넘겨야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대차는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 물량을 연간 50만 대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더구나 미국 현지 공장 생산 확대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쿼터 물량이 100만 대가 되더라도 단기적으로 점유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영국에는 상당히 너그러운 협상 조건을 내밀었을 것”이라며 “적자국인 한국과의 협상은 더 터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쿼터 물량을 늘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차가 국내 생산을 급격히 줄이면 수만 명의 고용이 흔들린다”며 “품목관세를 낮춰도 10% 관세는 적용되기 때문에 정부가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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